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르포]"사람이 코빼기도 안 보여"..통영·고성은 '부글부글'

통영(경남)=조준영 기자 입력 2019.04.0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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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4·3보궐 D-2]"정부가 너무 못해 신뢰가 안가" vs "민주당 뭐라해도 결과는 '짱짱할 것'"
통영 충렬사광장 앞에 걸려있는 양문석 더불어민주당·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자의 선거현수막/사진=조준영 기자


"아침이면 시내에 통근버스 수십대가 쫙 있었다. 이젠 사람이 코빼기도 안보인다"

통영시내엔 벚꽃이 만개해 봄이 왔음을 알렸지만 민심은 차가웠다. 통영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박모씨는 "불과 3~4년만에 확 바뀠다"며 한숨을 내쉬곤 "아파트도 공실이 많아 사람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4·3 보궐선거를 이틀 앞둔 1일, 통영 중앙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얼굴엔 그늘이 드리웠다. 해산물 도소매업을 하는 김모씨(57세)는 "예전엔 중앙시장에 웃돈을 얹어서라도 입점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젠 건물주가 돈을 낮춰서라도 기존 상인들을 잡는다"고 말했다.

◇무너져가는 경남경제 누가 살리나…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통영고성의 이슈는 단연 경제다. 현 정권과 민주당을 향한 날선 비판들이 줄지어 나온다. 상인들과 택시기사,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경제가 너무 어렵다"고 했다.

통영고성의 경제기반인 조선산업이 몰락하며 민심은 어느때보다 싸늘하다. 유권자들은 쇄락하는 지역경제를 살릴 후보에 목마르다. 막판 총력전에 나선 두 후보 모두 자신이 지역경제를 살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양문석 후보는 여당의 장점을 활용한 예산지원과 지역투자 공약을 쏟아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는 매일 양 후보를 지원사격 해준다. 양 후보는 이날 중앙시장 현장유세에서 "통영은 예산폭탄이 떨어져도 힘들 정도로 많이 어렵다"며 "정권심판은 나중에라도 할 수 있지만 지역경제는 지금 살려야 한다. 예산폭탄 가져올 사람은 양문석"이라고 강조했다.

정점식 후보도 통영 수산업을 발전시켜 수산식품 기업유치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또한 새로운 관광자원 확충을 위해 이순신공원에서 신아sb 도시재생지구를 잇는 '제2의 해양케이블카' 건설도 약속했다.

통영 도천동 인근에서 지지자와 사진을 찍는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사진=조준영 기자

◇'보수의 땅'…변화의 바람은 어디로 불까=통영·고성지역은 명실공히 보수텃밭이다. 통영·고성으로 선거구가 바뀐 제15대 총선 이후부터 20년간 보수계열 후보가 내리 당선된 지역이다. 이번에 의원직을 상실한 이군현 전 의원은 그동안 압도적인 득표율로 3번의 총선을 승리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보수의 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승리한 데 이어 통영시장과 고성군수도 민주당의 손에 넘어갔다. 경남도의원의 절반 이상도 민주당 소속이다.

선거초반 정점식 후보의 낙승을 전망하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팽팽할거란 주장도 심심찮게 나온다. 통영에서 나고 자란 김모씨(60세)는 "민주당을 뭐라 하는 사람들이 많아도 정작 투표소에 가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선거결과가) 짱짱할거다"라고 말했다.

현 정권을 향한 비판은 깊은 실망에서 출발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문재인정권을 믿고 민주당 후보들을 찍었지만 생각보다 너무 형편없다는 지적이다. "이정도일 줄 몰랐다". 택시기사 옥모씨(70세)는 지난 지방선거서 민주당이 휩쓸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뜸 이렇게 답했다. 옥씨는 "문재인 대통령으로 바뀌고 잘할 줄 알고 믿었다"며 "주변에선 다시 생각해봐야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중앙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서모씨(65세)는 "양문석 후보가 일자리 1만개 공약을 내거는데 그걸 대체 어떻게 만든다는 거냐"며 "현 정부가 너무 못해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1일 고성시장에서 유세하는 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사진=정점식 후보캠프


◇'소지역주의'는 마지막 변수?…"그래도 통영사람이지"vs"지금은 한국당이 돼야"=민주당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대표적인 변수로 알려진 '소지역주의'에 기대를 건다.

통영출신인 양문석 후보와 고성 출신인 정점식 후보가 맞붙으며 지역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통영(약 13만명)은 고성(약 5만명)보다 약 3배 가까이 인구가 많다. 보수텃밭에서도 양 후보가 선전을 기대하는 이유다. 통영 무전사거리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씨(60세)는 "통영이 보수적이지만 대부분 의원들은 통영출신이었다. 양문석이가 민주당이어도 통영출신이라 그래도 거기를 지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신지역에 앞서 정당을 강조하는 주민들도 상당수였다. 택시기사 김모씨(65세)는 "현 정권이 잘하고 있으면 통영을 찍어줘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필요가 없다"며 "지금은 한국당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측불허의 싸움이 이어지는 통영고성의 마음은 누가 잡을까. 4.3 보궐선거까지 이틀 남았다.

통영(경남)=조준영 기자 ch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