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중국 비난한다고 미세먼지 문제 해결 안 돼"

천권필 2019. 3. 2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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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훈토론회에 참석, 미세먼지 특별기구 위원장 수락 배경 설명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참석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한 나라를 비난하고, 책임을 추궁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중국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이하 특별기구)’ 위원장을 맡은 배경과 앞으로 활동 방향을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망설임도 없지 않았고, 많은 분이 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왜 떠맡느냐는 것이었다”면서도 “해외에 나가서는 기후변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외치면서 정작 우리나라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기여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이를 어떤 이유로든 회피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위원장직을 수락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세먼지는) 모든 문제가 엮여 있고 많은 이해관계가 다른 사회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고, 상당히 엄숙하고 비장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 “미세먼지 문제는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등 동북아 지역 국가들과 공동 대응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한·중 사이에 미세먼지 책임론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반 전 총장은 “워낙 미세먼지가 심각하고 그야말로 앞이 안 보이니까 책임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 나라를 비난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단계도 지났고, 그렇게 해서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중국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석탄발전소를 많이 쓰지만,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미세먼지를 줄이고자) 노력했다”며 “중국의 노력을 평가하면서 같이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는 방법이 올바른 접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27일 보아오포럼 이사장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그는 “중국 지도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는데, 한·중 간의 책임 공방이 아니라 이웃 나라 간의 건설적 협력방안에 대해 정부의 일을 돕고 저의 역할을 모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단의 각오로 미세먼지 전쟁 임해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뉴시스]
반 전 총장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국내 노력이 부족하다고 질타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미세먼지) 걱정만 했지 크게 한 게 없다”며 “그렇게 해야 우리도 떳떳하게 우리는 다했는데 중국은 뭐하냐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를 겨냥해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여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특별기구 하나 만들어 놓고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 유관 부처는 미세먼지 줄이기를 부처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부처의 여타 정책적 과제를 여기에 맞추는 등 특단의 각오로 미세먼지와의 전쟁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정치권을 향해서도 “미세먼지는 이념도 정파도 가리지 않고 국경도 없다”며 “정치권은 미세먼지 문제를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접근해서는 안 된다. 미세먼지 문제가 정치 문제가 되는 순간 범국가 기구는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미세먼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반 전 총장은 “미세먼지 발생원 중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분야가 꽤 많다”며 “에너지 부문을 포함해서 미세먼지 저감 방법에 대해서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을 수장으로 한 특별기구는 다음 달에 출범할 예정이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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