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산5개 깎아 공항 넓히라고? 수조원 날리기전에.."

부산= 대담 박재범 정치부장, 정리 정진우 임윤희 기자 입력 2019.03.25. 04:37 수정 2019.03.25.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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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머투초대석]②오거돈 부산시장, "김해신공항은 '동남권 관문공항' 불가능"
오거돈 부산광역시장이 지난 22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집무실에서 머니투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 더리더

‘동남권 관문공항’

오거돈(71, 사진) 부산광역시장이 지난 2월13일 “부산을 통째로 바꾸겠다”며 발표한 ‘부산 대개조’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이다. 키워드는 △혁신 △연결 △균형. 박근혜정부때 결정한 김해신공항(현 김해공항 확장)으론 부산이 대한민국 해양 수도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게 골자였다. 부산 시민들은 열광했다. 오 시장은 “800만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 새로운 공항을 만들어야한다”고 했다.

이날 발표 현장엔 문재인 대통령도 있었다.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변호사 생활을 했던 문 대통령은 부산 사상구에서 국회의원 배지도 달았다. 태어난 곳은 경남 거제지만 부산은 문 대통령에게 정치적 고향이다. 오 시장은 경남중과 경남고 5년 후배인 문 대통령 앞에서 진심을 담아 ‘동남권 관문공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 직후 부산지역 경제인과 가진 오찬에서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영남 5개 광역단체의 합의가 우선"이라며 "여의치 않을 경우 국무총리실에서 검토할 수도 있지만, 그런 과정 때문에 사업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은 문 대통령이 얘기한 ‘총리실 검토’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22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시장실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난 오 시장은 "문 대통령의 총리실 이관 말씀도 공항으로 인한 지역 간 갈등 유발을 바라지 않는 바람과 더불어 전 정권 결정에 대한 합리적인 재고가 필요하다는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산신공항은 안전과 소음, 확장성, 군 공항의 한계, 환경훼손 등 해결 불가능한 문제점들로 인해 애초부터 불가능한 정책이었다"며 "이게 4대강 사업처럼 잘못된 정책 결정이었다는 걸 전국민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왜 김해신공항은 ‘동남권 관문공항’이 안된다고 할까. 그의 솔직한 얘기를 들어봤다.

오거돈 부산광역시장이 지난 22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 더리더


- 부산신공항 문제가 다시 사회적 이슈가 됐습니다.
▶ 부산시는 20년 전부터 동남권 관문공항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당연히 가장 먼저 김해공항 확장을 고민했죠. 부산시뿐 아니라 국토교통부도 전문기관 용역을 통해 김해공항 확장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때 정치적 판단으로 김해 신공항을 결정한 겁니다. 잘못된 정책 결정이었죠. 우리는 이 문제를 바로 잡고 싶습니다.

- 지금도 검증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지난해 10월부터 공항 전문가 40명으로 구성된 ‘부울경 검증단’이 또 검증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나온 중간발표에서도 불가능 판정이 나왔습니다. 이달 말 최종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여기서도 불가능 판정이 나오리라 확신합니다. 수조원의 예산을 쏟아 붓기 전에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김해신공항은 왜 문제라는 건가요.
▶ 김해공항 주변에 산이 5개 있습니다. 김해신공항은 현재 김해공항에서 활주로를 추가로 만드는 등 확장이 핵심입니다. 그럴려면 이 산들을 절단해야 합니다. 그래도 활주로가 짧아 조종사들이 위험하다고 호소합니다. 산을 깎으니 당연히 환경파괴 논란도 있습니다. 또 지금도 소음이 심해 공항 주변 시민들 불만이 많은데, 여기에 활주로 하나 더 만들면 지금보다 소음이 9배 커집니다. 경제성도 없고 김해공항이 군사 공항이라 확장성도 없습니다. 통제권이 국방부와 공군에 있기 때문이죠.

- 기존 공항을 활용하면 경제성은 오히려 있는게 아닌가요.
▶ 김해공항 확장안이 나온 건 건설비가 4조1700억원으로 가장 경제적이라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을 보면 국유지 보상비용을 포함해 건설비용이 이미 6조9900억 원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주변 산 등 고정 장애물 처리 비용까지 포함하면 9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다가 향후 소음과 환경훼손 등 갈등해결에 따른 사회적 비용까지 추가한다면 그 비용은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때 이미 결정된 걸 정권이 바뀌었다고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 잘못된 정책은 당연히 바꿔야죠.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됐던 4대강 사업을 기억하실 겁니다. 잘못된 정책 결정이 얼마나 많은 갈등을 표출하며 국력을 낭비했나요? 김해신공항은 제2의 4대강 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무모한 국책사업이 ‘이미 결정된 정책’이라는 이유로 강행되고 있습니다.

오거돈 부산광역시장이 지난 22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 더리더


- 대구와 경북 즉 TK쪽에선 정치적인 이유를 들어 의심을 합니다.
▶ 김해신공항 불가론에 대해 총선을 겨냥한 정치공세란 비판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시기와 대상이 틀렸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의 3차례 걸친 관련연구에서 김해공항은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졌어요.

그래서 2011년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평가할 때도 김해공항 확장안은 포함을 안했습니다. 부산시에서 2차례에 걸쳐 검토한 결과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가 느닷없이 김해공항 확장안을 신공항이란 이름으로 포장해 결정을 내렸어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동남권의 미래를 수렁에 빠뜨린 잘못된 정치적 결정이었습니다.

- 이 문제가 지역간 갈등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겠네요.
▶ 저는 대구 신공항 문제에 대해 지지한다는 뜻을 밝힌바 있습니다. TK(대구·경북)까지 포함한 영남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저는 언제든지 다른 지방자치단체장과 만나고 협의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부울경 지자체는 지금 하나가 돼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남권 관문공항은 꼭 부울경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나라입니다. 남부권에도 인천공항과 같은 규모의 국제공항 시스템이 갖춰져야 지방 균형발전이 이뤄집니다.

- 정부의 정확한 입장은 뭔가요.
▶ 문 대통령의 총리실 이관 말씀도 지역 간 갈등이 생기지 않기 바라는 마음에서 나왔다고 봅니다. 또 전 정권 결정에 대한 합리적인 재고가 필요하다는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부산 신공항의 심각한 문제점들 국토부에 수차례 전달했지만 모두가 납득할 만한 답변이 없었습니다. 이달 중 발표되는 최종 검증 결과를 토대로 의견을 정리해 총리실로 이관해 최종 판정을 받을 계획입니다.

- 그동안 노력이 성과를 냈다고 생각하시나요.
▶ 잘못된 정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결과 국가적 이슈로 만드는 큰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관문공항을 향한 마지막 승부만 남았다고 봅니다. 대구, 경북과는 시도지사협의회, 영호남 시도지사협력회의 등을 통해 계속 만나고 있고 지역균형발전협의체 등을 통해서도 수도권 공장 총량제 완화 동향과 같은 균형발전 현안들에 문제의식을 갖고 부울경 정치권과 연대해 한 목소리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늦어도 올해 추석 전에는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거돈 부산광역시장이 지난 22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 더리더


- 일각에선 부산 가덕도에 관문공항을 건설해야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 관문공항을 부산 가덕도나 다른 곳에 크게 지을 경우 적자가 커질 것이라고 하는데, 김해공항은 연 당기순이익 1000억원이 넘는 흑자 공항입니다. 인천공항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제선 1000만명을 달성한 공항으로 수요가 충분합니다.

800만 부울경 시민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에 가다보니 매년 3500억원을 길거리에 버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규모면 인천공항으로 충분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구 5000만명인 우리나라 정도면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공항과 뮌헨공항처럼 복수 관문공항 체제를 비롯해 미국 뉴욕 JFK공항과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처럼 항만과 물류 연계 공항이 있어야 합니다.

-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실 계획인가요.
▶ 부산은 지역혁신과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도시입니다. 인접한 동남권은 물론이고 남해안권, 서울 등 어느 시도든 지역의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자 합니다. 신남방과 신북방 시대에 맞는 지역의 과제를 고민하고 광역권 협력을 통한 시너지로 국가균형발전을 견인할겁니다. 수도권이나 대구·경북과도 갈등이 없도록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계획입니다. 정책만큼이나 홍보가 중요합니다. 전 국민을 설득해 나가겠습니다. 총리실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정을 내릴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할 생각입니다.

- 동남권 관문공항과 더불어 미래 신산업도 직접 챙기신다고 들었습니다.
▶ 부울경 전체가 수소경제 전문 지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각종 미래 산업을 수소와 연계해 발전시키는 구상을 하고 있죠. 예를 들어 울산은 현대자동차가 있기 때문에 수소자동차의 메카로 키우고, 우리 부산은 수소선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인 수소분야에서 신산업이 나올 수 있도록 부울경 지자체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특히 수소선박 같은 경우엔 일반 선박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없앨 수 있도록 친환경 선박으로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우리 부산이 수소선박의 미래를 이끌어 갈 것입니다.

부산= 대담 박재범 정치부장, 정리 정진우 임윤희 기자 econph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