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digital

팀 쿡의 애플, 승부수 던졌지만.. 시장은 "너무 늦었다"

맹하경 입력 2019.03.27. 04:43 수정 2019.03.27. 10:00

TVㆍ뉴스ㆍ게임 등 신규 서비스… 윈프리ㆍ스필버그 등 거물들 참여

독보적 1위 넷플릭스에 도전장 불구 시장에선 “후발주자일 뿐” 냉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 있는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영상 스트리밍 사업을 비롯해 뉴스, 게임 등 신규 구독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애플 제공

애플은 혁신의 주인공이자 개척자였다. 운영체제(OS) 매킨토시로 PC 시장 변혁을 일궜고, 아이팟으로 MP3 플레이어 최강자 자리에 섰다. 아이패드는 지금까지도 태블릿PC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2007년 공개한 아이폰은 전 세계의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손에서 탄생한 하드웨어 혁신이란 점이다.

2011년 잡스가 세상을 떠나고 팀 쿡이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이후 그에겐 잡스와 비교하는 평가들이 끊임없이 따라붙었다. 대화면 아이폰을 출시했을 땐 “잡스가 싫어하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애플지도는 그의 대표적 졸작으로 평가받았다. 아이튠즈는 스포티파이를 쫓는 추격자 신세가 됐고 스마트폰 점유율 1위는 삼성에 내준 지 오래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팀 쿡에겐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시장의 질타에 그가 8년 만에 단행하는 가장 큰 변혁으로 대답했다. 아이폰과 맥을 만드는 하드웨어ㆍ소프트웨어 기업에서 TV와 뉴스, 게임을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애플의 새 콘텐츠 서비스. 그래픽=신동준 기자

◇‘애플판 넷플릭스’ 베일 벗다

애플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 있는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TV 플러스’와 뉴스ㆍ잡지 구독 서비스 ‘애플 뉴스 플러스’, 게임 구독 서비스 ‘애플아케이드’, 신용카드 서비스 ‘애플카드’ 등 4가지 신규 서비스를 소개했다.

가장 마지막에 소개된 애플TV 플러스가 단연 주인공이었다.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독보적 1위 넷플릭스에 대한 애플의 대응이었기 때문이다. 애플TV 플러스에서는 HBO, 쇼타임, CBS 등 기존 케이블 채널과 함께 애플의 자체제작(오리지널) 시리즈물을 만날 수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로는 오프라 윈프리, 스티븐 스필버그, 제니퍼 애니스턴 등 거물들이 참여하는 TV 프로그램, 영화, 다큐멘터리가 제공된다. 에디 큐 애플 수석부사장은 “세계 최고의 스토리텔러들로 구성된 라인업이 애플TV 플러스에 꾸려졌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2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 있는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올 가을 애플TV 플러스를 통해 방영될 콘텐츠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어릴 적 아버지가 들려주던 스토리에 영감을 받은 '어메이징 스토리'라는 SF쇼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 제공

애플 뉴스 플러스는 3년 된 ‘애플 뉴스’를 잡지까지 넓힌 확장판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빌보드, 뉴요커 등 300여개 매거진과 월스트리트저널(WSJ), LA타임스 등 주요 신문을 한달 9.99달러로 한꺼번에 구독할 수 있다. 애플아케이드는 사카구치 히로노부, 켄 윙, 윌 라이트 등 유명 창작자들의 게임이 독점 제공되는 공간으로 100개가 넘는 게임을 월정액으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 마스터카드와 함께 운영하는 신용카드 애플카드로 금융업에도 진출한다. 연회비와 해외사용 수수료가 없고 이용 금액 중 일정 비율을 돌려주는 게 특징이다.

◇수익 안정화 전략이 핵심

TV와 뉴스, 게임 서비스들은 모두 구독 상품이다. 기기를 살 때 돈을 내고 나면 더 이상 지갑이 열리지 않는 아이폰, 아이패드 등 하드웨어 제품과 달리 매달 꼬박꼬박 고정수익을 올릴 수 있다. 애플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아이폰의 성장세가 멈춰서면서 불안해진 수익 모델을 팀 쿡 CEO는 구독형 콘텐츠 서비스로 안정화하려는 것이다. 작년 4분기 아이폰 매출이 전년보다 14.9%나 떨어진 반면 앱스토어, 애플뮤직, 애플페이에서 걷는 수수료 등으로 구성된 서비스 매출이 19.1% 늘어난 사실은 더 이상 애플을 떠받치는 게 하드웨어가 아니라는 걸 방증한다.

애플 운영체제(iOS)가 들어간 기기가 전 세계에 20억대나 판매된 점을 감안하면, 서비스 안착은 수월해 보인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담했다. 주요 외신들은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극적인 대전환”이라면서도 성공 여부에 대해선 의문 부호를 찍었다.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들이 건재한 상황에서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뛰어넘는 획기적 차별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AP통신은 폴 버나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진입이 너무 늦었다. 영상 스트리밍 시장에서는 넷플릭스가 이미 기준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CNBC는 “서비스 비전을 보여줬지만 애플에 대한 평가를 바꾸려면 더 많은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애플TV 플러스는 투자 계획 등 콘텐츠 수급 전략에 대해 구체적인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이 애플TV 플러스 오리지널 제작에 투입한 금액은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다. 연간 100억달러 넘게 쓰는 넷플릭스의 10분의 1 수준이다.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고품질의 콘텐츠를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해야 하는데, 뉴스 서비스 외에는 가격 정책도 내놓지 않았다. 음악 스트리밍 사업에서 스포티파이보다 9년이나 늦은 2015년 애플뮤직을 출시해 여전히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점도 뒤늦은 출발의 한계를 보여주는 선례가 됐다. 시장의 냉담한 반응이 반영된 듯 이날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1.21% 하락한 채 마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한국일보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한국일보 www.hankookilbo.com (무단복제 및 전재,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추천 뉴스 1

연령별 많이 본 뉴스

전체
연령별 많이 본 뉴스더보기

추천 뉴스 2

추천 뉴스 3

추천 뉴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