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에 밥도 못 사준다'..이남자, 文에 등돌린 속사정

김도년 2019. 3. 19.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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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역차별" 문 정부 지지 이탈층
고용률 8년째 역전, 남 56% 여 60%
인턴·연수 경험, 남 5만 여 11만명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 정책 펴야"

20대 남성이 자주 드나드는 온라인 커뮤니티엔 ‘찐따 존’이란 말이 유행한다. 취업 준비기, 빠듯한 형편으로 여자친구에게 밥을 사기 어려워진 시기를 의미한다. 선배 남성들이 “남자가 쪼잔하게 여자한테 밥 사는 것 가지고 문제 삼냐”고 얘기하면 ‘꼰대’란 딱지를 붙인다. 『청년현재사』를 쓴 김창인 청년지식공동체 대표는 “경기 불황 탓에 가부장적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적 남성상’을 보여주기 어렵게 되면서 20대 남성들이 내적 갈등을 겪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20대 남성을 일컫는 ‘이남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이들 상당수는 정부가 남성을 역차별하고 있다며 지지층에서 이탈 중이다. 일부는 ‘반(反)페미니즘’ 성향도 보인다. 통계청의 주요 고용 통계를 분석하면 ‘20대 남성’의 박탈감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우선 20대 남성은 또래 여성보다 취업하기 어려워졌다. 20~29세 청년 고용률은 2010년까지는 남성이 여성을 앞섰다. 그러다 2011년부터는 역전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남성 56.1%, 여성 59.6%로 격차가 3.5%포인트 벌어졌다. 남성이 여성을 9%포인트 앞섰던 2001년 상황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20대 남성이 군 복무를 끝내고 한창 직장을 구할 나이인 25~29세 고용률도 2017년 이후 여성이 남성을 앞질렀다. 취업했거나 구직 활동 중인 20대 경제활동 참가자 비율 역시 2012년부터 ‘여성 우위’ 구조로 전환됐다.

30대에 이르면 지난해 남성 고용률은 89.7%, 여성은 60.7%로 ‘남성 우위’ 구조로 바뀐다. 출산·육아 등으로 인한 고용시장 내 ‘여성 차별’은 여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20대 남성들은 당장 닥친 취업난이 ‘발등의 불’이다.

취업에 필요한 현장 경험을 쌓은 사람도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15~29세 청년 중 어학연수·인턴 등 현장 경험이 있는 사람은 2007년에는 남성이 5만5000명, 여성이 5만2000명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남성 5만3000명, 여성 11만4000명으로 여성이 남성의 두배 이상 많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자기계발 노력은 첫 직장 선택으로도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학교 졸업·중퇴 후 사회적 선호도가 높은 관리자·전문직을 첫 직장으로 갖는 비중은 2004년 남성 21.3%, 여성 26.5%였다. 2017년에는 남성 16.8%, 여성 31.4%로 여성이 남성의 두 배에 달했다.

지난해 공무원 공채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9급 공채 합격자 중 여성 비율은 53.9%로 남성보다 높았다. 남성들은 응시 분야별로 한 쪽 성별이 합격자의 30% 미만일 때 해당 성별 응시자를 추가 합격시키는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적용해서야 34명이 추가 합격했다. 이는 이 제도로 추가 합격한 여성(12명)보다 많았다.

청년 고용시장이 ‘남성 열위’ 구조로 바뀌고 있지만, 이를 간과한 범여권 정치인들의 발언이 20대 남성 지지층 이탈을 가속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배경에 고용시장 위축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단기 일자리 확대보다는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청년 고용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대영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취업 갈등’이 ‘젠더 갈등’으로 번지는 현상을 개선하려면 청년들이 부가가치가 큰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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