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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가 니 거가?"..쫓고 쫓기는 바다마을 '전쟁'

이규설 입력 2019.03.25. 20:40

[뉴스데스크] ◀ 앵커 ▶

요즘 바닷가에서 스쿠버다이빙 같은 수중레저 활동, 즐기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쿠버다이빙만 하고 가는 게 아니라, 어민들이 애지중지 하는 수산물까지 잡아가서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포항에선 어민들이 밤마다 보초까지 서면서 문어 지키키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하는데, 그 실태를 이규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상생의 손'으로 유명한 경북 포항시 대보 앞바다!

아름답고 평온해 보이는 이곳은 해가 지면 전쟁터로 변합니다.

값비싼 동해안 명품 수산물 '문어' 때문입니다.

마을 어장을 지키려는 어민들과 문어를 한 마리라도 더 잡으려는 다이버 모두 한 치의 양보도 없습니다.

[마을주민] "잔(작은) 문어 검사해야지!" [다이버] "죄 지었어요, 제가?" [마을주민] "(문어가) 니 꺼가? 니 꺼가? 이게 누구 건데?"

문어는 밤에 불을 비추면 몰려드는 습성이 있습니다.

주민들은 다이버들이 밤마다 마을어장에서 새끼 문어를 마구 잡아 씨를 말리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마을주민] "요거 새끼 깐 지가 얼마 안 되는 이걸 잡아서 씨를 말리는데, 이것도 합법이라고?"

어촌에선 문어를 비롯한 수산물을 지키기 위해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해 놓고 밤새 보초까지 서고 있습니다.

이곳 어촌마을에서는 해녀 30여명이 6개 조를 짜 밤낮으로 보초를 서는 실정입니다.

"빨리 나오세요!"

그러나 어민 대부분이 고령이어서 수산물을 지키기엔 어려움이 많습니다.

[서정순/해녀] "우리는 바다가 논이고, 밭이고, 은행이고…그거를, 바다를 바라보고 나는 사는 사람이에요. 눈물이 나서 내가…어젯밤에도 밤새도록 잠 한숨 못 자고…"

애매한 단속 규정도 문제입니다.

전복이나 해삼 등 어민들이 씨를 뿌려 키우는 수산물은 캐 가면 불법이지만, 그 외 수산물은 작살이나 산소통 같은 도구만 쓰지 않으면 잡아가도 처벌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문어 같은 건 다이버들이 마음대로 잡아가고, 어민들이 키우는 수산물도 감시를 피해 몰래 캐 가기 일쑤입니다.

잡힐 경우 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지만, 지난해 경북해안에서 단속된 건수는 13건, 23명에 불과합니다.

[최익로/포항 대보 2·3리 어촌계장] "불법이라는 것은 자기들도 알기 때문에 해삼이나 전복은 딱 숨겨놓았다가, 새벽에 와서 아무도 없을 때 모르게 차를 대놓고 훔쳐서 도망가 버려요."

이 문제로 어촌마다 골머리를 앓은지 십수년.

결국 일부 마을어장을 수중레저 금지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법률 개정안까지 발의됐습니다.

[박명재 국회의원/포항 남구·울릉] "필요한 경우에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마을어장구역 내에서 일정한 수중활동을 금지하도록 그 근거를 마련하는 데 뜻이 있습니다."

바다에는 주인이 없고, 건전한 레저활동은 보장돼야 하겠지만, 어민들의 생업을 침해하고 어자원의 씨를 말리는 행위까지 허용돼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MBC뉴스 이규설 입니다.

이규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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