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국 외교관은 미국을 가르치려 하고, 일본은 자신들이 도울 것 없나 물어"

김현기 입력 2019.03.25. 00:07 수정 2019.03.25.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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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본 한·일 외교 스타일


위기의 한국 외교 <상>
워싱턴 외교가에는 현 한·미 동맹의 위기가 두 지도자 간의 정책이나 가치관의 차이만으론 설명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미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워싱턴 내 한·일 외교의 차이를 설명한다.

“한국 외교관은 만나면 바로 우리를 가르치려 한다. 그러곤 뭘 해달라고 부탁한다. 부탁을 들어주면 그 후로 한동안 연락이 끊긴다. 나중에 또 연락이 와 만나면 또 부탁이다. 일본 외교관은 만나면 먼저 ‘내가 널 위해 뭘 해줄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도와주려 한다. 그러니 나도 ‘우리 쪽에선 뭐 도와줄까’라고 하게 된다.”

지난달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들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면담한 후 워싱턴 외교가엔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진 이날 면담에 대해 문 의장과 여권 주요 인사들은 “펠로시 의장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는) 여러분 희망대로 됐으면 너무 좋겠다’는 말을 썼다. 펠로시 의장이 (우리의 설득에) 충분히 이해한 것으로 해석됐다”고 했기 때문이다.

미 의회 관계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 모두 ‘오 마이 갓(맙소사)’을 외쳤다. ‘여러분 희망대로 되면 좋겠다’란 말이 도무지 말이 안 통할 때 말을 끊는 표현인 줄 모르는가. 어떻게 확인도 하지 않고 그런 천지차의 곡해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도 상당한 불쾌감을 표출하고 ‘차후 한국 인사 면담 때 참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도 했다. 당시 해프닝은 한·미 양국뿐 아니라 제3국 외교관 사이에도 한동안 화제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한 고위 인사는 “한국은 외교관이나 관료, 정치인 할 것 없이 패턴이 같다. 논리나 근거가 부족하면 ‘우릴 이해해 달라’고 한다. 예전엔 동맹 하나 믿고 들어줬지만 이젠 우리(미국)의 국익을 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싱크탱크 관계자는 “북핵 문제의 핵심인 ‘비핵화 의지’에 대해 한국은 그냥 ‘과거와 다르다. 이번에는 우리가 맞다’고만 한다”며 “이게 판이 잘 굴러갈 때는 별문제가 안 되지만 (북·미 협상이) 틀어지면 책임 문제로 번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의 주장을 듣고 있으면 이도저도 아닌 모호한 입장이 많아 미국 관리들이 우습게 보는 경향도 있다”며 "차라리 ‘우리의 국익은 이거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겠다’고 강한 의지를 주장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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