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들은 왜 중국을 경계하나..자본과 인구로 '경제적 지배' 우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2019. 3. 2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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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러시아 극동지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현지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대 중국 경제적 종속 및 자원 수탈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러시아 법원은 최근 중국 헤이룽장성의 한 기업이 러시아 현지법인을 내세워 시베리아 지역의 바이칼호 인근에 짓고 있던 생수 공장에 대해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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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법원, 바이칼호 中 생수공장 공사중단 명령, 관광객들 '원래 중국 땅인데 빼앗겼다' 자극

중국이 러시아 극동지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현지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대 중국 경제적 종속 및 자원 수탈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러시아 법원은 최근 중국 헤이룽장성의 한 기업이 러시아 현지법인을 내세워 시베리아 지역의 바이칼호 인근에 짓고 있던 생수 공장에 대해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바이칼호에 생수공장을 세우는 프로젝트가 알려지자 러시아 내에서 환경 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분출됐다. 지난 1월 공사가 시작된 뒤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에 100만명 이상이 서명을 했다.

바이칼호수는 최고 수심 1742m로 지구상 호수 가운데 가장 깊은 수심을 자랑하며 약 2500여 종의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당초 중국 기업은 바이칼호에서 생산한 생수를 중국과 한국 등으로 수출할 계획이었으나 결국 법원에 의해 제지당했다.

공사중단은 바이칼호의 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내면에는 중국인들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반감과 경계심이 깔려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으로 서방의 제재가 시작되자 러시아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해 양국의 경제적인 유대도 한층 강화됐다.

중국의 대러시아 투자는 10년 동안 9배 가까이 늘어 2017년 138억 달러(약 16조원)에 달했다. 중국 투자의 3분의 2는 광업, 임업, 어업, 농업 등 러시아의 풍부한 천연자원 개발에 쏠렸다.

중국의 투자 확대는 역사적으로 중국에 대해 민감한 시베리아와 극동지역 러시아 주민들의 정서를 자극했다. 러시아 주민들은 중국이 시베리아 벌목사업을 확대하면서 러시아의 원시림을 파괴하고, 중국 기업들이 수십만 헥타르의 유휴지를 농사용으로 임대해 땅을 잠식해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중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인들에게 인기있는 관광지인 바이칼 호숫가에 짓고 있는 호텔을 사들이면서 러시아인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제정치 전문가인 로버트 카프란은 “러시아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이 극동지역에 대해 인구와 경제력을 바탕으로 지배권을 행사할 것이란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858년과 1860년 중국 청나라는 두 번의 조약을 통해 러시아에 100만㎢ 이상의 땅과 섬을 넘겨주는 치욕을 겪었다. 양국은 이 지역에서 1960년대 후반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 전면전을 벌일 뻔하기도 했다.

특히 극동 지역에 사는 러시아인은 830만 명에 불과한 반면, 중국 동북 3성의 인구는 9000만 명에 달해 러시아가 영토를 지키는데 인구수에서도 불리하다는 불안감이 러시아인들 저변에 깔려 있다.

게다가 극동지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은 “이 땅은 원래 중국 땅인데, 러시아가 훔쳐갔다”는 말을 서슴지 않아 반감을 더욱 부추긴다고 한 러시아인은 전했다.

최근 한 중국 외교관이 러시아 기자에게 중국 경제침체에 관한 기사를 삭제하라고 협박한 사건도 러시아인들의 반중 감정을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러시아의 중국 전문가인 알렉산더 루킨은 “중국 외교관의 그런 행태는 러시아에서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중국 최고 지도부는 상생과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대외관계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패권 국가를 추구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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