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예매 없이, 얼굴 가리고, 금요일 심야에..해외도피 정황 뚜렷

정대연 기자 입력 2019.03.24. 15:23 수정 2019.03.24.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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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김학의 긴급출국금지까지 긴박했던 순간
ㆍ비슷한 복장 가족 대역 시키고 검은 양복 두 남성이 경호
ㆍ승객 리스트 이름 확인 → 법무부 보고 → 대검 조사단에
ㆍ김, 도주 의혹에 “다음달 4일 돌아오는 왕복 티켓 구매”

성범죄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3일 새벽 인천공항에서 긴급출국금지 조치로 태국으로의 출국을 제지당한 뒤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채 공항 청사를 빠져나오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3)은 항공권을 예매하지 않고 22일 밤 인천국제공항 티켓 카운터에서 태국 방콕행 항공권을 샀다.

출입국 당국과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말을 종합하면, 티켓을 산 김 전 차관은 그날 오후 11시쯤 출국심사대를 무사통과한 뒤 공항 탑승게이트 앞에서 23일 0시20분 출발하는 항공편을 기다렸다. 탑승객 리스트에 김 전 차관이 있는 것을 확인한 출입국관리 공무원이 이를 곧바로 법무부에 보고했고, 김 전 차관의 성범죄 의혹 사건을 조사 중인 대검 조사단에도 이 사실이 전달됐다.

자정 무렵 조사단에 파견된 한 검사가 원소속청인 서울동부지검 검사 신분으로 김 전 차관을 피내사자로 입건한 뒤 긴급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요청했다. 조사단은 강제수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검사 신분으로 출국금지를 요청한 것이다. 이후 출입국 공무원들이 출국을 막았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조치 후 사후 승인했다.

김 전 차관은 5시간가량 공항에서 대기하다 23일 오전 5시쯤 공항을 빠져나왔다. 김 전 차관이 공항을 나갈 때 촬영된 영상을 보면 김 전 차관과 외모가 비슷한 남성이 흰색 마스크를 쓰고 앞장서자 이 사람에게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 남성은 김 전 차관 가족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은 검정 선글라스와 흰색 모자, 자주색 목도리로 얼굴을 가린 채 이 남성을 뒤따랐다.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성 2명이 김 전 차관이 준비된 차량에 탑승할 때까지 양옆에서 그를 경호했다.

예매를 하지 않은 점,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렸다는 점을 보면 김 전 차관이 자신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기 전 해외로 도피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이미 그는 지난 15일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출석 요청에도 불응했다. 김 전 차관 측은 다음달 4일 돌아오는 왕복 항공권을 구매했다며 도주 의도가 없었다고 말한다.

법무부는 이날 긴급출국금지 외에 체포·구금 조치는 하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내 소재지도 따로 확인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범죄 피의자로서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 염려나 도망 우려가 있는 때 출입국관리 공무원에게 긴급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

김 전 차관은 증거인멸 염려나 도망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현재 피의자로 입건된 신분은 아니다. 긴급출국금지가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조치라는 지적도 나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피내사자도 피의자에 포함되기 때문에 법적 문제는 없다”고 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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