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박근혜·이명박 前대통령 구속 등
적폐청산 기조에 예외없이 유죄
처음엔 檢수사 협조에 미적대다
文 일침후 양승태 일사천리 구속
통상임금 신의칙 판결도 뒤집혀
"金 기각사유서, 靑 입장문인 줄"
법원 편향적 판단 다시 도마에
[서울경제] “새 정부가 공공기관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인사 수요 파악을 목적으로 사직 의사를 확인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사정 등을 고려하면 이 부분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
지난 26일 새벽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박정길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사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논란이 탄핵으로까지 이어졌던 반면 현 정부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 관여 혐의에 대해서는 당장의 구속 사유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김 전 장관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사법부의 편향적 판결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친정부 성향의 판결이 많아지면서 전 정부 때와는 결이 완전히 달라진 이념적 판단이 많아졌다는 논란이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처음에는 기각 사유가 아니라 청와대 대변인 입장 발표문인 것처럼 보였다”면서 “본안 판사가 아닌 영장 판사가 쓸 말은 아닌 것 같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제·사회 분야에도 진보 성향의 판결이 잇따라 내려졌다.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과 관련해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판단할 때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적용 여부에 대해 2월 대법원은 보수정권 시절 시영운수 승소로 판결한 1·2심을 뒤집고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0월 원고 승소로 마무리한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판결과 지난해 11월 대법관 7명 전원이 무죄 의견을 내며 최종결론을 견인한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도 사법부의 달라진 성향이 드러난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여순 반란 사건’ 재심 결정 때도 대법관 8명 중 7명이 “재심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며 과거와는 다른 면모를 드러냈다.
이 같은 판결 변화들은 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이 주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법부가 친정부 성향의 편향된 판결을 내놓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지난해 8월 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이 절반을 넘고 진보 성향 판사 모임으로 분류되는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 많아지면서 사법부의 편향성 논란은 가열되는 모양새다. 전 고위직 판사 출신 변호사는 “전 정권 인사들이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같은 혐의를 받는 김 전 장관이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균형적 판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구속 이후 법원 내부의 분위기가 다소 반전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 구속은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부가 보석을 허가한 것도 같은 연장선으로 보는 분위기도 있다.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정치권의 논리로 사법부 전체를 적폐로 낙인찍는 수사와 청와대의 노골적 관여 발언으로 일선 판사들 사이에 불만이 팽배해지면서 앞으로 친정부 성향 판결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법부는 독립성이 보장된 기구다. 판사는 개개인의 합리적 판단에 따라 판결한다. 하지만 정권에 따라 사법부의 최고위급 구성이 바뀔 때마다 판결의 흐름도 변화를 보인다면 국민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재경지역의 한 변호사는 “판사들이 평소에 내비친 자신의 성향과 비슷한 판결을 잇따라 내놓는다면 사법부는 이념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현호·윤경환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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