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의 위기①] 피부가 망가졌는데..AHC는 나 몰라라

기획취재팀 2019. 3. 1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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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기획취재팀]
직장인 한(여)씨는 2017년 말 CJ오쇼핑을 통해 ‘AHC 365 레드세럼(이하 ‘레드세럼’)’을 구입한 뒤 부작용을 겪었다. 제품 사용 직후 피부가 심하게 뒤집어져 AHC 소비자상담실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상담원은 “홈쇼핑서 산 제품은 본사에서 처리해 줄 수 없다”며 직접 홈쇼핑에 문의하라고 했다. 한씨는 CJ오쇼핑에 연락했지만 제대로 된 피해 보상을 받지 못했다. 병원 치료비가 상당했지만 제품 환불이 전부였다.

또 다른 직장인 안(여)씨 역시 작년 2월 홈쇼핑을 통해 AHC 레드세럼을 구매했다가 피부 트러블을 경험했다. 제품 사용 첫날부터 피부가 가렵더니 셋째 날 피부가 뒤집어졌다. 부풀어 오르고 가렵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씨와 마찬가지로 홈쇼핑서 샀다는 이유로 환불조치만 받았다.

CJ오쇼핑을 통해 구입한 ‘AHC 365 레드세럼’을 바른 뒤 피부가 붉게 부풀어 오른 모습. /독자 제공
◆ 일주일 만에 피부 망가트린 ‘AHC 레드세럼’ 글로벌 기업 유니레버가 2017년 말 약 3조원에 인수해 화제가 된 카버코리아의 화장품 브랜드 ‘AHC’의레드세럼을 사용한 뒤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AHC 365 레드세럼은 피부에 영양과 수분·윤기를공급하는 미용 농축액이다. AHC의 주력 제품 중 하나다. 홈쇼핑 방송마다 평균 7000세트 넘게 판매된다.

하지만 18일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AHC 레드세럼을 사용한 뒤 피부 트러블이 발생했다는 소비자들이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앞서 언급된 한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씨는 “‘피부에 정말 좋다’ ‘나를 믿고 사라’는 정윤정 호스트의 말을 믿고 제품을 구매했는데, 사용한 지 일주일도 안 돼피부가 울긋불긋해다”며 “지금까지 살면서 피부가망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한씨는 이어 “피부 트러블 발생 이후 세 달이 지나서야 괜찮아졌다”면서 “그래도 피부가 예전보다 많이 예민해져 있어서 팩도 자제하고 있다. 다시는 AHC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블로그 등에는 올해 2월까지도 한씨와 같이 AHC 레드세럼을 사용했다가 피부에 종기(뾰루지)가발생했다는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피해자들은 “레드세럼을 사용하자마자 좁쌀이 몇개 빨갛게 생기더니 3일째 얼굴이 뒤집어졌다(아이디 sii***)” “밤에 여러 가지를 바르기가 귀찮아서 레드세럼만 바르고 잤는데 다음 날 뾰루지가 여기저기 올라왔다(jh3***)” “민감성 피부도 아니고 사춘기 때트러블 없이 지나 왔는데 레드세럼을 쓰고 5일 이후 좁쌀 같은 트러블이 올라오더니 걷잡을 수 없게 됐다 (imgi*******)” “레드세럼 사용 이후 뾰루지가 올라와 사용을 안 하다가 다시 썼는데 또 트러블이 발생했다(tdt***)”고 호소한다.
피해자 한씨의 병원 진단서 / 독자제공
◆ AHC 다른 제품들에서도 피해 호소 AHC 제품 부작용은 비단 레드세럼만의 문제는 아니다. 선크림·아이크림 등 다른 제품군에서도 피해를봤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대학생 김(여)씨는 “작년 5월 ‘AHC 퓨어 내추럴 메가 선쿠션 프렌치에디션 패키지’를 홈앤쇼핑에서 구매했는데 첫날부터 피부 트러블이 발생했다”며 “병원에가서 접촉성피부염 진단을 받고 약을 먹고 나서야 진정됐다”고 호소했다.

AHC의 대표 제품인 ‘AHC 얼티밋 리얼 아이크림포 페이스(이하 ‘AHC 아이크림’)’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AHC 아이크림을 썼다는 한 소비자(네이버 아이디 s****)는 “작년 여름 제품 사용 이후 피부에 뭔가 자꾸 올라오고 빨개지고 따가워졌다”며 “괜찮을 줄 알고 계속 썼는데 결국 코부터 시작해 입 주변 턱까지 손바닥만큼의 면적이 만성 피부질환 상태가 돼 버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소비자(아이디 m****)는 “홈쇼핑에서 호스트가 얼굴 전체에 바르는 아이크림이라고 해서 사용했는데 효과는커녕 피부 트러블만 생겼다”며 “다시는 가격이 싸다는 말에 속아 홈쇼핑에서 화장품을 사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보상은 ‘환불’이 전부 AHC 제품 관련 피해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적절한 보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 AHC 레드세럼 피해자인 한씨는 피부 트러블로 병원 치료비 등이 발생했지만 보상받지 못했다.

레드세럼 브랜드사인 AHC의 소비자상담실로 연락했지만 구매처인 홈쇼핑에 문의하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구매처인 CJ오쇼핑은 피해를 입증하라며 병원진단서를 요구했다. 병원진단서도 무조건 팩스로만 보내라고 했다. 팩스가 없는 한씨는 팩스를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야 했다. 하지만 CJ오쇼핑으로부터 받은 보상은 환불이 전부였다. 진단서 발급비와 교통비 등이 추가로 발생했지만 모두 한씨가 부담했다.

이는 문제의 소지가 크다. 보통 소비자가 병원을 방문해 제품으로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소견서를 받아 제출하면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라 치료비를 당연히 지불해야 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화장품에 하자(이물 혼입·함량 부적합·변질 부패·유효기간 경과·용량 부족·품질 성능 기능 불량)가 있다면 제품 교환 또는 구입가 환급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화장품 사용 이후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피부과 전문의로부터 화장품 사용 이후 생긴 부작용이라는 사실이 입증되면 치료비 보상이 가능하다. 진단서와 치료비 영수증을 업체에 제출하면 화장품의 반품은 물론이고 치료비를 보상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한씨는 이런 안내를 AHC와 홈쇼핑 업체 어디로부터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레드세럼 사용 이후 피부가 망가진 것도 속상한데 AHC는 피해 보상은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며 “AHC와 홈쇼핑은 제품 팔기에만 급급하지 문제가 생겼을 때는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쁜 것 같다”고 지적했다.

AHC 선쿠션을 사용했다가 피부 트러블을 겪은 대학생 김씨 역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김씨는 “병원에서 접촉성피부염 진단을 받고 치료 받았지만 AHC에서는 1차 병원비 보상만 해 주겠다고 한다”며 “2차 보상은 구매처인 홈앤쇼핑에서 받아야해서 너무 불편하다”고 했다. 또 “제품 환불도 전 구성품이 다 있어야 한다며 부분 환불은 해 주지도 않았다”며 “상담실 직원도 불친절해서 많이 화났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병원에 가고 AHC에 연락하고 팩스를 보내고 서류를 챙기러 병원에 다시 가고…여간 귀찮은게 아니다”면서 “홈앤쇼핑도 AHC도 다 싫다”고 말했다.

◆ AHC, “제품 문제 없어…보상 정책 따랐을 뿐” 고객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AHC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AHC 관계자는 “화장품의 특성상 고객 피부 타입에 따라 간혹 피부 트러블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해당 제품들은 원료 테스트 및 인체 적용 테스트 등 임상으로 입증된 제품들로, 제품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 보상 정책 역시 규정에 맞게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AHC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 강화로 홈쇼핑에서 제품을 구매한 고객의 정보를 우리는 알 수 없다. 1차 고객 불만을 홈쇼핑에 연결해 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후 홈쇼핑과 연계해 피해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씨 피해 사례의 경우 CJ오쇼핑으로부터 고객 불만사항을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며 “통상 피부 트러블의 경우 치료비 청구는 제품 환불과 별도로 본사에서 진행한다”고 해명했다.

“2020년까지 수출 10조원 이상을 달성하는 화장품 글로벌 강국(G2)으로 도약하겠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지난해 11월 열린 화장품 산업 현장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밝힌 목표다. 모처럼 찾아온 ‘K뷰티 르네상스’를 발전시켜서 화장품 수출 4위에서 2위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이날 “G2로 도약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며 각종 지원과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식약처의 말처럼 한국 화장품 업계는 역사상 최고 호황기를 맞이했다. K팝과 드라마가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누리면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이다.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7년 세계 화장품 시장 규모는 4600억 달러(약 498조원)에 달한다. 이 중 한국 화장품 무역수지 흑자는 37억6000만 달러(식약처 기준·4조2000억원)로 전 세계 5위권 안에 안착했다. 한때 프랑스와 일본이 독식했던 글로벌 화장품 업계에서 한국은 당당하게 명함을 내밀 정도로성장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K뷰티가 겉만 화려할 뿐 속은 텅비었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류 붐의 수혜를 입고 깜짝 성공을 거두면서 3조원에 달하는 돈을 거머 쥔 기업이 나오는 등 K뷰티의 외형은 커졌지만, 시스템은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몇몇 기업은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한 뒤 부작용에 시달리거나 이물질이 나와 피해를 봐도 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있다. 소비자 AS는 뒷전이고 돈 벌기에만 급급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상당수 업체들이 공장도 없이 제조자 개발생산(ODM)과 주문자위탁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면서 글로벌 경쟁력도 갈수록 떨어진다.

업계에서는 “K뷰티로 큰돈을 벌었다는 말이 돌면서 수많은 업체들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망해서 나가고 있다”며 “상당수는 화장품을 생산하는 자체 공장도 없고 아이디어와 컨셉트로만 경쟁하고 있다”며 K뷰티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하나둘 나온다.

본지는 효자 산업으로 떠오른 한국 화장품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G2로 도약을 위해 K뷰티의 현주소를 짚어 보고 나아갈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 첫 순서로 매주 2회, 한 달간 K뷰티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K뷰티의 위기②] 에서 계속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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