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세계 최대 채무국인데.."빚 더 내라" 여론 고조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비롯한 정권 핵심과 보수진영에서는 빚을 계속 내다가는 어느 순간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기업들이 투자를 안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지방선거를 1주일 앞 둔 일본 내에서 추가 재정적자를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 복지지출 확대위해 채권발행 늘려라
재정확대론자들은 일본의 부채가 세계 최대 규모이기는 하지만 저금리 덕에 추가 재정적자를 통해 연금, 사회복지 등 재정지출 확대에 나설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7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출마한 반긴축 그룹 후보 가운데 한 명인 오이시 아키코는 "일본과 전세계 곳곳의 수많은 사람들이 긴축재정으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노부모를 모시는 노동자들의 혜택을 높이는 것과 같은 복지정책 확대를 위해 1000억달러 넘는 추가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연료세 인상 중단, 최저임금 인상을 부른 프랑스의 '노란조끼' 시위, 정부 의료지원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미국 민주당 의원 등의 재정확대 요구와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코르테스는 정부는 부채상환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비정통 통화이론을 근거로 대고 있다.
■ 경제이론과 거꾸로 가는 일본 경제
일본의 상황은 이같은 비정통 통화론이 딱 들어맞는 훌륭한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일본은 막대한 부채 규모에도 불구하고 10년만기 국채의 경우 아예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하고 있다. 돈을 꿔주는 채권자들로부터 정부가 이자를 받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자부담도 낮다. 오랜 저금리 속에 중앙·지방 정부 세수에서 이자지급 비중은 5%에도 못미친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도 언제 다시 디플레이션(물가하락)으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점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낮다. 대규모 정부 차입이 고금리와 이자비용 부담 증가, 인플레이션 상승을 부를 것이라는 전통적인 경제이론이 들어맞지 않는다. 일본 재무부 추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현재 일본 국채·지방채 규모는 1100조엔으로 GDP의 2배 규모다. 정부 채무를 더 넓게 정의하는 IMF 추산으로는 2배가 넘는 240%에 이른다. 미국의 106%는 물론 '흥청망청 채무국'으로 지탄받았던 그리스보다도 높다.
그렇지만 일본은행(BOJ)의 대규모 채권 매수와 막대한 국내 저축 덕에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0.095%를 기록하고 있다. 갚아야 할 돈이 줄어들면서 GDP 대비 부채 비중도 낮아졌다. 지금은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 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블랑샤드 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만성적인 수요부족에 시달리는 일본의 경우 적극적인 정부 재정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지금의 저금리를 이를 가능케 해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이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추가 재정적자에 나서야 한다면서 이는 어떤 재정부담 또는 복지비용 증가를 부르지 않아 세금인상이나 기업투자 위축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나라 망할지도 몰라?
재정확대론자들의 주장은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할 때 들고 나왔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의 핵심과도 맞아 떨어진다. 당시 아베 총리는 통화완화, 재정확대, 경제 구조조정을 일본 경제를 디플레이션 늪에서 구해낼 '세개의 화살'이라며 아베노믹스 핵심으로 삼은 바 있다.
그러나 경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자 아베를 비롯한 보수진영 핵심은 부채 털어내기로 입장을 바꿨다. 이들은 일본 재정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이는 그렇지만 복지확대 등 지출을 늘리는데 써서는 안되며 빚을 갚는데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베는 그동안 2차례나 미뤘던 소비세율 인상을 오는 10월에는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아베는 2014년 4월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인상한 뒤 소비가 급감하고, 성장률이 후퇴하자 예정됐던 후속 인상을 연기해왔다.
긴축론자들은 낮은 세금과 정부 지출 확대가 일본 경제를 망쳐버릴 것으로 믿고 있다. 재무부 부채관리 패널 위원장으로 경제 컬럼니스트인 다나카 나오키는 막대한 부채는 경제주체의 신뢰를 해쳐 장기 성장을 억누른다면서 정부의 재정긴축이 무너지면 상황은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다나카는 "기업들은 이 나라가 어느날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일본에 투자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재무부와 대기업들은 소비세 인상과 정부의 복지지출 제한을 요구하고 있고, 당초 재정확대를 주장했던 아베 총리도 이같은 주장으로 기운 상태다.
토탄 리서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가토 이즈루는 "일본의 재정적자에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면서 10월에 소비세를 올리고, 이후에도 추가 세금 인상과 의료복지 지출 감축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WSJ은 정권 핵심의 이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긴축론은 재정확대 논쟁에서 소수라고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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