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서 유래한 항아리곰팡이 탓, 최근 50년 동안 양서류 90종 멸종"

김기범 기자 2019. 3.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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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호주 연구진, 사이언스지에 논문…“애완용으로 수출된 무당개구리 원인”

항아리곰팡이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한 붉은눈이끼개구리. 온두라스양서류구조보호센터

전 세계 양서류 중 90종이 최근 50년 사이 멸종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반도에서 세계로 퍼져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항아리곰팡이 탓으로 추정된다.

호주국립대 연구진은 최근 50년 사이 전 세계 양서류 중 적어도 501종의 개체 수가 감소했으며 이 가운데 124종은 90% 이상 개체 수가 감소하는 치명적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28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501종 가운데 90종은 이미 멸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양서류를 죽음으로 몰고간 것은 한반도에서 유래한 항아리곰팡이로 이 균에 의한 전 세계 양서류의 피해를 추산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질병으로 인해 생물다양성이 감소한 기록 사례 중에서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항아리곰팡이가 양서류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양서류가 피부호흡을 하기 때문이다. 항아리곰팡이는 개구리, 도롱뇽 등 양서류 피부의 케라틴 단백질 조직을 먹기 때문에 항아리곰팡이에 감염된 양서류 대부분이 호흡곤란 또는 심장마비로 죽게 된다. 이 곰팡이는 현재 호주, 중남미, 유럽 등 60여개 나라에서 확인됐다.

지난해 5월 미국, 호주, 한국 등 국제공동연구진은 전 세계의 양서류에서 채집한 항아리곰팡이 177개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이 곰팡이가 한반도에서 유래해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갔을 것이라는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한 바 있다. 국내 개구리가 해외로 수출되는 과정에서 전 세계로 항아리곰팡이가 퍼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는 얘기였다. 특히 20세기 초부터 애완용으로 유럽 등에 수출된 무당개구리가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무당개구리는 한반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양서류다.

이 연구에 참여한 서울대 생명과학부 브루스 월드만 교수 등 연구진은 2015년 국내 양서류들이 항아리곰팡이로 인한 질병 피해를 덜 입은 것은 이 곰팡이에 대한 면역체계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오래전부터 이 곰팡이에 감염돼온 국내 양서류들이 그동안 저항성을 갖추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반대로 외래종인 황소개구리가 국내 개구리들에게 이 곰팡이를 퍼뜨렸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가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2017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황소개구리 서식 장소에 사는 수원청개구리와 청개구리의 항아리곰팡이 감염률이 황소개구리가 살지 않는 곳의 개구리들에 비해 2.5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멸종위기종인 수원청개구리 감소에 황소개구리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호주국립대 연구진은 “항아리곰팡이로 인한 양서류 개체 수의 대량감소는 1980년대 절정에 달했고, 이후 감소 속도가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량감소의 위험은 존재한다”며 “일부 양서류 종은 이 곰팡이에 저항할 수 있는 면역이 생긴 경우도 있지만 이 종들을 통해 항아리곰팡이가 더 퍼져나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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