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는 왜 천덕꾸러기가 됐나

김설아 기자 2019. 4. 2.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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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서울역 앞에서 택시들이 손님을 태우고 있다. /사진=뉴스1 이승배 기자

#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부근.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이 일대는 택시 잡기 전쟁이 벌어진다. 택시를 잡으려는 승객과 원하는 목적지의 승객만 골라 태우려는 운전사 간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직장인 박모씨는 ‘예약’이라는 불을 켜고 다가온 택시를 향해 다급하게 “방화동이요”라고 외쳤다. 택시운전사는 말없이 박씨를 지나쳤다. 5m쯤 갔을까. 이 택시는 “강남”이라고 외친 남성을 태웠다. 사실상 예약 표시는 거짓이었던 것. 택시를 기다리며 택시를 부르는 앱도 계속 이용했지만 소용없었다. 박씨는 결국 차가운 새벽바람을 맞으며 1시간 넘게 걷고 걸어 간신히 택시를 잡아탔다.

박씨 사례를 보고 “그래, 나도 그랬어”라며 공감하는 이가 많을 듯하다. 특히 각종 모임과 술자리가 많은 연말연시, 혹은 ‘불금’이라 불리는 금요일 밤에 택시 잡기는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홍대입구를 비롯해 신촌, 광화문, 종로, 강남역 등과 같이 음식점과 술집이 몰려 있는 지역은 특히 심각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때 ‘홍대 대첩’, ‘강남 대첩’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카풀 도입 반대 문구 부착한 택시.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고질병 ‘택시와의 전쟁’… 불만 폭주

택시 잡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걸까. 서울시는 해마다 승차거부 단속과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택시비를 조금씩 올려가며 서비스를 강화하는데 ‘택시와의 전쟁’은 왜 고질병처럼 반복될까.

문제는 역시 돈이다. 택시운전사 배모씨는 “홍대역에서 강남역이나 잠실로 가는 손님을 태우면 도착지에서 또 다른 손님을 태울 수 있기 때문에 기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코스”라면서 “주택가로 가자는 손님은 아무리 멀리 이동해도 다시 빈차로 돌아와야 해 거부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운전사 천모씨는 “멀리 가면 기름값도 많이 들고 한번 왔다 갔다 하면 몇시간이 날아가는데 그만큼 돈이 안된다”며 “사납금 맞추기도 어려워 처우가 특별히 개선되지 않는 한 승객 골라 태우기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승객 입장에선 당연히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내가 정당하게 내 돈 내고 탄다는데 왜 눈치를 보고 거부당해야 하냐”, “승차거부 해놓고도 큰소리 뻥뻥치고 불친절한 택시기사들부터 정리돼야 한다”, “승차거부 과태료나 불이익이 너무 미미한 것 같다” 등. 승객들 목소리엔 분노가 가득하다.

대학생 최모씨는 “편하게 집에 오려고 택시를 타려 했건만 택시도 잡히지 않고 승차거부로 시간이 더 걸렸다”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지치고 택시기사들의 불친절한 태도에 마음이 상해 이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버스나 지하철을 타려고 한다”고 말했다.

승차거부와 불친절. 택시의 대명사로 굳어버린 이 이미지는 외국인들 사이에도 잘 알려져 있다. 15년째 외국인 관광안내를 해오고 있는 정모씨는 “급출발에 급정거, 바가지요금, 승차거부 등 국내 택시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는 외국인이 정말 많았다”며 “오죽하면 한국 관광을 소개하는 외국의 관광안내 책자에 ‘한국 택시는 위험하고 불안하니 특별히 조심하라’고 적혀 있을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택시의 횡포가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얘깃거리가 된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택시 횡포가 국내 관광 활성화의 최대 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마포구 난지천 공원 주차장에서 택시기사가 교체된 미터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황기선 기자

◆‘카풀’ 반대에 ‘타다’ 검찰 고발까지

상황이 이런데 택시기사들이 카카오의 ‘카풀’(승차공유) 서비스 도입에 반발하고 최근에는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서비스 ‘타다’가 불법이라며 검찰 고발까지 하고 나서자 시민의 반응은 더 냉담해졌다. 카풀과 타다를 이용한 적도 이용 계획이 없는 사람도 “편리하고 좋은데 왜 저렇게까지 반응할까”라며 의아해한다. 불편하기 그지없는 국내 택시를 계속해서 참고만 있으라는 것이냐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타다’ 입장은 더 억울하다. 처음 이 서비스가 출시됐을 때만 하더라도 택시업계는 큰 반발이 없었다. 하지만 타다 서비스가 승객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택시업계는 문제를 삼기 시작했다. 타다는 승차거부가 없고 높은 품질의 서비스로 서비스 개시 넉달 만에 호출 건수가 200배 증가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직장인 손모씨는 “결국 택시업계는 ‘타다’가 ‘카카오카풀’에 이어 택시업계의 밥그릇을 빼앗는다고 판단해 고발까지 한 것”이라며 “이런 결과도 따지고 보면 택시업계가 자초한 것 아니겠냐. 스스로 변화하려 하지 않고 남 탓만 하고 남 잘되는 꼴 못 보는 놀부 심보같다”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택시업계가 위기라고 해도 동정여론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글로벌 무한서비스 경쟁시대에 택시업계만 보호해달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자기 밥그릇만 챙기기 위해 생떼를 쓰는 것처럼 보는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택시들도 요금변화에 맞게 다양한 서비스 개발이 이뤄져야 정당한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호갱’ 취급을 받던 승객들이 택시업계의 명줄을 쥔 상황. 이제 택시업계가 답을 내놓아야 한다.

택시요금 올랐지만… “서비스품질 그대로”

서울 택시요금이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인상된 지 한달. 하지만 서울시민 대부분은 택시요금 인상에도 서비스 품질 개선을 기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구원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1·4분기 서울시 소비자 체감경기와 서울시 택시요금 인상’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86.5%는 택시요금 인상 후 서비스 품질에 대해 ‘별 차이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개선될 것 같다’고 답한 시민은 7.5%에 불과했다. 택시요금 인상 후 희망하는 개선사항은 ‘승차거부’가 45.7%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불친절’(29.0%), ‘난폭운전(욕설)’(9.1%)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또 카풀 앱 서비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필요하다’(41.6%)는 의견이 ‘필요없다’(22.5%)보다 2배 정도 많았다. 서울시민의 91.9%가 카풀 앱 서비스를 알고 있었으며 카풀 서비스에 대한 이미지 또한 ‘긍정적’(44.5%)이라는 응답이 ‘부정적(21.4%)’을 2배 상회했다.

서울시민이 카풀 서비스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측면은 ‘저렴한 요금’이 32.0%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은 ‘교통불편 해소’(27.5%)였다. 부정적 측면은 ‘각종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41.8%로 가장 높게 나왔다.

택시 요금과 카풀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개선은 ‘사납금 제도 개선’이 39.4%로 1순위로 뽑혔다. 그 다음은 ‘택시기사 완전 월급제’(21.4%), ‘택시 면허권 축소’(14.2%), ‘안전 및 서비스 교육 강화’(11.2%), ‘승객 응대 표준 서비스 지침 마련’(6.5%) 등의 순이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6호(2019년 4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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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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