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쓰나미 직격탄'.. 작년 어린이집 5년 연속 감소
#2. 전북 익산의 B유치원은 지난해 원아 수가 119명이었다. 올해 새학기를 시작하면서 95명으로 줄었다. 설립 20년을 넘어 익산에서 손꼽히는 사립유치원 중 하나인 이 유치원은 10여년 전만 해도 원아 수가 200명에 달했다. 지금은 100명선도 무너졌다. 10학급이던 유치원은 6학급으로 쪼그라들었다. 반 인원도 지난해 15명 반은 올해 10명으로, 10명 반은 5명으로 줄었다. B유치원 원장은 “아이들은 매년 졸업해 학교로 가는데 신입 원아는 계속 감소하는 상황”이라며 “올해는 어떻게든 버텨내겠지만 내년에는 감당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인구절벽의 거대한 쓰나미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뒤덮고 있다. 그 여파가 초등학교, 중·고교, 대학으로 번지는 건 시간문제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의 어린이집 수는 3만9171개로 전년 대비 1067개가 감소했다.
어린이집 수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0년 1919개에서 2013년 4만3770개로 꾸준히 증가했으나 2014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로 전환한 이후 5년 연속 감소세다. 어린이집 수는 2014년 4만3742개로 전년 대비 28개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 1225개, 2016년 1433개, 2017년 846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다시 1067개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세종시를 제외하고 16개 시도에서 어린이집이 모두 감소했다. 서울이 전년 대비 218개 감소했고, 경기가 143개, 경남이 102개, 전북이 100개, 대전이 99개 줄었다. 이어 경북 87개, 강원이 63개, 대구 59개 등 순이다.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세종시는 어린이집이 343개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년대비 54개 증가했다.
어린이집 감소에 이어 유치원 수도 14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전국 유치원 수는 8987개(지난해 10월 1일 기준)로 2017년 9029개에서 42개 줄었다. 2004년 8246개로 전년(8292개소) 대비 46개 감소한 뒤 14년 만에 처음 유치원 숫자가 줄었다.
신입원아 수도 지난해 30만596명으로 전년 30만8648명보다 8052명 줄었다. 2016년 신입원아 수가 32만5099명으로 전년(33만2248명) 대비 7149명 감소하며 감소세로 전환한 뒤 3년 연속 감소 중이다.
초등학교에도 인구감소 쓰나미의 여파가 도달했다. 전체 학교 숫자와 증가세가 간신히 유지되고 있으나 학생 숫자는 감소세가 뚜렷하다. 2011년 313만2477명이던 초등학생 숫자는 지난해 271만1386명으로 42만1092명 감소했다.
기록적인 초저출산 추세가 이어지면서 통계청이 오는 28일 발표할 ‘2017∼2067년 장래인구특별추계’에서 출생아 수 감소 추이도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통계청은 2016년 발표한 장래추계에서 지난해 출생아 수를 ‘중간 수준의 출산율’을 가정한 중위 추계 기준 41만1000명을 예측했다. 실제 출생아 수 32만6900명과 무려 8만4100명이나 차이가 벌어졌다. 낮은 출산율을 가정한 저위 추계에서는 37만6000명을 예상했지만 이마저도 크게 빗나갔다. 출산율 가정 자체가 틀렸으니 출생아 수 가정은 빗나갈 수밖에 없었다.
통계청은 2016년 장래추계에서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을 중위 추계로는 1.22명, 저위 추계로는 1.13명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합계출산율 0.98명을 기록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진 국가가 됐다.
통계청은 이번 특별추계에서 출생아 수 감소 추이와 합계출산율 추이, 그에 따른 인구 감소 시점을 애초 예상보다 앞당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지난해 11월 “출산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해 총인구 감소 시점도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통계청은 이번에 발표할 특별추계에서 출산에 영향을 주는 혼인이나 출산패턴 변화 등 인구·사회학적 요인을 반영하는 출산단기모형을 새로 개발해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박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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