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전 의원 "문재인 대통령, 미 의회 연설해야"

이하늬 기자 2019. 3. 2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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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마이클 혼다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 “일본의 사과를 못 받으면 우리는 또 피해자가 된다”

지난 3월 13일 미국을 방문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마이클 혼다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을 만났다. 혼다 전 의원은 진 장관을 만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뉴욕까지 6시간을 걸려 ‘날아갔다’고 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하나둘 세상을 뜨고 있는 현 시점에,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이 가능한지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다.

혼다 전 의원은 일본계 3세다. 이민 1세대인 할아버지는 캘리포니아 서북부 시골에서 주유원으로 일했다. 미국 정부가 아시아계 이민자들에 대해 차별정책을 펴며 시민권을 주지 않을 때였다. 그의 아버지는 미군 정보부대에서 근무했지만 차별은 여전했다. 1941년 태평양전쟁이 일어나자 할아버지부터 한 살배기 혼다 전 의원까지 3대가 강제수용소로 보내졌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위안부 피해자들의 경험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2007년 미국 연방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주도하고 수차례 한국을 방문하는 등 그가 10년 이상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다. 진 장관과 면담이 끝난 후 ‘KAGC 한인유권자연대(대표 김동석)’의 도움을 빌려 혼다 전 의원과 서면 인터뷰를 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이 3월 13일(현지시간) 오전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해컨색의 시민참여센터(KACE) 사무실에서 마이클 혼다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과 면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진 장관과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해켄섹의 위안부 기림비를 찾아 참배한 뒤 면담을 했다. 지금 시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정부와 시민단체는 일본 시민을 대상으로 더 많은 활동을 해야 한다. 대체적으로 일본인들은 위안부 문제를 아예 모르거나, 아니면 동정심만 가지고 있다. 교육을 통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지식을 쌓아야 한다. 일본 시민사회 스스로 변화에 대한 의지를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 한국 정부의 활동도 중요할 것 같다.

“맞다. 그래서 진 장관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서 연설할 것을 제안했다. 폴 라이언 전 연방하원의장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초청했다. 나는 낸시 펠로시 의장이 문 대통령을 초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 장관이 그레이스 맹, 주디 추, 바버라 리, 린다 산체스 등 여성 연방하원의원들과 접촉하면, 이들이 이 문제(문 대통령의 의회 연설)를 펠로시 의장에게 제안하고 논의할 수 있다.”

-미국 의회 내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상당하고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매우 민감하다.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민감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에 대해 조금 더 편하게 느껴도 될 것 같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직접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들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할머니들뿐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로 인해 발생한) 전세계 300만명의 피해자, 지금 현재 미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인신매매, 그리고 미래의 모든 여성에 대한 문제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통일, 비핵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먼저 움직였고, 비관적인 전망 속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한반도 통일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노력에 비해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서 이런 연설을 한다면 그가 유능한 정치리더라는 것을 전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 그는 그런 기회를 가질 만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동력이 뭔가.

“내 활동의 동력은 ‘앎’이다. 앎이란 나 자신, 내 역사, 그리고 세계 역사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다. 내가 있는 곳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이든, 또 나와 무관한 일이라고 해도 결국은 나와 내가 속한 공동체에 영향을 준다. 나는 내 나라와 세계시민으로서 지식을 쌓고 과거를 바로잡고 변화를 만들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하는 데 힘을 쓰고 싶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할머니들뿐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로 인해 발생한) 전세계 300만명의 피해자, 지금 현재 미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인신매매, 그리고 미래의 모든 여성에 대한 문제다”

-어린 시절 강제수용소에서 지냈다. 그때 한 경험의 영향도 있나?

“1942년 우리 가족 3대는 강제수용소에서 지내야 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일본인과 일본계 미국인을 ‘적국인’으로 분류했다.) 나는 자라나면서 왜 우리 정부(미국 정부)가 내 모든 권리를 침해하고 나를 강제수용소에 보냈는지를 계속 자문했다. 결론은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와 특정 공동체에 대한 편견 등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당시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참여, 시민으로서 책임과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KAGC와 같은 시민단체가 그 좋은 예다.”

-미국 정부는 당시 일본계 시민들을 감금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는 이미 정리됐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걸쳐 수백만 명을 학살했다. 일본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국제관계를 위해서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해야 한다. 일본이 이 문제를 풀지 않는다면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과도 관계를 개선하지 못할 것이다. 누구도 일본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들이 하나둘 세상을 뜨고 있다. 사과를 받기 위한 과정이 지난하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존경심을 표한다. 2007년 결의안은 피해자 할머니 세 분이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통과가 가능했다.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키우고 퍼뜨리는 역할만 했다.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고 있지만 포기할 수 없다. 우리가 사과를 받기 위해 싸우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다. 과거에 얽매인 노예가 될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또 한 번 피해자가 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동시에 우리의 정치적 무능함 때문에 사과조차 받지 못한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될 수는 없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을 수차례 방문했다. 어떤 점을 느끼나?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시민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걸 본다. 특히 젊은 사람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관련 시민단체들이 젊은 층과 학생들에게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참여하고 활동하는 법을 알려주었다는 증거다. 한국 시민들의 활동처럼 우리 모두는 역사를 바로잡고 미래세대가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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