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르포]"극한직업이 따로없네"..비행기로 중국발 미세먼지 감시하기

김보경 2019. 3.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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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항공관측용 중형항공기 도입..태안비행장서 이륙해 40분간 비행
기상조건, 규제 등 열악한 조건에도.."데이터 정확성 위해 항공관측 필수"
이륙 준비 중인 미세먼지 항공관측용 비행기.

[충남(태안)=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이달 초 서해안 해상에서 중형항공기를 이용한 미세먼지 항공관측이 첫 발을 뗐다. 항공관측을 통해 하늘 속 미세먼지 성분을 실시간 측정하고, 국내로 유입되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이동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항공기를 띄우려면 공군의 허락이 떨어져야 하고, 주민들이 동의해주지 않아 야간비행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세먼지가 많이 낀 날에는 해무가 발생해 이륙조차 힘들다.


달라진 항공관측, 눈으로 확인해보니

21일 충남 태안에 위치한 한서대학교 태안비행장을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국립환경과학원과 한서대가 협력해 지난 9일부터 19인승 중형항공기를 활용한 항공관측이 이뤄지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90년대부터 헬기, 소형항공기를 이용한 항공관측을 수행했지만, 비행 거리와 고도에 한계가 있었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측정장비는 싣지도 못하는 초라한 수준이었다.


이번 중형항공기 도입으로 4~5시간 동안 높은 고도까지 비행하며 미세먼지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비행기에 탑승 가능한 연구원도 기존 2명에서 6명으로 늘었다. 최대 12~15개 장비를 탑재해 황산염, 질산염 등 2차생성 미세먼지 성분뿐만 아니라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암모니아 등도 이동경로에 따라 실시간 측정할 수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달 중 총 100시간을 비행할 계획이다. 4~5월에는 미세먼지 국가전략프로젝트 사업단이 항공기를 이어받아 측정에 나선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일본, 중국도 시도하지 못하는 수준의 항공관측을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항공관측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항공관측의 현실은 아직도 열악했다. 비행기 내부에 들어서니 좌우로 각종 장비들이 설치돼 있어 폭 30㎝ 안팎의 좁은 통로를 비집고 움직여야 했다. 장비 사이사이 비는 공간에 연구진들이 앉는 작은 간이의자가 놓여 있었다. 장비를 싣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항공기 화장실을 뜯어냈기 때문에 급한 볼일도 해결이 곤란하다. 한 연구원은 "항공기 이륙 전 준비부터 착륙 후 장비 셧다운까지 5~6시간 정도 걸린다"며 "이륙 전부터 일체의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각종 관측장비가 탑재된 항공기 내부.

강풍과 구름 뚫고 40분간 비행…대기오염물질 실시간 표시

오후 3시 40분께 매섭게 부는 바닷바람을 뚫고 항공기가 이륙했다. 이날 태안에는 최대 40㎞/h의 강풍이 불었다. 거센 바람으로 이리저리 흔들리던 항공기는 구름을 뚫고 3500피트(1000m)까지 상승했다. 통상 미세먼지 관측은 1000피트(300m) 고도에서 진행하지만 이날 이 고도에서의 관측이 불가능했다. 구름이 1000~2500피트 사이에 잔뜩 껴 해당 고도에선 비행이 곤란했기 때문이다.


항공기에 탑재된 각종 측정장비에선 하늘에서의 관측값들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암모니아는 2.1~2.5ppb의 농도를 보여줬다. 일산화탄소는 25~28ppb, 이산화질소는 0.3~0.4ppb 등으로 표시됐다. 안준영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은 "3500피트 고도에서 측정한 것이라 평소 1000피트에서 측정한 것보다는 상당히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항공기가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자 수치들은 점점 높아졌다. 이산화질소는 고도가 2000피트 밑으로 내려오자 4~5ppb로 올라갔다. 전날 내린 비와 이날 강풍으로 항공관측 데이터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안 연구관은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경우 이산화질소는 10ppb를 뛰어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날 비행은 총 40분간 이어졌다. 항공기는 서해안을 따라 서산시 인근을 비행하다가 다시 내려와 보령 일대까지 갔다가 비행장으로 복귀했다.

대기질과 기상관측을 위해 특수 개조된 중형항공기.

비행기 띄우려면 공군에 허락…야간비행은 불가능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지만 이날처럼 기상조건 때문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종호 한서대 교수는 "비행장 주변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미세먼지가 많이 유입되는 날에는 해무도 많이 생성된다"며 "어제도 기장, 정비사들이 모두 대기했는데 최종적으로 가시거리가 확보되지 않아 측정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항공기를 띄울 때마다 공군에 미리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인근 주민들이 동의해주지 않아 야간비행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일몰 후에 발생하는 미세먼지에 대해선 항공측정을 할 수 없는 여건이다. 비행 1시간에 약 700만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현재 테스트비행까지 30시간 가량 비행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열악한 조건과 비용 부담에도 항공관측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다양하고 복잡한 국내외 미세먼지 발생 요인들이 산재하기 때문이다. 지상·위성관측 정보에 항공관측 결과까지 더하면 미세먼지 데이터와 예보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현재 국내에서 발표되고 있는 미세먼지 데이터 결과들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항공관측을 통해 이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들의 궁금증은 물론이고 중국과의 협상자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과학적인 데이터를 내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충남(태안)=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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