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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향해 다가오는..암석 뿜는 소행성 '베누'

김기범 기자 입력 2019.03.2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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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NASA가 우주 탐사 목적지로 ‘베누’를 선택한 이유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지난 1월19일 촬영한 소행성 베누의 암석 파편 분출 모습. 오시리스-렉스는 이 소행성의 표토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애리조나대학·록히드마틴 제공

“소행성 베누는 2135년 지구에 달보다 더 근접하게 된다. 2175년과 2195년에는 그보다 더 지구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다. 베누가 그때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낮을지 몰라도, 우리 후손들은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수집한 자료들을 통해 이 소행성의 위협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탐사선 오시리스-렉스의 목적지로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의 소행성 베누(Bennu: 101955)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 지구와 충돌 가능성은 2700분의 1

2135년 달보다 더 가까이 접근 충돌 가능성 ‘2700분의 1’ 불구 인류에 위협 될지 여부 연구

다이아몬드 형태의 소행성 베누는 현재 지구로부터 약 1억2500만㎞ 거리에서 1.2년 주기로 태양을 공전하고 있다. 1999년 처음 발견된 이 행성은 공전궤도가 매년 태양 쪽으로 284m가량 이동한다. 이른바 ‘야르코프스키 효과’다. 폴란드 과학자 이반 오시포비치 야르코프스키가 1901년 제시한 이론으로, 태양의 복사열이 소행성의 한쪽면을 데우면서 회전에 영향을 줘 궤도가 변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궤도가 계속 달라지면 2135년 베누가 지구에 근접할 때 충돌할 가능성은 2700분의 1이라고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극히 낮은 가능성이긴 해도 인류의 절멸을 불러올 치명적 사건이라고 본다면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이다.

현재 베누를 탐사 중인 오시리스-렉스는 2016년 9월8일 지구를 출발해 2년3개월가량의 비행 끝에 지난해 12월3일 베누 궤도에 도착했다. NASA는 이 탐사선이 지난해 12월부터 오는 2021년 3월까지 약 2년4개월에 걸쳐 소행성 궤도 및 표면에서 관측을 실시해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베누의 공전궤도를 지금보다 60배가량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누가 실제 인류에게 위협이 될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오시리스-렉스는 베누 궤도를 돌다가 오는 2020년 7월 이 소행성에 착륙해 약 3.4m 길이의 로봇팔로 질소를 분사해 공중으로 떠오른 표토 시료를 채취할 예정이다. 채취할 물질의 무게는 60g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오시리스-렉스는 2021년 3월 베누를 떠나 2023년 9월24일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 태양계 비밀 간직한 타임캡슐일까

NASA가 지난해 11월 홈페이지에 게재한 “왜 베누인가? 10가지 이유들”이라는 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인류의 소행성 탐사에는 과학적 목적 외에도 인류의 생존이라는 실용적인 목적도 포함돼 있다.

우선 NASA가 베누를 선택한 것은 탐사가 비교적 용이하고, 과학적 목적에도 부합했기 때문이다.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 내의 무수한 행성 중에서도 비교적 지구와 가깝고, 적당한 크기여서 자전속도가 지나치게 빠르지 않다. 이들 조건에 합당한 소행성은 지구에 가까운 소행성 7000여개 중에서도 5개뿐이었다. NASA에 따르면 직경이 200m 이하인 소행성은 자전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탐사에 적합하지 않은데 베누의 직경은 약 492m이며 4.3시간 주기로 자전을 한다.

베누는 태양계 초기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소행성으로 베누 내부의 일부 무기물질들은 태양계 자체보다 더 오래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베누가 ‘태양계 초기의 비밀을 간직한 타임캡슐’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베누처럼 태양계 탄생 이후 별다른 변화 과정을 겪지 않은 소행성들은 태양계 진화 단계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넓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베누 같은 소행성들이 무수히 모여 있는 소행성대가 존재하는데 과거에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미지의 제5행성이 존재하다가 이 행성이 무수히 많은 파편들로 쪼개지면서 소행성대가 만들어졌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현재는 태양계가 형성되던 시기 이 부근에 존재했던 잔재물들이 목성 중력의 영향 등으로 인해 행성으로 만들어지지 못한 채 남겨져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6년 출발한 ‘오시리스-렉스’ 착륙 후 표토 시료 채취·분석 땐 지구 생명의 기원 이해 도움될 듯

NASA는 베누 표면으로부터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가져올 계획이다. 이 시료를 분석하면 소행성들이 지구로 생명의 기원이 되는 요소들을 실어날랐는지 여부에 대해 이해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누에는 생명 활동에서 중요한 원소인 탄소가 다량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서다.

게다가 베누에는 철, 알루미늄 등이 풍부하게 존재하며 백금 같은 값비싼 광물도 매장돼 있을 것으로 NASA는 보고 있다. 이 소행성에 존재하는 광물들의 자원화가 가능한지 여부도 이번 탐사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기대된다.

태양계 내 행성들과 소행성대의 상상도. 태양을 주위로 가장 가까이에서 공전하는 수성부터 금성, 지구, 화성, 목성 등의 공전 궤도와 소행성들의 모습을 표현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 돌을 뿜는 소행성 베누

베누 탐사는 아직 초기단계임에도 학계를 놀라게 하는 성과들이 이어지고 있다.

오시리스-렉스가 촬영한 베누의 이미지를 분석하던 NASA의 과학자들은 예상조차 못했던 현상을 발견했다. 지난 1월6일 베누 상공 1.6㎞에서 촬영된 이미지 속 소행성 베누는 크고 작은 암석들을 상공으로 분출하고 있었다. 이처럼 암석들을 뿜어내는 천체는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탐사선에 의해 실제로 관측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NASA 오시리스-렉스 프로젝트의 수석연구원인 애리조나대 단테 로레타 박사는 “이번 분출의 발견은 과학자 인생에서 가장 놀라운 발견”이라고 말했다.

오시리스-렉스가 추가로 보내온 이미지들을 분석한 결과 베누의 같은 영역에서 계속해서 수㎝ 에서 수십㎝ 크기의 암석 파편들이 분출됐다. 이 파편들은 대부분 베누의 중력을 벗어나 우주 공간으로 멀어져갔고, 일부는 중력을 탈출하지 못한 채 베누의 주위를 돌다가 지표에 낙하하는 경우도 있었다. 베누가 암석 파편을 분출하는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NASA를 포함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지난 20일 오시리스-렉스의 근접 탐사 내용을 분석한 논문 7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와 네이처 천문학 등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표면이 평평하고, 큰 바위들 일부가 존재할 것으로 여겨진 것과 달리 실제 베누의 표면 지형은 매우 거칠었고, 1m가 넘는 바위들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또 논문에서 물이 포함돼 있는 광물이 풍부한 것으로 볼 때 베누가 지구 생명의 기원이 된 유기화합물을 전해준 천체와 같은 종류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베누의 내부 구조가 구멍이 많은 다공성 구조라는 분석결과도 나왔다.

■ 잇따른 소행성 탐사 프로젝트

소행성에서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는 프로젝트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010년 탐사선 하야부사호를 통해 소행성 이토카와에서 시료를 수집해 회수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일본도 유사 소행성 ‘류구’ 탐사 내달 첫 인공 충돌구 생성 실험

또 2014년 12월 발사한 하야부사 2호를 통해 일본어로 ‘용궁’을 뜻하는 소행성 류구(Ryugu: 162173)를 탐사 중이다. 지난해 6월 류구에 도착했으며, 2020년 말에 이 소행성의 시료를 회수할 계획이다.

일본 과학자들이 중심이 된 국제공동연구진도 하야부사 2호의 탐사결과를 지난 20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논문들에 따르면 궤도와 구성물질을 분석한 결과 소행성 류구는 베누와 마찬가지로 다공성 구조이다. 직경 900m 정도에 팽이 모양인 류구의 모태가 된 천체는 소행성대 내의 직경 55㎞인 소행성 폴라나나 직경 37㎞인 오이라리아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천체가 약 14억년 전이나 8억년 전쯤 다른 천체와 부딪히며 생긴 잔해들이 뭉쳐지면서 현재의 류구가 됐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JAXA는 내달 5일 하야부사 2호를 통해 류구에 인공 크레이터(충돌구)를 만드는 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태양계 천체에 인공 크레이터를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JAXA는 크레이터의 생성 과정을 관찰하고, 소행성 내부의 물질을 채취하기 위해 약 500m 상공에서 2㎏ 무게의 구리로 만든 금속충돌장치를 소행성에 발사한 뒤 폭발시켜 지름이 최대 10㎝ 정도인 인공 크레이터를 만드는 방법을 고안했다. 하야부사 2호가 이렇게 채취한 시료를 가지고 2020년 말쯤 지구에 돌아온다면 처음으로 태양계 천체 내부의 시료에 대한 분석이 이뤄지면서 태양계 생성과 생명의 기원에 대한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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