'수천억 소송 vs 포항 시민 반발'.. 20일 발표 앞둔 포항지진 조사단의 딜레마
2017년 11월 경북 포항을 뒤흔들었던 5.4 규모 지진의 원인에 대한 정부조사단의 발표가 20일 열릴 예정이지만,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조사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서울대 이강근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정부조사연구단의 구성과 활동 내용에 관한 설명에 이어 해외조사위원회가 자체적으로 판단한 내용과 결론을 발표하고, 마지막으로 국내조사단의 연구와 총괄 결론 발표가 이어질 것”이라며 “외국인으로 구성된 해외조사위원회가 참여한 것은 조사단의 공정성 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해외조사위의 판단과 발표는 독자적으로 이뤄지지만, 국내조사단과 견해가 다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만재 포항지진 시민대표자문위원은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을 떠나서 지열발전 실험을 앞두고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시민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것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라며 “만약 지진과 발전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결론이 난다면 포항시민들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포항지진은 인근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지진’이라는 의견과, 자연 발생적인 것이라는 의견이 첨예한 대립을 이뤄왔다. 유발지진론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민간기업에 의뢰해 진행한‘MW(메가와트)급 지열 발전 상용화 기술개발’국가 연구개발(R&D) 프로젝트가 지진을 일으켰다는 주장이다. 포항 지열발전은 섭씨 최고 170도에 이르는 포항 흥해읍 지하 4㎞ 아래의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자는 것이다. 땅 속 깊은 곳의 열을 끌어내기 위해 초고압의 물을 무리하게 집어넣다가 불안한 지층을 건드려 지진을 유발했다는 논리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가 유발 지진론을 주장하는 대표적 학자다. 그는 지난해 4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한 ‘2017년 포항지진의 유발지진 여부 조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포항 지진이 지열 발전소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당시 근거로 ▶발전소의 물 주입 시점과 지진발생이 일치했고 ▶지진의 진앙이 물 주입지점 근처로 몰려있으며 ▶진원의 깊이가 일반적 자연지진보다 얕고, 물 주입 깊이와 일치했다는 점을 들었다. 또 물 주입점 근처에 단층이 있는 것이 확인됐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포항 지진은 경주 지진에 이어 1978년 본격적인 지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지진이다. 또한, 역대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한 지진이다.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포항지진으로 인한 시설물 피해 총 2만7317건이며, 피해액은 551억원으로 집계했지만,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총 피해액은 3000억원이 넘는다.
양만재 포항지진 시민대표자문위원은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 외에도 부동산 가격 하락과 정신적 충격 등을 고려하면 피해액은 조 단위에 이를 것”이라며 “1000명이 넘는 이재민 중 일부는 아직도 시에서 마련해준 대피소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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