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옆 사진관] ♡ Hallo Hanoi ♡ <3> 오토바이와 무단횡단

장승윤 기자 2019. 3. 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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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일 지난 지금.

하노이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1순위는 오토바이다.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줄기차게 경적을 울리는 것을 보고 '이곳 사람들 성질이 급한가?'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무단횡단 하는 사람에 대한 방어운전 개념이 더 커 보였다.

그렇게 난감하게만 보이던 무단횡단이 하노이에 온 지 일주일 지나니 오토바이 사이로 무단횡단 하고 있는 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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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일 지난 지금. 하노이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1순위는 오토바이다. 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하노이 시내까지 가는 동안 한국에서 1년 동안 볼 오토바이를 다 봤다고 말해도 거짓말이 아니다. 베트남 인구는 9천만명이 넘고 오토바이 수는 4천만대가 넘는다. 숫자만 봐도 두 사람 당 한대씩 오토바이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아이와 노인들을 제외 하면 성인 남녀 대부분이 오토바이를 이용한다고 봐야한다.

출퇴근길 오토바이 행렬은 장관이다. 역동적인 베트남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하지만 여기에 ‘소리’를 추가하면 바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경적소리로 귀가 아플 지경이다. 며칠 지나니 소리에는 무뎌졌지만 출장 끝날 때까지 괴로웠던 것은 배기가스저감장치가 없는 오토바이에서 뿜어 나오는 매연이었다. 서울은 미세먼지가 심해 마스크를 쓴다면 하노이는 오토바이에서 나오는 매연이 도로를 뒤덮기에 마스크를 쓸 수밖에 없다. 두 도시 모두 마스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인가 보다.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줄기차게 경적을 울리는 것을 보고 ‘이곳 사람들 성질이 급한가?’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무단횡단 하는 사람에 대한 방어운전 개념이 더 커 보였다. 시내의 중심부 사거리 정도 되어야 차량과 사람들이 신호를 지킨다. 나머지 지역은 파란불에 차량이 지나가고 빨간불에 사람들이 지나간다. (하노이를 간다면 횡단보도 신호등 색깔을 너무 믿지 말아야 한다. 파란색만 믿고 안심하고 건너다가는 이를 무시한 차량에 낭패를 볼 수 있다. 도로를 건널 때는 언제든 사주경계를 철저히!)

하노이에서 며칠 된 저녁. 4차선 도로를 건너야 했다. 횡단보도가 안보여 잠시 서있는데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도로를 가로지르는 남자가 있었다. 이방인의 오지랖일 수도 있지만 보기가 아찔해서 유모차 옆에서 손을 흔들며 에스코트를 했다. 무사히 무단횡단은 성공했는데 맞은편을 보니 검은색 점퍼를 입은 여성이 스마트폰을 보며 도로를 건너고 있었다. 보행 중 스파트폰 사용만으로도 위험한데 어두운 밤에 검은색 외투를 입고 무단횡단이라니…, 무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난감하게만 보이던 무단횡단이 하노이에 온 지 일주일 지나니 오토바이 사이로 무단횡단 하고 있는 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가이드책을 보면 하노이를 ‘오토바이 천국’ 이라고 많이 언급 한다. 숫자가 많은 이유로 천국이 된다면 몇 가지를 더하고 싶다. ‘무단횡단의 천국’ ‘경적소리의 천국’ ‘매연의 천국’ 열거해 보니 천국이라는 단어는 맞지가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지옥도 아니다. 오토바이가 이들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한 남자가 오토바이를 몰고 있다. 큰아들은 오토바이 발판에 서서 아버지 바지가락을 움켜 잡고 있다. 뒤에 탄 부인은 둘째 아기를 안고 남자의 허리를 잡고 있다. 외식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한손에는 사다리를 들고 나머지 한손으로 운전 하는 남자, 하이힐을 신고 정장 차림에 스쿠터를 타고 출근하는 여성, 손님을 태우고 바삐 움직이는 오토바이 택시, 하교 시간 아이를 픽업하기 위해 학교 앞 장사진을 펼친 오토바이들…,

오토바이가 없으면 생계를 꾸릴 수가 없다.

오토바이가 없으면 하노이가 움직이지 않는다.

오토바이는 이들에게 교통수단을 넘어 삶이고 사랑인 것 같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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