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피보나치수열의 '황금비율'은 거짓?

김종화 2019. 3. 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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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창조한 황금비율의 대표적 예로 꼽히는 피라미드. 그러나 이 황금비율은 계산된 것이 아닌, 우연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주장입니다. 또 황금비율이 딱 들어맞는 피라미드도 쿠푸왕의 피라미드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온갖 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기 시작하는 계절입니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때가 되면 피고지는데 그 자연의 법칙 속에는 특별한 숫자의 법칙이 감춰져 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이 있습니다.


꽃잎을 세보면 거의 모든 꽃잎이 3장, 5장, 8장, 13장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백합과 붓꽃의 꽃잎은 3장, 채송화·패랭이·동백·야생 장미는 5장, 모란·코스모스는 8장, 금불초·금잔화는 13장, 애스터·치커리는 21장, 질경이·데이지는 34장, 쑥부쟁이는 종류별로 55장이거나 89장입니다.


'3, 5, 8, 13, 21, 34, 55, 89....' 이 숫자의 배열을 보시면 기억나는 것이 없나요? 바로 '피보나치수열'입니다.


앞의 두 수의 합이 바로 뒤의 수가 되는 수의 배열을 말합니다. 처음 두 수를 1로 하고, 다음 수부터는 바로 앞의 두 개의 수를 더해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따라서 세 번째 수는 첫 번째 수 1과 두 번째 수 1을 더한 2가 되고, 네 번째 수는 두 번째 수 1과 세 번째 수 2를 더한 3이 됩니다. 이렇게 진행되면 '1, 1, 2, 3, 5, 8, 13, 21, 34, 55, 89…’와 같은 수열이 됩니다.


이탈리아의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보나치는 그의 저서 '산반서'에서 갓 태어난 토끼 한 쌍의 번식 이야기를 통해 피보나치수열을 설명했습니다. 벽으로 둘러싸인 장소에 한 쌍의 토끼들을 두면, 두번째 달부터 매달 토끼를 한 쌍씩 낳는다고 가정합니다. 1년이 되면 얼마나 많은 토끼를 낳을까요?


피보나치는 한 달 후에 짝을 짓지만 여전히 한 쌍(1)만 있습니다. 두 달이 지나면 암컷이 한 쌍의 새끼를 낳아 모두 두 쌍(2)의 토끼가 됩니다. 세 달이 지나면 원래 암컷은 다시 한 쌍의 새끼를 낳아 총 세 쌍(3)이 되지요. 넉 달 후에는 원래 암컷이 또 다른 한 쌍의 새끼를 낳고, 두 달 전에 태어난 암컷도 첫 번째 새끼를 낳아 다섯 쌍(5)이 됩니다. 이렇게 매월 늘어나는 쌍의 숫자가 피보나치수열과 일치하게 됩니다.


전체 식물의 90% 정도가 이 피보나치수열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 신비롭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식물의 잎이 피보나치수열을 따름으로써 최적의 상태로 햇빛을 받게 되고, 비가 직접적으로 잎에 닿아 줄기를 통해 뿌리까지 전달되는 자연이 선택한 가장 효율적인 수열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이들의주장에 따르면, 피보나치수열은 이런 꽃잎 외에도 식물 줄기의 가지 수, 가지 밑동에서 차례로 나는 잎의 수, 솔방울·파인애플·해바라기 씨앗·소라나 달팽이 껍질의 나선 모양 배치 등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피보나치수열에 따라 핀 꽃잎의 모양. 황금비율 나선형 패턴을 따르고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이 피보나치수열이 사람이 가장 아름답게 느끼는 '황금비율(golden ration)'을 만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황금비율은 물체의 가로와 세로의 비율을 '1:1.618'로 하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가 '인간이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비율'이라고 정의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논란이 발생합니다. 피보나치수열에서 앞의 수로 뒤의 수를 나누면 1/1=1, 2/1=2, 3/2=1.5, 5/3=1.666…, 13/8=1.625, 21/13=1.615…, 34/21=1.619… 이처럼 계산을 진행할수록 결과는 황금비에 점점 가까워집니다. 이를 두고 일부 수학자들은 "피보나치수열은 모두 정수로 이뤄져있지만 정수들 간의 비가 황금비를 이룬다"면서 "피보나치 수열에 따른 사례들은 자연에서 무한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우주 전체가 피보나치 수열로 이뤄져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 예로 태풍과 은하수의 형태, 바다의 파도, 배꼽을 기준으로 한 사람 상체와 하체, 목을 기준으로 머리와 상체 비율 등 대부분이 피보나치수열에 따른 황금비가 나타난다는 주장입니다. 그 외에도 피라미드, 파르테논 신전, 레오나르도 다빈치 인체 비례, 미켈란젤로 작품, 신용카드와 담뱃갑, A4용지의 가로세로 비율도 황금비율을 이루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는 어떨까요? 파르테논 신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소라나 달팽이 껍질의 나선 비율은 정확한 황금비율이 아닙니다. 비슷할뿐이지요. 일부 과학자들은 "일부 수학자들이 결과를 정해놓고 짜맞춘 철학자식 접근법"이라고 폄하합니다.


이들은 또 "직사각형 형태의 황금비율은 동서양 모두 미학적 기준으로 수용하고 있는 부분"이라면서 "거의 대부분의 자연현상에 피보나치수열과 매치시키며 황금비율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학적으로는 지나친 감이 있지만, 미학적 관점으로는 나름 의미가 있다"고 말해 과학적 접근법이 아닌 예술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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