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청문회 '10시간 공방'..유방암→황교안 →파행
박영선의 43번째 청문회가 10시간만에 막을 내렸다. 이번엔 '공격'이 아니라 '수비'였다.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박 후보자는 '기싸움'과 '수싸움'에 밀리지 않는 가운데 최저임금이나 혁신벤처 등 정책 현안에 대해서도 뚜렷한 입장을 밝혔다.
4선인 박 후보자는 지난 15년간 국회의원을 하며 42차례의 청문회에서 고위공직자 후보들을 검증하면서 강력한 공격력으로 '청문회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날 박 후보자는 '창' 못지않은 '방패'로 인사청문회에 임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자료제출이 미흡하다며 문제제기하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저녁 8시쯤 국회 정론관에서 '내로남불, 위선자의 대명사가 된 박영선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겠다'며 '자진사퇴하기 바란다'는 성명서를 낭독한 뒤 청문회장에 나타나지 않고 '보이콧'을 선언했다. 남겨진 청문일정은 파행으로 끝났다.
◇최저임금, 지자체별로 결정하는 게 좋겠다…동결수준도 가능=박 후보자는 최저임금 결정구조에 대해 "정부가 전적으로 안고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정부는 최저선만 정하고 지방자치단체별로 결정되는 것이 옳다"는 소신을 밝혔다. 또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하는 수준으로도 갈 수도 있다"며 속도 조절 필요성도 언급했다.
박 후보자는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속도를 유연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면서 "여야 의원의 의견을 수렴해야겠지만 경제 상황이 심각해지면 최저임금이 동결에 가까운 수준으로 갈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또 중소기업 자금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혀온 약속어음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박 후보자는 "약속어음은 궁극적으로 폐지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갑자기 폐지하면, 영세한 기업들에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에 폐지 예고기간을 주고 연착륙을 하는 방법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기부 장관에 취임하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시간대별 계획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 후보자는 중기부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 자발적 상생협력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상생협력은 경제구조를 바꾸는 첫 걸음이며, 재벌개혁도 결국 상생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자료제출 요구에 '유방암vs전립선암' 공방=한편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전 박 후보자의 자료 미제출 문제로 여야가 날선 공방을 벌이며 오전 한때 1시간 이상 파행했다. 한국당 의원은 자료제출이 미비해 청문회를 진행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무리한 제출 요구를 하지말고 정책검증을 해야 한다고 맞섰다.
특히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면질의를 통해 '유방암수술을 받은 일정' 자료를 제출요구한 것과 관련, 박 후보자는 국무위원 후보자의 자격을 검증해야 하는 인사청문 자리인 만큼 "질문하려면 다른 방법으로 했어야 한다. 이걸 보면 여성에 대한 섹슈얼 허레스먼트(성희롱)라고 생각한다"고 강경하게 맞섰다.
윤 의원이 "예약 없이 진료받았는지, 특혜 진료를 확인하기 위해 질의한건데, 여성성을 부각해서 동정표를 모은다"고 해명하자 박 후보자는 "제가 윤한홍 의원님 전립선암 수술 받았냐고 물으면 어떻겠냐"고 반문해 청문회장이 한때 술렁이기도 했다.
또 한국과 미국 국적을 모두 갖고 있는 아들(21세)에 대해선 병역의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며 논란을 잠식시켰다. 전통시장 구매내역 논란이나 윤성빈 특혜응원 의혹에 대해 손수 '설명피켓'을 제작해와 구체적으로 소명해 눈길을 끌었다.
◇"황교안 만나 '김학의CD' 말했다…인지했을 것=박 후보자가 2013년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국회에서 만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폭행’ 의혹 동영상이 담긴 CD를 언급하며 임명을 만류한 적이 있다는 발언을 했다.
뒤늦게 이 말을 전해들은 황 대표는 "기억이 안난다"고 부인했지만, 박 후보자는 직접 메모장에 그림을 그리며 "그건 거짓말이다. 법사위원장실에 탁자가 길게 있고 여기 황교안 당시 장관이, 여기 내가 앉았다. 그리고 여기 한 사람이 서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후보자는 "제가 황교안 장관에게 보자고 했고, 황 장관이 법사위원장실로 왔다"고 설명했다. 그 자리에서 김학의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관련 대화를 나눴냐는 질문에 "그럼요. 그것때문에 제가 만나자고 이야기했는데요"라고 말했다.
앞서 인사청문회장에서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장 역임 당시 터진 김학의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밝혔어야 했다"고 질의하자 박 후보자는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을 국회에서 따로 뵙자고 해 말씀드린 적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후보자는 법제사법위원장실에서 황교안 장관을 만났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제보받은 동영상 CD를 꺼내보이고, '제가 동영상을 봤는데 몹시 심각하다. 이 분이 차관 임명되면 문제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며 "야당 법사위원장이지만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간곡히 건의드린다고 따로 말씀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그날의 기억을 부인하는 이유가 무엇으로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 후보자는 "그거(김학의 차관 관련 대화)를 인정하면 대표님께 불리하다 생각 하시겠죠"라며 "저는 (만난) 그 장면이 너무나 또렷이 생각납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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