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명줄 쥔 '판도라 상자', 전면공개 싸고 워싱턴 사생결단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2019. 3. 25.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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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개월 수사결과 법무장관에 제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22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수사는 마무리됐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에게 정치적 치명상을 입히면서 내년 대선까지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지겠다는 민주당 간의 사생결단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전투는 수사에서 정치적 영역으로 이동했다고 지적했다.

뮬러 특검의 수사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논의로 곧바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그러나 수사보고서에 메가톤급 내용이 담겼을 경우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을 중심으로 ‘트럼프 탄핵’ 주장이 불꽃처럼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뮬러 특검은 22일 러시아 스캔들 수사보고서를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에게 제출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2017년 5월 17일 시작돼 675일 동안 이어진 ‘마라톤 수사’가 끝을 맺은 것이다.

특검 수사의 표적은 단 한 명,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러시아 스캔들은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선거캠프와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공모·내통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받는 의혹은 두 가지다. 하나는 러시아와의 접촉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다. 다른 하나는 특검과 미 연방수사국(FBI)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압력을 가한 것이 아니냐는 ‘사법 방해’ 의혹이다.

수사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최대 이슈는 특검 수사보고서의 전면 공개 여부다. 특검 보고서의 파장은 예측할 수 없어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운명을 특검 보고서가 쥐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의회는 특검 보고서와 (수사 결론을 도출하는데 큰 역할을 한) 증거자료를 모두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일부 선택된 의원들을 대상으로 비밀 브리핑을 시도할 경우 거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법에선 특검 보고서의 공개 여부나 공개 범위는 법무부 장관이 정한다. 바 법무장관은 장고에 들어갔다. 그는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수사보고서의 어떤 부분을 의회와 대중에 공개할 수 있을지에 대해 뮬러 특검,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 법무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바 장관이 고위 참모들과 보고서 공개 범위를 결정하기 위해 법무부 안에 틀어박혀 있다”면서 “뮬러 특검은 이날 함께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또 “특검 보고서가 적어도 하루 정도 더 기밀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르면 24일 보고서 내용이 공유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바 장관이 전면 공개를 택할지, 결론 등에 대해서만 부분 공개를 택할지는 미지수다. 미 하원은 지난 14일 전면 공개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찬성 420표, 반대 0표로 가결했다. 바 장관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을 생각하면 전체 공개를 피하고 싶지만 의회와 여론의 압력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법무부 고위 관리는 “특검 보고서를 본 사람은 법무부 내에서도 소수에 불과하며, 보고서 사본이 백악관에 전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이 수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추가 기소자가 없다고 밝힌 것도 논란을 야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소되지 않자 트럼프 측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또 특검 수사가 조작된 수사였음을 시인한 것이라고 반격을 가했다.

그러나 WP는 “현직 대통령은 기소될 수 없다는 법무부의 법률적 해석을 뮬러 특검이 수용한 결과”라면서 “트럼프 측근 인사들이 대부분 기소됐기 때문에 특별히 추가기소할 인물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침묵을 지켰다. 그는 22일 카리브해 정상들과의 회동을 위해 개인 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아 주말 동안 머물렀으나 특검 수사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특검 수사가 시작된 2017년 5월 이후 ‘No Collusion(공모는 없다)’는 말을 연설·발언·인터뷰에서 최소 231회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비선 실세’인 로저 스톤과 폴 매너포트 전 선대본부장 등 최측근 인사 6명을 포함해 개인 34명과 러시아 3개 기업을 기소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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