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대선 돌풍 젤렌스키 누구?..국민드라마가 현실되나

양소리 2019. 4. 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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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째 방영되는 '국민드라마' 주인공
평범한 교사가 청렴한 대통령이 되는 내용
우크라이나 정치에 대한 염증이 '돌풍' 원인
정치 경험 전무..비전 없다는 비판도 이어져
【키예프=AP/뉴시스】코미디언 출신 후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가 31일(현지시간) 치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 출구조사에서 30%가 넘은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젤렌스키 후보가 이날 투표이후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2019.04.01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 1차 투표에서 코미디언 출신의 신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가 페트로 포로셴코 현 대통령과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현지 언론과 서구 외신들은 '쇼맨'이 만들어낸 돌풍에 놀라움을 표했다.

키예프 국제사회연구소와 라줌코프 연구센터가 함께 실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개최된 선거에서 젤렌스키의 득표율은 30.4%로 포로셴코 대통령(17.8%), 티모셴코 전 총리(14.2%)를 누르고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우크라이나 선거법에 따르면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득표자 2명이 2차 결선투표를 치러 다수 득표자가 당선된다.

이에 따라 젤렌스키는 포로셴코와 함께 오는 21일 개최되는 결선투표에 진출하게 된다고 우크라이나 현지매체 키예프 포스트는 보도했다.

가디언은 젤렌스키가 "국가의 변화를 열망하며 교착상태에 빠진 국가개혁과 침체된 경제에 실망한 젊은 유권자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에 한 표를 행사했다는 우크라이나의 한 시민은 "2015년 혁명을 꿈꾸며 부패방지 시위에 나섰으나 아무 것도 변한 것은 없었다"며 "적어도 젤렌스키는 신선한 얼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남편 역시 "그가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이는 중요하지 않다"며 "전문 정치인들은 부패했다"고 답했다.

【키예프=AP/뉴시스】 인기 TV드라마에서 대통령을 연기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 후보가 우크라이나 정계를 흔들고 있다. 2월 첫째 주 그는 페트로 포로셴코 현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사진은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한 세트장에서 대기 중인 젤렌스키. 2019.02.12.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 유권자들이 젤렌스키가 주연했던 드라마의 '평행우주'를 꿈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명 코미디언이었던 젤렌스키를 정치 신예로 만든 것은 드라마 '국민의 종(Servant of the People)'이었다.

평범한 역사 교사에서 정부의 비리에 염증을 느끼고 정직한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과정을 그린 이 드라마는 정부와 정치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통해 큰 인기를 끌었다.

'국민의 종'은 2015년 첫 방송을 한 이후 무려 5년째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는 국민 드라마이기도 하다.

지난 달 30일 CNN은 "'국민의 종'은 사실상 젤렌스키의 선거 캠페인"이라며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둔 지난 27일에도 새 에피소드가 방영됐다"고 평하기도 했다.

실제로 젤렌스키는 자신의 당을 '국민의 종'이라 명명하며 드라마를 현실로 만들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치 분석가는 "유권자들은 이 드라마의 줄거리를 현실에서 이어가기 위해 투표에 나섰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WP는 이 돌풍의 근본에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이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는 '반러시아 친서방' 정권 교체 혁명, 마이단 혁명이 일어났다. 그러나 포로셴코 행정부는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국가 재정 낭비의 추문이 이어졌고 내부 갈등은 깊어졌다.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약하고, 경제는 5년 전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못했다.

【키예프=AP/뉴시스】우크라이나 작가 다샤 마르첸코가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있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 겸 초콜릿 재벌 페트로 포로셴코의 초상화를 제작하고 있다. 이 작가는 20kg에 달하는 초콜릿을 사서 그 포장지로 포로셴코의 얼굴을 만들었고 초상화의 프레임은 2014년부터 러시아가 지원한 분리주의자들과의 분쟁으로 타격을 입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전쟁터에서 사용된 4000발의 탄피로 만들었다.포로셴코는 오는 31일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대통령 연임에 도전한다. 2019.03.29.

이들에 대한 분노는 '국민을 위한다'는 젤렌스키에 대한 지지로 돌아섰다.

우크라이나의 한 고위급 외교관은 "우리는 정말 평행우주에서 살고 있다"며 "국민은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허구인지 혼동한다"고 말했다.

드라마 '국민의 종' 시즌2에서는 젤렌스키가 셀카 동영상으로 유권자들에 연설하고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장면이 나온다. 젤렌스키는 이와 굉장히 흡사한 방식으로 실제 선거 운동을 기획하기도 했다. 또 자신의 정치 원칙은 TV에서 연기한 캐릭터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는 2월초 외신 기자들과 만나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과 실제의 나를 같은 사람, 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유권자들도 있다"며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젤렌스키의 정치력은 여전히 미스테리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에 가입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모든 것은 국민투표를 통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 우크라이나 동부에서의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모두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엔 자신의 280만명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향해 "총리, 외교장관, 국방장관, 안보국장과 검찰총장의 후보를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미숙함이 여전히 갈등 중인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위험을 촉발할 것이라는 경고도 이어진다.

WP는 현지의 정치 분석가를 인용해 "그가 어떤 대통령이 될지 현재로서는 말하기 어렵다"며 "그 자신도 스스로가 어떤 정치를 해야할지 모르는 것 같다"고 전했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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