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영등포역 '불법 노점상' 철거되던 날.. 시민들 "아주 잘 됐어" 반색

정용부 2019. 3. 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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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할 거 라더니.. 25일 기습 강제 집행
노점상 빈자리엔 기름때와 파손된 거리
시민들, 대부분 "잘 했다"
▲ 25일 영등포 구청 직원이 살수차를 이용해 철거된 노점상 빈자리를 청소하고 있다.

▲ 노점상을 철거한 빈 자리에는 곳곳에 보도블록이 꺼져 있었다. 그래서 구청은 임시로 도로 환경정비에 나섰다.

“아이고 정말 잘 했어. 아주 잘 됐어”
25일 오후 1시 30분께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앞 영중로에서 만난 한 시민이 철거된 노점상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영등포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지게차 3대, 5t 트럭 4대, 청소차 3대 등과 인력 42명을 동원해 영등포역 부근 노점상 45곳을 철거에 나섰다.

앞서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이번 달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월 중 노점상을 정리할 것‘이라 언급했지만, 이보다 앞당겨 기습적으로 철거 작업이 이뤄졌다.

이날 철거 작업은 사전 예고 없이 시작됐지만 다행히 물리적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동안 영등포역 삼거리에서 영등포시장까지 이르는 390m 구간 영중로는 불법 노점상 70여 곳이 인도를 점거하고 영업을 해와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 시민들, 대부분 “잘 했다”
“어 포장마차 다 어디 갔어?” 지하철 영등포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온 한 50대 남성이 놀라 말했다. 이어서 그는 “없어지니까 얼마나 좋아”라고 반색했다.

이날 거리에서 만난 시민 대부분은 구청의 행정집행에 놀라면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자신을 ‘영등포 토박이’라고 밝힌 홍 씨(60대, 남성)는 취재진에게 다가와 먼저 말을 걸었다. 그는 “깨끗하게 아주 잘했어. 하는 김에 바닥 보도블록도 싹 다 갈아엎어야 해”라면서 “여기 유동인구가 좀 많아. (그대로 놔두면) 사람들이 걸어 다니다가 걸려 넘어질 거야”라고 말했다.

또 다른 40대 여성은 “집이 이 근처라 자주 오는 편인데 그동안 다닐 때마다 불편했어요”라면서 “비가 올 때가 제일 최악이었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 인근 상인은 “얼마나 지저분했는지 몰라요. 일단 거리가 너무 깨끗해지니까 좋아요”라고 말했다.

급기야 한 시민은 구청의 청소 작업을 직접 도와주기에 이르렀다. 구청은 이날 물대포(살수차)를 동원해 거리에 물을 뿌려 청소했다. 그런데 한 곳에서 오물이 바닥에 붙어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러자 한 남성이 다가와 ‘도배칼’을 주면서 손으로 긁는 행동을 보였다.

이에 구청 직원은 이 칼을 이용해 바닥에 눌어붙은 오물을 떼어낸 뒤 빈자리를 물로 씻겨낼 수 있었다.

이 남성은 “(구청 직원이) 힘들어 보이길래 도와줬다”라며 “저기 기름때 좀 봐라”라면서 하수구에 엉켜 붙은 기름때를 가리켰다.

취재진은 그에게 ‘거리가게가 다시 들어선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고 묻자, 그는 “그분들도 먹고살려고 하는 건데, 어쩔 수 없죠”라면서 “그래도 그분들은 세금도 낼 테고, 전보단 훨씬 깨끗해질 것 같다”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에 대해 구청 직원은 “살수차를 이용해 거리 청소를 하고 있다. 오늘 일정은 여기 청소하면 이걸로 끝이다”라며 “앞으로 깨끗한 거리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 영중로로 노점애서는 각종 거리 음식을 팔았다. 도로 내 하수구 덮개에는 녹이 슬고 악취가 났다. 또 보도블록을 걷어내자 쥐가 발견되기도 했다.

▲ 노점상을 들어내자 훼손된 가로수가 눈에 들어온다.

■ 노점상 빈자리엔 기름때... 쥐 출몰
영중로 신세계 백화점 일대에는 오래전부터 노점상이 인도를 차지하면서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해 왔다. 폭 약 3~4m 인도 중에서 그 절반은 노점상이 차지하고 있었다. 노점상 중에는 떡볶이, 어묵, 붕어빵, 꼬치 등 각종 거리 음식을 비롯해 과일, 양말 등을 팔고 있었다.

이중 음식을 팔았던 노점상 자리에는 그 바닥에 오물이 묻어나고, 도로 내 빗물받이(측구)에는 그동안 상인들이 버린 기름때가 달라붙어 있었다. 보도블록은 곳곳에 움푹 꺼져 있었으며 가로수 받침대도 훼손돼 있어 재정비가 불가피해 보였다.

어떤 곳은 한 인부가 꺼진 블록을 들어내자 생쥐 한 마리가 뛰어나오면서 이를 본 한 여성이 놀라는 등 한때 작은 소동을 빚기도 했다.

이날 구청은 노점상이 사라진 거리에 남겨진 각종 오물을 살수차로 뿌려 씻어냈고, 보도블록을 정리하는 등 1차적인 환경정비를 마쳤다. 이후 오는 6월까지 제대로 된 환경 정비를 끝내겠단 계획이다.

구청은 이곳에 ‘거리가게’ 30개를 유치한다. 거리가게는 ‘노점상 허가제‘를 통해 실시되며, 노점 상인은 본인 재산 3억5000만원 미만, 부부 합산 4억원 미만의 생계형 노점이라고 구청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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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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