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다 안전하다?" 황당한 후쿠시마 방사선 지도

김상기 기자 2019. 3. 28.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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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는 안전합니다. 이곳을 관광하는 모든 한국분들이 안심하고 관광할 수 있도록 관련 최신 정보를 알려드립니다.”

후쿠시마현 관광물산교류협회가 운영하는 ‘관광 방사선 명소 레벨 지도’ 캡처

일본 후쿠시마 현 관광물산교류협회가 한국어로 된 ‘관광 방사선 명소 레벨 지도’ 사이트에서 홍보하고 있는 내용이다. 27일 현재 홈페이지는 마치 후쿠시마 인근 지역의 방사선량이 서울은 물론 뉴욕이나 호놀롤루보다도 낮다고 자랑하고 있다.

후쿠시마는 방사선 노출에 과연 안전할까. 그린피스는 ‘전혀 아니다’라는 답을 내놨다.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났지만 후쿠시마의 방사능 재앙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현이 운영하는 관광 방사선 명소 레벨 지도를 보면 일본은 방사선 노출 면에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후쿠시마 현 인근 니가타 현의 방사선량(2015년 3월 15일 관측 기준)은 시간당 0.05마이크로시버트(μSv/h)이고 센다이 현은 0.04μSv/h다. 도쿄는 0.03μSv/h다.

후쿠시마현 관광물산교류협회가 운영하는 ‘관광 방사선 명소 레벨 지도’ 캡처

반면 대다수 세계 유명 도시의 방사선량은 일본을 뛰어 넘는다. 서울 0.09μSv/h, 베이징 0.10μSv/h, 홍콩 0.15μSv/h, 뮌헨 0.12μSv/h, 더블린 0.09μSv/h, 뉴욕 0.06μSv/h, 호놀롤루 0.08μSv/h로 돼있다.

이 지도만 보면 일본 전역이 전세계 어떤 곳보다 방서선량이 적다.

홈페이지에는 또 나가사키대학원 폭후장해 의료연구소 다카무라 노보루라는 사람이 등장해 “후쿠시마현 내의 각 자치단체는 방사성 세슘 제거 작업을 진행했다. 또 방사성 세슘 자체에 반감기가 있기 때문에(세슘134는 약2년, 세슘137은 약30년) 사고 당시와 비교하면 상당히 감소하고 있다”면서 “공기 중에 방사성 세슘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호흡하면서 방사성 물질을 흡입할 일도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자는 또 “일본 정부는 유통식품의 방사선량을 엄격히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후쿠시마 산 식재료를 마음껏 먹어도 된다”면서 “꼭 자신의 눈으로 후쿠시마의 지금을 느끼고 풍광명미의 풍부한 자연과 맛있는 식사를 안심하고 즐겨 주길 바란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는 그러나 눈속임에 가깝다. 불리한 정보는 숨기고 유리한 정보만 노출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후쿠시마 현지 방사능 오염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 8일 후쿠시마 원자력 폭발사고 8주년(3월11일)을 맞아 발표한 ‘후쿠시마 원전 재앙의 최전선: 노동자와 아이들의 방사선 위험 인권 침해’ 보고서를 보면 일본 정부의 방사능 제염 작업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보고서는 그린피스 방사선 방호 전문가팀이 2018년 10월 후쿠시마 현지에서 실시한 과학적이고 종합적인 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나미에 지역 내 오보리 마을 피난구역 평균 방사선 준위는 4.0μSv/h였다. 오보리 마을은 사고지에서 직선거리로 10㎞ 정도 떨어진 곳이다. 차로는 30여분 걸린다. 이곳에서 1년 간 하루 8시간을 일하는 제염 노동자의 경우 흉부 엑스레이를 100번 찍는 것과 같은 수준에 노출되는 셈이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직선거리로 10㎞ 정도 떨어진 오보리 마을. 구글 지도 캡처

사고지에서 40㎞ 정도 떨어진 이다테 마을도 마찬가지.

그린피스는 “나미에와 이다테 지역의 피난구역 및 피난지시 해제 지역 방사선 준위는 국제 권고 최대치보다 5배에서 최대 100배까지 높았다”면서 “이는 어린이를 포함해 일반 주민에게 매우 심각한 위협이며 이 정도의 오염이 22세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직선거리로 38㎞ 정도 떨어진 이다테 마을. 구글 지도 캡처

피난지시가 해제된 나미에 지역의 유치원과 학교 길 건너 숲속에서는 평균 1.8μSv/h의 방사선 수치가 나왔다. 총 1584개 측정 지점에서 일본 정부가 장기 목표치인 0.23μSv/h를 넘는 수치가 검출됐다. 이 지역 28%에서 어린이의 연평균 피폭량은 국제 최대권고치보다 10~20배 많다.

그린피스는 제염 작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데도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의 심각성과 복잡성을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린피스 일본 사무소의 에너지 캠페이너 스즈키 가즈에는 “정부는 제염 노동자 착취 및 아이들에 대한 건강 위협 등, 관련 정보를 UN에 왜곡 보고한 상황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면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정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UN 아동인권위원회는 일본 정부에 피난지시 해제를 즉각 중단하고 피난민에 대한 완전한 보상을 제공해야 하며 국제 협약에서 약속한 인권 의무를 온전히 준수하라고 권고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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