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생각도"..고통 여전한 재난 피해자의 삶
[앵커]
포항지진과 제천화재 피해자들에 대한 특별조사위원회의 지원 실태 조사 결과가 오늘(29일) 발표됐습니다.
피해자 다수가 재난 이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은 물론이고 정부 지원도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유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17년 11월, 포항을 덮친 규모 5.4의 지진.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수십 명의 이재민은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김홍재/포항 지진 피해자 : "사실 주거 안정이 안 돼서 우리 주민들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게 제도적으로나 법적으로 미비한 게 워낙 많아서..."]
포항 지진 한 달여 뒤,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
화마에 열아홉 딸을 잃은 김영조 씨는 지난해 결국 고향 제천을 떠났습니다.
[김영조/제천 화재 사망자 유가족 : "제천이 너무 싫었고, 여고 교복 입은 학생들만 보면 눈물이 나서 못 다니겠더라고요. 죽음에 관한 그런 장면만 나와도 (아내와) 둘 다 잠을 못 자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여 동안 포항 지진과 제천화재 피해자들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한 결과,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불면증과 불안 증세를 호소하는 등 신체적 건강이 크게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민동일/제천 화재 사망자 유가족 : "누굴 만나러 음식점을 간다, 그래도 불안해요. 그러니까 모든 게 불안해요. 예전에는 안 그랬거든요."]
특히 제천 피해자의 경우, 열 명 중 세 명은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정부의 지원과 진상 조사 노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많았습니다.
집을 잃은 포항 주민들은 생계비나 돌봄 지원이 가장 부족했다고 꼽았고,
[양만재/포항 지진 피해자 : "서둘러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 자체가 지금으로서는 현실을 못 따라가는 거죠."]
제천 피해자들은 소방 당국과의 갈등 속에서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망가졌다고 답했습니다.
[민동일/제천 화재 사망자 유가족 : "우리 말을 믿어 주질 않아요. 그런 것들이 더 서운하고 더 원통한 겁니다."]
특조위는 이 같은 재난을 개별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통합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최유경 기자 (6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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