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포항 지진의 주범은 지열발전소였다

서윤경 기자 2019. 3. 2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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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사연구단 연구 결과 발표.. 포항시민 국가 소송 본격화될 듯
한국광물자원공사 블로그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 규모 5.4 강진이 발생한 게 ‘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정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열발전소로 지진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향후 피해 지역 주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진행하는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와 야당 간 에너지 정책을 두고 치열한 공방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열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전력수급에 구멍이 생기는 만큼 야당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데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여당도 이전 정부의 부실한 역학 조사 때문에 지금의 상황을 초래했다며 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지질학회가 주축이 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20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포항지진과 지열 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조사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조사연구단 중 해외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쉐민 게 미국 콜로라도대학 교수는 이날 “지진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면서도 “포항지진은 지층에 고압의 물을 주입하면서 지층속 토양이 대거 유실되면서 촉발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지열발전에 의한 주요한 다섯 번의 지층 자극이 있었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포항지진이 발생한 지 4개월 뒤인 지난해 3월 발족했다. 정부조사연구단은 지질학회를 중심으로 한 국내조사단과 외국 학자들로 구성된 해외조사위원회로 꾸렸다. 이날 발표에도 국내조사단과 해외조사위원회 위원들이 참석했다.

포항지진 이후 학계와 전문가들은 지열발전이 지진을 초래했는지를 두고 엇갈린 주장을 내놨다.
지열발전은 땅속 지열을 이용해 발전기를 돌리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화산 근처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화산활동이 활발한 지역이 없다 보니 포항은 지하 4~5㎞까지 뚫어야 하는 심부지열발전(EGS) 방식을 선택했다.

EGS란 지하 4㎞ 이상 깊이에 구멍을 뚫어 한쪽에 물을 주입해 뜨거운 열로 데운 뒤 이때 발생하는 수증기를 다른 쪽 구멍으로 빼내 발전기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정부는 시공 당시 아시아 최초로 적용하는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한국에너지공단 블로그

단점도 있었다.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지반에 압력을 발생시키고 이를 배출해서 압력을 해소시키는데 이 같은 과정 중에 지반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지열발전이 어느 정도의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그동안 지열발전이 지진을 유발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지난해 4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한 ‘2017년 포항지진의 유발지진 여부 조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지열발전소가 포항 지진을 일으켰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근거로 제시한 것이 발전소의 물 주입 시점과 지진 발생이 일치했고 지진의 진앙이 물 주입지점 근처로 몰려있었다는 것이다. 또 진원의 깊이가 일반적 자연지진보다 얕고, 물 주입 깊이와 일치했다는 점도 들었다.

반대로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난해 8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논문에서 “동일본대지진의 여파로 한반도의 단층대들이 약해졌고 2016년 9월 경주지진까지 이어지면서 포항지진이 발생한 것”이라며 지열발전소와 지진의 연관성은 적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날 지열발전소가 지진에 영향을 줬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포항 시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수천억원대 규모의 소송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포항 시민들은 국가와 지열발전소에 위자료를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지열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전력수급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포항의 지열발전소는 1.5㎿/h 급으로 한 번에 1000여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포항시민들이 지열발전소 중단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해 1월 이 신청이 받아들여져 현재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여당도 지열발전소가 이명박·박근혜정부의 산물이라는 점을 들어 이전 정부의 책임론을 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조사공동연구단 소속 포항시민대표인 양만재 자문위원은 “시작 단계부터 잘못된 포항지열발전소에 대한 책임자를 규명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해 왔다.
양 자문위원은 “정부와 국내 학자들은 지열발전소가 준공되기 전 이미 스위스 바젤지열발전소에서 발생한 지진들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들이 제시한 미래지향적인 청사진에 애꿎은 포항시민이 희생양이 됐다”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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