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북, 연락사무소 일부 인원 복귀..협의 채널 정상화

신혜원 2019. 3. 2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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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전원 철수 방침을 통보한 지 사흘 만인 오늘(25일) 일부 인원을 복귀시켰습니다. 정상 출근한 우리 측 인사들과 함께 연락대표 간 협의도 진행됐는데요. 급랭했던 남북 관계가 한 고비를 넘기게 됐다는 평가입니다. 최근 며칠간 북한의 갑작스러운 행보는 대남 공세를 통해 우회적으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걸로 보이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대북제재를 철회하겠다'면서, 다시 북측에 공을 넘겼습니다. 오늘 신 반장 발제에선 외교·안보 소식과 청와대발 뉴스를 함께 정리해보겠습니다.

[기자]

남과 북이 소통하는 방법은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이전과 이후로 뚜렷하게 나뉩니다. 과거에는 판문점에서 확성기를 들고 서서 "아아, 여기는 남측. 응답하라 북측" 이런 고전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면 이제는 한지붕 아래 상주하면서 "커피 한잔하며 회의해요" 하는 친밀한 대화가 가능해진 거죠. 지난해 시작된 한반도 긴장 완화의 '상징'과도 같은 사건입니다.

[조명균/통일부 장관 (지난해 9월 14일) : 또 하나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민족 공동번영의 산실이 되고자 합니다.]

[이선권/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지난해 9월 14일) : 공동연락사무소의 개소는 북과 남이 우리 민족끼리의 자양분으로 거두어들인 알찬 열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 개소까지는 곡절도 많았습니다. 4·27 정상회담 합의 이후, 대북제재 위반 논란, 또 북·미협상 교착으로 인해서 문을 열기까지 140일이 걸렸는데요. 다행히도, 통일부 집계 결과 올해 들어서만 모두 162차례 연락사무소에서의 남북간 협의가 이뤄질 정도로 활발한 소통의 장으로 활용돼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이었죠. 북측으로부터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통보가 내려왔습니다.

[천해성/통일부 차관 (지난 22일) : '북측 연락사무소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한다'는 입장을 우리 측에 통보하고,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하였습니다. 북측은 '남측 사무소의 잔류는 상관하지 않겠다'면서 '실무적 문제는 차후에 통지하겠다'고 언급하였습니다.]

우리 정부로서는 당혹감을 감추기 어려운 통보였습니다. 청와대, 즉각 NSC회의를 소집하고 북한의 진의 파악에 나섰죠.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오늘 "현재 북한과의 대화가 이뤄지고 있냐"는 질문에, "추후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란 답변만 내놨습니다. 하노이 이후 북미 간 신경전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가 되죠.

연락사무소에 근무하는 우리측 인원 39명은 오늘 정상근무를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출경했습니다. 대화의 불씨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입장입니다.

[김창수/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장 겸 부소장 : (북측에서) 자신들이 철수하고 그리고 우리가 연락사무소에 체류하는 것은 그것은 상관하지 않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북측의 태도도 연락사무소를 폐쇄한다거나 그런 것보다는 연락사무소를 유지하는데 불씨는 남겨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불씨를 지키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될 일들이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후에 들어온 반가운 속보입니다. 오늘 오전 북한이 사무소 전원 철수 방침을 통보한 지 사흘 만에 일부 인원을 복귀시켰다고 합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 관계자들이 평소대로 교대 근무차 내려왔다"고 하는데요. 인원은 평소 절반수준이었지만, "남북 연락대표간 협의도 진행하는 등 남북간 협의를 충분히 진행할 수 있어 기능이 정상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백태현/통일부 대변인 : 지금 개성 상황을 알려드리면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을 포함을 해서 북측 인력이 개성에 있고요. 북측하고 협의 과정이나 이런 것들은 지금 원만히 다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급랭했던 남북 관계가 한고비를 넘기게 됐다는 평가입니다. 최근 북한이 보여준 롤러코스터같은 행보, 그 밑바탕에는 최고조에 이른 북·미 간 신경전이 깔려있죠. 미국을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대신 대남 공세를 통해 '우회적 밀당'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인데요. 미국 언론 역시, 북한의 철수 통보를 비중 있게 보도하며 "북한이 남측을 압박해 한·미 사이를 갈라놓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침묵모드를 이어가던 트럼프 대통령이 입을 열었습니다. 역시나 트위터를 통해서죠. 현지시간 22일 "오늘 발표된 재무부의 대규모 대북제재안을 철회하라고 지시했다"는 트윗을 올린 것입니다

그런데 이 180자 짜리 트윗 때문에 백악관을 비롯한 미 행정부가 발칵 뒤집혔는데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현지시간 21일, 미 재무부는 북한 불법 환적 등에 연루된 선박 95척을 발표하고, 중국 해운회사 두 곳을 제재리스트에 올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그 제재인가 싶지만, 자세히 보면 '날짜'도 다르고, '대규모 제재'도 아닙니다. 그럼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제재가 있었다는 것일까요? 도대체 철회하겠다는 그 제재가 뭘 의미하는지 재무부도, 국방부, 백악관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이 오후 늦게서야 정부 소식통을 통해 "전날 발표된 제재가 아닌 곧 발표될 예정이었던 대규모 신규 제재"라는 입장으로 정리됐습니다. 이미 발표한 제재를 번복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수습한 것이죠.

이같은 해프닝은 뒤로 하고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경위야 어찌됐든 '추가 제재'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입니다. 재무부 입장을 뒤엎는 듯한 부담을 감수하면서 북한 달래기에 나섰고, 또 '톱다운 방식'으로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고도 해석 됩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현지시간 지난 13일) : (북한에 대한 최신 정보가 있습니까?) 최신 정보가 없습니다. 우리는 아주 좋은 관계입니다. (최신 정보가 들어오면) 알려주겠습니다.]

이제 공은 다시 김정은 위원장에게로 넘어갔습니다. 이달 내 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향후 어떠한 대외 행보를 보이느냐에 북·미 협상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과 러시아에 무게를 싣느냐, 아님 다시 미국과 톱다운 협상에 나서느냐인 것이죠.

오늘 청와대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북, 연락사무소 일부 복귀… 협의 채널 정상화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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