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2심 재판부 "재판 전부터 비난·판결 불복, 문명국가서 상상 못해"

김종훈 기자 2019. 3. 1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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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재판 시작 전부터 예단·공정성 시비 난무하자 작심 발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사진=뉴스1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네이버 댓글조작 사건' 2심을 맡은 재판부가 "재판부를 비난하고 불복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문명국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발언했다. 재판 시작 전부터 판결에 대한 추측과 논란이 무성한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19일 김 지사의 항소심 첫 공판을 시작하기에 앞서 "검사나 피고인, 국민 여러분의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고 향후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하면서 사건에 임하고자 한다"며 "사건에 임하는 재판부의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지사 사건이 형사2부에 배당된 이후 재판부의 경력과 출신을 빌미로 공정성 논란이 이어져 왔다. 김 지사 지지세력은 재판장 차문호 부장판사를 '양승태 라인'으로 부르면서 재판이 김 지사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가 1심에서 법정구속됐을 때는 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를 향해 '적폐판사'라는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반대세력은 주심판사인 김민기 판사가 법원 내 진보성향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점을 강조하면서 김 지사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 발언은 이런 추측과 공정성 시비에 대한 비판이다.

재판부는 "서로 완전 다른 재판결과가 당연시된다고 예상하고 그런 결과는 우리 재판부의 경력 때문이라고 하면서 재판부를 비난하고 벌써부터 불복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그간 재판을 하면서 이런 일을 경험하지 못했다. 문명국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재판이 확정되기 전까지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되고 피고인의 입장을 받아들이게 된다"며 "법관은 공정한 심판자로서 있는 것이고 법관이 결론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요즘 보여지는 재판 결과를 예단하는 행동은 증거와 무관하게 결론이 난다고 생각하거나 판사가 그렇게 결론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마치 경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공이 골대에 들어가는지 여부를 보기도 전에 심판을 핑계 삼아 경기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피고인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무엇이 진실인지 상관없이 어떤 게 사실이라고 추측하거나 아무것도 모르면서 자기가 원하는 결론만을 원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어느 경우라도 재판이 이뤄진 이 법정이 아닌 법정 밖에서 무죄추정을 받고 있는 피고인을 엄벌하라고 압박하거나, 유죄를 무죄로 하라는 의견의 순수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진실을 정정당당하게 밝히겠다는 피고인의 입장을 무시하고 폄훼하는 것"이라며 "피고인이 절대 원하지 않을 것이고 일어나서도 안 될 일이다. 그리고 우리 재판부를 모독하고 신성한 법정을 모독하는 것이며 사법제도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우리 재판부는 검사나 피고인과 아무런 연고가 없다. 피고인과는 옷깃도 스치지 않았다. 이해관계도 관련이 없다"며 "우리 재판부가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피고인이 이 재판부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했다. 뒤이어 "연고 관계가 있는 변호인을 선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실 저는 (차라리) 그렇게 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오늘까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김 지사가) 무죄추정의 원칙 아래 공정하게 재판을 해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공정한 재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피고인과 변호인은 지금이라도 기피 신청을 해라. 검사도 마찬가지다"라며 양측 의사를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재판부는 "오늘이 아니더라도 재판 진행 관련해서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지 신청하라"고 했다.

김 지사는 재판부 발언하는 동안 재판부가 앉아있는 법대를 바라봤다. 이날 방청석에는 재판장 차문호 부장판사를 향해 '양승태 키즈'라고 비난했던 판사 출신 서기호 전 의원과 김기식 전 의원이 나왔다. 최근 김 지사가 대형로펌 태평양을 선임할 수 있었던 것은 김 전 의원의 도움 덕분이었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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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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