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0년간 14~170번 지진 발생할 우려..최대 규모 4.5"

김기범 기자 2019. 3. 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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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박근혜 정부에 ‘지열발전 위험성’ 알린 해외사례 보고서 보니…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에 보고된 ‘국내 EGS 지열발전을 위한 수리자극 효율 극대화 기초연구’ 보고서에는 주로 유럽의 지열발전으로 인한 지진 사례와 선진국의 지열발전 관련 규제, 국내 지열발전에 대한 안전기준 제안 등이 담겨 있다.

연구를 수행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1969년부터 2008년 사이 유럽에서 수행된 41개 지열발전과 이산화탄소 지하저장 프로젝트에서 고압의 물 주입으로 인한 미소지진을 조사한 결과 관정 인근 단층의 존재가 미소지진 발생을 증가시키며, 결정질 암반에 주입되는 모든 경우에 미소지진이 발생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포항 지열발전에서 물 주입에 따라 자극을 받는 암반이 결정질 암석인 화강암 지층이기 때문에 포항에서도 수리자극 시험을 수행하기 전 안전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즉 포항 지열발전의 물 주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6년보다 3년 앞서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를 무시한 채 사업을 강행했던 것이다.

연구진은 특히 2006년 스위스 바젤에서 물 주입 중 발생한 규모 3.4 지진으로 인해 지열발전 자체가 중단된 사례가 “포항 프로젝트 수행에 큰 교훈이 될 수 있다”면서 미소지진에 대한 실시간 계측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당시 스위스에는 바젤 지열발전으로 인해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지진이 일어나더라도 바로 관련 정보를 언론에 공표하는 동시에 현장에서는 압력과 유량을 조절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도록 하는 규정이 매뉴얼화돼 있었다. 국내에서도 이런 안전규정이 성급한 지열발전 추진에 앞서 마련됐다면 지진 위험이 줄어들었을 것이란 얘기다.

바젤에서 스위스, 독일, 프랑스 3국의 전문가들이 실시한 정밀조사 이후 나온 예측에서는 실제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 양상과 흡사한 부분도 확인됐다.

당시 전문가들은 바젤 지열발전에서 물 주입을 계속할 경우 주변 단층이 자극을 받으면서 30년간 최소 14~170번에 이르는 지진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최대 규모는 4.5에 달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조사연구단의 지난 20일 발표에 따르면 포항에서는 물 주입이 본격화된 단층이 자극을 받으면서 지진이 발생했고, 이 지진들의 영향이 누적돼 결국 2017년 11월15일 최대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보고서에서 안전대책으로 제안한 내용들이 대부분 실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얼마나 지열발전 사업이 날림으로 추진됐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당시 포항 지열발전에 대해 적어도 과거 50년간의 지진 발생기록을 검토하고 물리 및 시추탐사, 지질조사 등을 통해 활성단층의 유무, 불연속면 발달상황 조사, 미소지진의 규모와 최대 진동속도의 크기를 실시간으로 계측할 것 등을 제안한 바 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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