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노이 노딜' 이후 첫 대북 독자 제재

2019. 3. 2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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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부, 북 제재회피 도운 혐의로 중국 해운사 2곳 제재명단에
북한과 선박 대 선박 환적 등 의심 선박 수십척 명단도 갱신
므누신 장관 "북한 비핵화에 전념..제재 계속 이행할 것"
'완전한 비핵화' 요구하며 강력한 대북 제재 의지
미국 재무부가 21일(현지시각)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중국 해운회사 2곳을 제재 명단에 올리면서, 북한의 선박 대 선박 환적이 이뤄지는 곳을 표시한 지도를 함께 공개했다.

미국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 뒤 처음으로 독자적인 추가 대북 제재에 나섰다.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이 강력한 제재 의지를 과시하며 압박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미국 재무부는 21일(현지시각)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다롄 하이보 국제화물과 랴오닝 단싱 국제운송 등 두 곳의 중국 해운회사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다롄 하이보는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백설무역회사에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지원한 혐의로 제재 명단에 올랐다. 백설무역회사는 북한정찰총국 산하 업체다. 재무부는 다롄 하이보의 수익이 북한 정권이나 노동당에 이득을 줬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롄 하이보는 2018년 초 중국 다롄에서 북한 선적의 선박에 화물을 실어 남포에 있는 백설무역회사로 수송했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랴오닝 단싱은 유럽연합(EU) 국가에 있는 북한의 조달 관련 관리들이 북한 정권을 위해 물품을 운용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상습적으로 기만적 행위를 해왔다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이번 제재로 이들 두 회사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인이 이들과 거래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이번 조처는 2월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뒤 3주 만에 나왔다.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은 북한에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면서도, 핵·미사일 등 모든 대량파괴무기(WMD)를 포기할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비핵화 때까지 대북 제재는 계속된다”고 강조해왔다. 이번 추가 제재는 북한이 비핵화 조처를 이행하지 않으면 선박 대 선박 환적 등 해상 거래를 봉쇄해 북한으로의 자금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비핵화 없이는 제재 완화도 없다’며 실제 압박을 강화함으로써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재무부는 또 이날 국무부, 해안경비대와 함께 지난해 2월 발표한 북한의 불법 해상 거래에 관한 주의보를 1년1개월 만에 갱신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북한의 유조선과 선박 대 선박 환적에 연루됐거나 북한산 석탄을 수출해온 것으로 보이는 수십 척의 선박 명단을 추가했다. 석유 환적에 연루된 북한 선박 28척, 북한 유조선과의 선박 대 선박 환적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제3국 선박 18척이 명단에 들었다. 2017년 8월 이래 북한의 석탄 수출에 연루된 선박 49척도 새로 추가됐다. 모두 95척으로, 지난해 2월23일 발표한 제재 대상 선박(북한과 제3국 포함) 28척에 견줘 대폭 늘어난 숫자다. 특히 선박 대 선박 환적 의심 18척의 명단에는 루니스(LUNIS)라는 한국 선적 선박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재무부는 북한의 불법 해상 거래에 관한 주의보에서 “지난해 북한은 유엔이 금지한 선박 대 선박 환적을 통해 구한 정제유를 최소 263척의 유조선으로부터 인도받았다”며 “이들 유조선이 완전히 적재됐다면 북한은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라 허용되는 정제유(연간 50만 배럴)의 7.5배 이상인 378만 배럴을 수입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부는 “오늘의 조처는 국제 제재 및 미국의 독자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북한의 기만술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행을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미국과 협력국들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으며, 북한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안 이행이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무부는 우리의 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며 “북한과의 불법적인 무역을 가리기 위해 기만술을 쓰는 해운사들은 엄청난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가세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재무부의 발표 내용을 올리면서 “재무부가 오늘 중요한 행동을 했다”며 “해운사들은 북한의 불법 해상 운송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더 행동해야 한다. 모든 이들이 북한의 제재 회피에 관여되지 않도록 자신들의 행위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앞서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국은 올해 북한을 충분히 거세게 압박하는 문제에서 열쇠를 쥘 수 있다”며 중국의 대북 제재 협조를 압박했다. 하노이 정상회담 뒤 대북 제재의 ‘위력’를 강조하며 “지렛대는 북한이 아닌 미국에 있다”고 말해온 그가 대북 압박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나선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뒤 일정 시간 동안 북한의 긍정적 답변이 없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12월 이전의 정례적 제재·압박 국면으로 복귀하는 것 같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가 교착된 지난해 하반기, 약 한 달 주기로 대북 독자 제재를 내놓으며 북한을 압박한 바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북한 자금 세탁 관련 혐의로 싱가포르 기업 2곳과 개인 1명을 독자 제재 명단에 추가했고, 11월에는 북한의 석유 수입에 연루된 혐의로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 개인 1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12월에는 인권 유린을 이유로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정권 핵심 인사 3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최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통해 ‘협상 중단 고려’까지 언급한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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