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70% "혼전 동거 찬성".. 남녀 절반만 "결혼식 반드시 필요"

이용권 기자 2019. 3. 27. 12: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회 전반적인 불평등과 취업난 등으로 인해 미혼 남녀들은 결혼에 대해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자녀가 없어도 된다고 여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사상 처음으로 1명 미만(0.98)으로 떨어졌다. 사진은 저출산 등의 여파로 폐업 위기에 놓인 산부인과 전문 제일병원의 텅 빈 신생아실 모습. 뉴시스

- 보사연, 20~44세 미혼남녀 2464명 조사

“결혼 꼭 해야”男50 -女 28%

여성들 3년전보다 10.9%P ↓

“신혼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남성70%·여성72%“반대”

“안맞으면 이혼”男64·女81%

“재혼에 긍정적”男76·女80%

자녀數 男 1.88 - 女 1.83명

매우 빠른 속도로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는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변화하는 인구현상에 적응하고 대응하기 위해 인구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노동인구 감소와 이로 인한 노동력 부족, 부양비 증가에 따른 사회보장 부담 증가, 경제성장 둔화 등 국가의 다양한 분야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조흥식)이 최근 발표한 ‘2018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이소영·김은정·박종서·변수정·오미애·이상림·이지혜) 연례보고서 488페이지 속에는 20~44세 미혼 남녀 2464명이 생각하는 젊은이들의 삶과 결혼 및 연애관, 현재 겪고 있는 최악의 취업난과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1.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는 30대 초반의 여성 A 씨는 독신주의자는 아니지만 결혼할 생각이 아직 없다. 불편한 점이 없기 때문이다. A 씨는 “주위에 나처럼 결혼하지 않고 사는 친구들이 절반 정도 된다”고 전했다. A 씨는 “결혼하지 않으면 심심하다고 하는데, 놀 친구가 많아서 결혼에 대한 필요성을 별로 못 느끼겠다”고 밝혔다.

#2. 30대 중반의 남성 A 씨는 건설사에 다니고 있지만, 아직까지 부모 집에서 살고 있다. 교제 중인 여성과 결혼할 생각은 있는데 값비싼 주택 가격에 망설이고 있다. 여자친구와 비용을 합쳐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대신 결혼 후 자녀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만큼 결혼을 서두르고 싶은 마음은 없다.

◇캥거루족, 취업이 연애의 조건=미혼 남성의 72.7%, 미혼 여성의 78.8%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2015년(남성 81.4%, 여성 81.3%)에 비해 낮아지긴 했지만, 주거비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부모와 동거하지 않는 가구라도 월세 형태(남 35.5%, 여 35.3%)가 가장 많았다. 미혼 남녀의 월평균 소득은 200만~300만 원이 가장 많았고, 월평균 지출은 100만~200만 원에 몰려 있었다. 나름 경제적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성의 31.5%와 여성의 26.0%는 재산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 때문인지 남성의 61.3%, 여성의 63.9%는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었다. 2015년과 비교해 보면 경제적 도움을 받지 않고 있다는 응답 비율이 높아졌는데, 이는 2015년 조사에 비해 부모와 동거하지 않는 경우가 약간 더 많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들 남성의 25.8%, 여성의 31.8%가 이성과 교제 중이었는데, 남성의 61.5%와 여성의 60.1%는 교제 상대와 결혼할 생각이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남녀 모두 취업을 한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교제하는 이성이 있는 사례가 많았다. 결혼뿐 아니라 연애에 있어서도 취업이 중요한 조건으로 분석됐다. 이는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연결됐다. 미혼 남성은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14.1%), ‘하는 편이 좋다’(36.4%) 등으로 긍정적 응답률이 50.5%로 2015년 60.8%보다 떨어졌다. 미혼 여성의 경우에는 ‘반드시 해야 한다’(6.0%), ‘하는 편이 좋다’(22.8%) 등 긍정적 응답이 28.8% 수준에 그쳤다. 특히 여성의 경우 가장 결혼을 많이 하는 30대 초반 연령대부터 결혼에 대한 유보 또는 부정적 태도가 크게 늘어났다. 여성이 결혼에 대해 더 많은 부담을 지게 되고, 또한 혼인관계가 중단될 경우 여성에게 더 큰 위험요인이 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동거 후 살아봐야, 이혼·재혼도 ‘쿨’하게=‘결혼식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예식의 필요성에 대해 미혼 남성은 58.7%, 미혼 여성은 45.2%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전체적으로 찬성 응답 성향이 절반에 가깝게 형성돼 있지만, 적극적 찬성은 10%대로 매우 낮은 편이다. 주거 마련과 관련해 ‘신혼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전통적 견해에 대해 미혼 남성 응답자에서는 찬성하지 않는 답변이 전체의 70.2%를 차지했다. 미혼 여성의 경우에는 72.3%가 동의하지 않아 오히려 남성보다 더 높은 부정의 응답률을 보였다. 주택 마련을 남성의 책임으로만 보는 시각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혼인신고는 함께 살아본 뒤 하는 것이 좋다’는 질문에 찬성 응답은 남녀 모두 높은 편이었는데 남성(62.8%)보다 여성(69.9%)이 다소 높았다. 결혼에 대한 부정적 태도와도 흐름이 맞아떨어진다. ‘부부 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면 이혼하는 게 낫다’는 견해에 대해 미혼 남성은 64.5%, 미혼 여성은 80.9%가 찬성했다. ‘사별이나 이혼 후에는 재혼을 통해 새 삶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견해에 대해 미혼 남성은 76.0%, 미혼 여성은 80.4%가 찬성했다.

◇힘든 사회, 자녀 없어도 좋아 =자녀관에 대해서 미혼 남성은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34.2%), ‘꼭 있어야 한다’(33.6%), ‘없어도 무관하다’(28.9%) 등으로 삼분현상을 보였다. 반면, 여성의 경우는 ‘없어도 무관하다’(48.0%)는 응답이 가장 높고, 이어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나을 것’(28.8%), ‘꼭 있어야 한다’(19.5%) 등의 순이었다. 남녀 간 분명한 차이가 확인됐다. 2015년에 비해 미혼 남성은 ‘자녀가 꼭 있어야 한다’와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각각 줄어들었고, 줄어든 비율만큼 ‘없어도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증가했다. 미혼 여성의 경우 2015년에는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0.0%로 매우 높고 ‘없어도 무관하다’고 답한 비율은 29.5%로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2018년 조사에선 정반대로 바뀌었다.

자녀가 없어도 되는 이유로는 미혼 남성의 경우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여서’(27.7%),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생활하기 위해’(26.1%) 등이 많이 꼽혔다. 미혼 여성의 32.0%도 ‘자녀가 있으면 자유롭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라고 했고, 28.6%는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여서’라는 이유를 꼽았다. 미혼 남녀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이상 자녀 수의 평균은 남성이 1.88명, 여성은 1.83명이었다. 2015년(남 1.96명, 여 1.98명)보다 각각 낮아졌다. 저출산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문화닷컴 바로가기|문화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모바일 웹]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