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브리핑] '진짜 김학의를 찾아라'

손석희 2019. 3. 25.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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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영무자.

풀어서 쓰면 '그림자 무사'라는 의미의 가게무샤는 일본 전국시대에 성행한 위장 전술입니다.

주군을 보호하기 위해 닮은 사람을 대신 앞에 내세워서 위험을 피한다는 것이지요.

권력의 대역이라는 소재가 흥미로워서인지 비슷한 내용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러 차례 변주돼서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이 가게무샤는 현대사에서도 종종 등장하곤 했는데…

히틀러가 전쟁 말기에 자신의 대역을 앞세워 놓고 도피했다는 얘기가 여전히 남아있고, 자신이 스탈린의 대역이었다고 주장하는 누군가는 "붉은 광장에서 대신 사열을 받고 연설도 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카다피와 사담 후세인 등등 독재자일수록 암살을 두려워해 대중이 모인 자리에 대역을 내세웠다는 그럴듯한 이야기들입니다.

비록 독재자라 할 수는 없겠지만, 그에 못지않은 권력의 상층부에 있었던 그 역시 대역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진짜 김학의를 찾아라'

깊은 밤 공항에서는 때아닌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그와 닮은 누군가가 앞장서서 시선을 모으는 사이에 논란의 주인공은 건장한 경호원을 대동한 채 그 뒤를 따르고 있었지요.

감쪽같았다고까지는 할 수 없었으나 그래도 기자들을 헷갈리게 할 만큼은 되어서…

질문이 대역에게 날아가는 촌극 끝에서야 진짜가 누군가를 알아챘다는 뒷얘기가 무성했습니다.

"옆에 있는 닮은 사람은 가족 중 한 명"
"비행기도 왕복 티켓…"
"짐이 간단한 옷가지 몇 벌뿐"
- 김학의 전 차관 측

장황한 변명에도 불구하고 치밀하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던 장면이었습니다.

더구나 이 난데없는 가게무샤 소동으로 인해서 재수사는 더욱 급물살을 타게 되었으니 그의 가게무샤는 어찌 보면 주군을 가려준 것이 아니라 그의 존재를 세상에 더 또렷하게 드러나게 해준 역설을 가져온 것이 아닌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별장 성범죄' 의혹

논란의 주인공은 앞으로 대신 나서줄 이도 없이 스스로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대면하게 되었으며…

그래서 주말의 어느 날 밤, 공항에서 벌어진 가게무샤 소동은…

한 편의 코미디 같기도 하고…

한 편의 리얼리티 드라마 같기도 하다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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