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수십년째 '개발 중'..애물단지 된 온천지구

박민규 2019. 3. 27. 21: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전국에 '온천'하면 떠오르는 명소들 있지요. 온천의 경우, 일단 유명해지면 관광 명소가 되기 때문에 지자체들이 앞다퉈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개발을 맡겼다가, 수십년 째 방치된 곳들이 많습니다.

밀착카메라 박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강원도 영월 동강입니다.

야트막한 산 너머로 공사 현장이 보입니다.

한 민간업체가 온천 관광지로 개발하던 곳입니다.

하지만 조감도도, 게시판도 하얗게 바랬습니다.

온천수를 끌어다 쓰기 위한 시설은 녹슬어 있습니다.

공사현장 곳곳에 잡초가 자라나 있는데요.

옆쪽에 있는 업체 사무실 문은 이렇게 손잡이가 떨어져 나갔고 자물쇠로 잠겨있습니다.

이곳에서 온천을 발견한 것은 1989년.

지자체는 민간업체에 개발을 맡겼습니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진척이 없습니다.

[정재진/강원 영월군 삼옥1리 이장 : 초기에 기대심은 상당히 컸었죠. 20만평 정도 장밋빛 청사진이 있었거든요.]

수년 전 개발업체는 자금난으로 공사를 완전히 중단했습니다.

그 사이 주민들이 이용하던 농지와 산은 사라졌습니다.

야산이 깎여나간 단면이 그대로 보입니다.

부지 공사조차 마무리가 안 된 상태인데요.

산에서 깎여나온 돌들이 군데군데 쌓여 있습니다.

[조남수/강원 영월군 삼옥1리 : 이게 원상복구 되겠어요? 하도 파헤쳐서. 빨리 개발이 돼야 하는데…]

공사 업체는 '영업정지' 상황.

[업체 관계자 : 투자자 확보해서 다시 하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대표는) 지금 외국 가 계실 거예요. 얼떨결에 이거 맡아서 하시다가…]

온천 사업체를 지정할 권한은 지자체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관리·감독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고 해명합니다.

[영월군청 관계자 : 시행자가 계속 투자금 확보한다고, 준비 중이라고…아무래도 민간사업이기 때문에 저희가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없어요.]

전북 완주군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대둔산 중턱에 있는 온천 지구입니다.

1998년에 개발 승인이 났습니다.

철제 펜스로 둘러싸인 부지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한눈에 봐도 관리가 안 된 모습인데요.

공사 중인 건물은 하나도 없고, 부지 한가운데 커다란 물웅덩이만 자리잡고 있습니다.

공사를 하기로 한 땅은 14만 7000㎡.

축구장 18개 크기입니다.

지자체는 인근 토지까지 온천 보호지구로 지정했습니다.

온천 보호지구에서는 다른 용도로 땅을 개발할 수 없습니다.

[고윤수/전북 완주군 산북리 : 제가 여기 땅이 있는데, 지으려고 해도 집을 못 짓습니다. 허가가 안 되니까. 상업지구 외에는 어떤 행위를 못 하니까 세월아 네월아 보내고 있는 거죠.]

지자체는 시행사의 잇따른 부도로 사업 주체만 수차례 바꿨습니다.

최근에 나선 업체는 올해 안에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업체 관계자 : 올해 공사 들어가면 2년이면 끝날 거예요. 아마 호텔하고 리조트는 전라도에서 제일 클 거예요.]

하지만 아직까지 지자체에 개발 계획은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김충근/전북 완주군 산북리 : 관에서 이렇게 방치할 일이 아니고, 한 20년 지나가니까 개발 안 될 바에는 (온천지구 지정을) 좀 풀어줘라 이런 얘기야.]

2년 이상 개발하지 않을 경우, 지자체는 온천 지구 지정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취소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완주군청 관계자 : 군에서 개발하는 게 아니라서, 민간에서 허가를 받아서 개발하는 거거든요. 무조건 폐지했다가 나중에 절차상 문제가 생기고 그럴 수 있잖아요.]

처음부터 사업성 검토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재진/강원 영월군 삼옥1리 이장 : 어느 지자체나 마찬가지겠지만 개발에 대해서 환영하는 입장 아닙니까. 개발 투기꾼들의 이해관계 이런 것들이 맞아떨어진 그런 식이 아니었나…]

전국에 온천으로 등록된 곳은 360곳.

이중 개발 중인 곳은 3분의 1인 120곳입니다.

이 수치는 10년 넘게 그대로입니다.

개발로 인한 피해도, 이익도 고스란히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갑니다.

실패의 책임을 민간 업체에게만 물을 수 없는 이유겠죠.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