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화웨이가 싸구려 저가폰으로 보이시나요

강동철 기자 2019. 3. 29.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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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화웨이가 삼성보다 비싸다.. 평균가격 27만원 對 25만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저가(低價)폰으로만 여겼던 중국 화웨이보다 오히려 싼 가격에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고가(高價)의 프리미엄 시장에서 우세하고 화웨이는 중저가 물량 공세로 추격해왔다는 기존 시장 경쟁 공식이 깨진 것이다.

28일 미국 시장조사 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스마트폰의 대당 평균 판매 가격(ASP)이 225달러(약 25만6000원)를 기록해 주요 10개 스마트폰 업체 중 9위에 그쳤다. 화웨이는 삼성보다 비싼 243달러(약 27만6000원)였다. 삼성전자가 대당 판매 가격에서 화웨이에 역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오포도 231달러로 삼성보다 한 계단 위였다. 가장 비싼 스마트폰을 파는 곳은 미국 애플(786달러)이었다. 뒤를 이어 소니·HTC·블랙베리였다. 애플을 제외하면 상위권은 모두 판매량이 미미한 업체들이다. ASP는 제조사가 통신업체에 스마트폰을 파는 도매 가격의 평균이다. 스마트폰 업체의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이미지를 보는 척도로 쓰인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화웨이에 따라잡힐 위기의 삼성 지난 26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 화웨이의 스마트폰 부문을 책임지는 리처드 유 최고경영자(CEO)가 검은색 양복 주머니에 빨간색 손수건을 꽂고 관객 2000여 명이 꽉 채운 무대에 올랐다. 리처드 유 CEO는 "신제품 P30프로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기준을 새로 쓸 것"이라며 "애플, 삼성전자와 비교해달라"고 말했다. P30프로는 카메라 업체인 독일 라이카와 공동 개발한 카메라 렌즈 4개를 전·후면에 탑재했다. 이 제품의 가격은 1239유로(약 160만원, 512GB 기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플러스와 똑같은 가격이다. '갤럭시S10 저격용 제품'이라는 말이 나온다.

화웨이는 유럽을 거점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화웨이의 작년 프리미엄 제품인 P20 시리즈와 메이트20 시리즈는 각각 1600만대, 500만대 이상 팔렸다. 화웨이는 미국 시장점유율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판매량 상당 부분은 유럽에서 팔린 셈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주력 제품인 갤럭시S9과 갤럭시노트9이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하면서 프리미엄 시장에서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유럽 프리미엄 시장에선 이미 화웨이가 삼성을 넘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올 정도다. 이에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작년에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프로모션을 단행하고 저가폰 위주로 라인업을 전환한 것이 오히려 평균 판매 가격을 떨어뜨리고 기업 브랜드를 갉아먹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 신제품 5종 선보이며 수성 나서

삼성전자는 올해 프리미엄 시장에서 화웨이의 공세를 차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이 지난달 갤럭시S10과 S10플러스·S10라이트, S10 5G(5세대 이동통신)에다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 폴드까지 총 5종의 신제품을 쏟아낸 배경에는 이런 급박한 시장 경쟁 상황이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매년 상반기에 갤럭시S 시리즈 신제품 2종씩만 공개해왔지만, 올해는 관행을 깬 것이다. 이는 최고가 모델인 갤럭시S 시리즈의 라인업을 확대해 프리미엄 시장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화웨이는 올해를 '세계 1위 스마트폰 업체'라는 타이틀을 삼성에서 빼앗아오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실제로 작년 삼성전자는 연간 판매량이 3억대 이하로 떨어진 반면, 화웨이는 사상 처음 2억대를 돌파하면서 두 회사 간 격차가 빠르고 좁혀지고 있다. 화웨이는 유럽에선 프리미엄 브랜드를 강화하면서 중국·동남아·남미에선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판매 물량을 늘리는 투트랙 전략으로 삼성을 압박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 반전을 만들지 못하면 1∼2년 안에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물량은 물론이고 수익성과 브랜드 이미지까지 밀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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