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커밍스 "日 한국 강점, 북핵·과거사 잔재 악몽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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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한국전쟁의 기원'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일본의 한국 강점은 일반적 식민지배와 달리 국가 대 국가의 침략이었으며 거기서 남은 것은 과거사 잔재와 북핵이라는 악몽이라고 평가했다.
커밍스 교수는 "1910년 일본이 한국을 강점하려던 발상 자체가 오만하고 시대착오적이며 반드시 패배로 끝날 수밖에 없는 시도였다"며 "일본이 식민지배로 얻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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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저서 '한국전쟁의 기원'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일본의 한국 강점은 일반적 식민지배와 달리 국가 대 국가의 침략이었으며 거기서 남은 것은 과거사 잔재와 북핵이라는 악몽이라고 평가했다.
커밍스 교수는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포럼'의 기조연설자로 나서서 이렇게 말했다.
커밍스 교수는 '독특한 식민지 한국: 최후의 식민화와 최초의 저항'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한국이 식민지가 되기 상당히 오래전부터 포르투갈의 주도로 (세계적) 식민지배가 진행됐다"며 "한국의 식민화는 늦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이상의 중요한 특징은 일본과 한국은 단일민족 국가, 언어적 통일, 확고한 국가경계 등 공통점이 많았다는 점"이라며 "벨기에와 콩고, 포르투갈과 모잠비크 등의 지배-피지배 관계와는 달리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강탈·침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일본은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친일 성향이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등으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받았다는 특징도 있다"면서 "미국과 영국이 반대하지 않는 가운데 일본이 한국을 강점한 것"이라며 이는 일본이 끝내 한국을 속국으로 만들지 못한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커밍스 교수는 "한국은 뒤늦게 식민지화된 반면 반식민 운동은 빨리 시작했다"며 "반제국주의 흐름은 1945년 이후 30여년 간 세계적으로 확산했는데 3·1운동은 강점 시작 10년밖에 안 된 시점이었던 데다가 비폭력적 운동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흔히 간과되지만, 3·1운동이 남긴 가장 큰 영향은 정치경제에 미친 것"이라며 "일본은 문화통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고, 1920년대 한국의 상업활동과 기업인들이 많이 늘어났다. 그때 일본은 처음으로 역내 경제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체로서 (한국을) 처음 인식했다고 본다"고 평했다.
커밍스 교수는 "1910년 일본이 한국을 강점하려던 발상 자체가 오만하고 시대착오적이며 반드시 패배로 끝날 수밖에 없는 시도였다"며 "일본이 식민지배로 얻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110여년이 지난 상태인데 한일 관계는 식민시대에 발생한 많은 과거사 문제의 잔재로 허덕인다"며 "세계 곳곳의 일본 대사관 관계자들이 분주히 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치우느라고 바쁘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일을 기조로 세워진 북한은 이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무장했다"며 "식민지배는 예측하지 못한 악몽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커밍스 교수는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한국의 민주주의는 냉전 체제 속에서 굴절돼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취지로 발표한 것을 듣고 "저는 생각이 다르다. 한국은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 정권이 몰락하기까지 있었던 촛불 행진에 저도 동참했다"며 "동학에서 시작해 3·1운동에 이어 전후 시대의 여러 운동으로 일궈낸 것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포럼은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개최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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