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르포] 유권자만 9억명..'세계 최대 민주주의 선거' 印 총선 현장

2019. 4. 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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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부터 6주간 선거 대장정..투표소 100만 곳에 선거관리 요원 1천만명
여권 "모디, 경제 이끈 글로벌리더"..야권 "정권 교체 위해 5년 기다려"
'세계 최대 민주주의 선거' 인도 총선 현장 (메루트[인도]=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1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북동쪽으로 80㎞가량 떨어진 우타르프라데시주 메루트시의 집권 인도국민당(BJP) 총선 유세장. 2019.4.2 cool@yna.co.kr

(메루트[인도]=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자이 힌드"(인도 만세), "진 다바드"(만세).

1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북동쪽으로 80㎞가량 떨어진 우타르프라데시주의 메루트시 총선 유세장.

3선을 노리는 집권 인도국민당(BJP) 소속 라젠드라 아그라왈(68) 연방 하원의원과 지원 유세차 현장에 온 주 부총리 케샤브 프라사드 마우리아(50)가 차례로 연단에 모습을 드러내자 유세장은 이 같은 환호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천막이 쳐진 유세장 안 5천여 좌석은 행사 한 시간 이전부터 이미 꽉 찼다. 자리를 잡지 못한 5천여명은 유세장 안에 서 있거나 주변 펜스 등에 기댄 채 유세를 지켜봤다.

심지어 한 주민은 나무 위로 올라가 선거 슬로건을 외치기도 했다.

연방정부의 거물급 정치인이 참석한 것도 아닌데 지방 도시 총선 유세장에 1만명의 군중이 몰린 것이다.

인도 총선 유세를 보려고 나무 위에 올라간 남자 (메루트[인도]=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1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북동쪽으로 80㎞가량 떨어진 우타르프라데시주 메루트시의 집권 인도국민당(BJP)의 총선 유세장. 유세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한 남성이 펜스 밖 나무 위에서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 2019.4.2 cool@yna.co.kr

인구 130만명의 메루트는 이날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었지만, 유세 시간이 다가오자 꾸역꾸역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BJP의 상징색인 주황색으로 물든 모자 등을 쓰고 BJP 깃발을 흔들며 떼를 지어 유세장으로 향했다.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대선 주자의 유세장마다 수십만 군중이 몰려들던 1980∼1990년대 한국의 '3김 시대'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세계 최대 민주주의 선거' 인도 총선 현장 (메루트[인도]=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1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북동쪽으로 80㎞가량 떨어진 우타르프라데시주 메루트시의 집권 인도국민당(BJP)의 총선 유세장. 2019.4.2 cool@yna.co.kr

아그라왈 후보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014년 집권 후 군인, 빈민, 여성, 소수 집단 등을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정치의 길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BJP는 모두가 권력을 갖게 했고 모두에게 기회를 줬다"며 "반면 인도국민회의(INC)는 가족이 권력이다"라고 지적했다.

연방의회 제1야당 INC가 자와할랄 네루 등 총리 3명을 배출한 '네루-간디 가문'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마우리아 주 부총리도 "INC가 집권한 55년보다 최근 BJP가 집권한 5년간 한 일이 더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세장에서 만난 BJP 지지자 차한 싱 바리얀(63)은 "모디는 애국을 말하는 유일한 후보이며 글로벌 리더"라며 "특히 경제 분야에서 인도를 세계 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민주주의 선거' 인도 총선 현장 (메루트[인도]=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1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북동쪽으로 80㎞가량 떨어진 우타르프라데시주 메루트시의 야권 지역정당 바후잔사마지당(BSP)과 사마지와디당(SP)의 합동 유세장. 2019.4.2 cool@yna.co.kr

하지만 비슷한 시간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물든 인근 유세장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BJP에 맞서 연대를 선언한 바후잔사마지당(BSP)과 사마지와디당(SP)의 합동 유세장이었다.

파란색이 상징인 BSP와 빨간색이 상징인 SP는 과거 수십년간 BJP와 번갈아 가며 주 정부를 장악한 우타르프라데시의 대표 지역 정당이다.

BSP 지지자라고 밝힌 모흐드 샤나와즈 칸(42)은 "이번 총선에서 우타르프라데시에서는 SP-BSP 연합이 의석을 싹쓸이하며 승리할 것이며 연방의회에서는 INC가 이끄는 야당 연합이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디 정부는 지난 5년간 실업 문제, 인프라 구축 등 모든 면에서 실패했다"며 "우리는 5년간 이번 선거를 기다려왔다"고 강조했다.

남한 면적의 33배(329만㎢)에 달하는 대국 인도는 이처럼 요즘 전국 곳곳이 선거 열기로 뜨겁다.

무려 9억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선거' 인도 총선이 오는 11일부터 막을 올리기 때문이다.

13억5천만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는 총선 스케일도 필적할 나라가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전국에 설치되는 투표소만 무려 100만개. 군인, 경찰 등 치안 병력 포함, 1천만명의 선거관리 요원이 투입된다.

선거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다른 나라처럼 하루에 선거가 치러지지 않는다. 무려 6주에 걸쳐 7차례 선거가 열린 뒤 다음 달 23일 한 번에 개표된다.

총선 판도는 BJP가 이끄는 여당 연합의 재집권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 속에 INC가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인도 29개 주 가운데 첫 손에 꼽히는 핵심 승부처는 이곳 우타르프라데시주다.

인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주(2억명)로 연방 하원의석수만 80석에 달한다. 연방하원 전체 의석수는 543석(대통령 지명 2석 제외)이다.

BJP는 2014년 총선에서 우타르프라데시에서만 71석을 확보하는 등 싹쓸이했다.

'세계 최대 민주주의 축제' 인도 총선 현장 (메루트[인도]=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1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북동쪽으로 80㎞가량 떨어진 우타르프라데시주 메루트시의 집권 인도국민당(BJP)의 총선 유세장. 총선 후보 지지연설에 나선 주 부총리 케샤브 프라사드 마우리아. 2019.4.2 cool@yna.co.kr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반(反)모디 전선이 강하게 형성돼 치열한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BSP와 SP가 손을 잡은 데다 INC는 정계 진출을 선언한 라훌 간디 총재의 여동생 프리양카 간디 바드라를 주 동부 지역 책임자로 투입한 상태다.

워낙 중요한 지역인만큼 모디 총리도 우타르프라데시의 힌두교 성지 바라나시에서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BJP가 우타르프라데시에서 얼마나 의석수를 지켜내느냐에 따라 이번 총선 승리는 물론 연방의회 과반 확보까지 달린 상황이다.

정치컨설팅 업체 아테나 벤처스의 나빈 샤르마 대표는 "우타르프라데시는 인도 총선의 '킹메이커' 노릇을 하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도 BJP가 이끄는 여당 연합이 무난히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샤르마 대표는 "BJP 단독으로 하원 과반인 280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며 여당 연합 전체 의석은 압승을 거둔 2014년을 능가하는 350석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모디 총리의 지지율이 최근 파키스탄과 군사 충돌 후 크게 오른 데다 BJP가 2014년 총선에서는 부진했던 남부와 동부 지역에서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다.

인도 총선 유세장으로 몰려드는 군중 (메루트[인도]=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1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북동쪽으로 80㎞가량 떨어진 우타르프라데시주 메루트시의 집권 인도국민당(BJP)의 총선 유세장. 유세 시간이 다가오자 BJP 지지자들이 현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2019.4.2 cool@yna.co.kr

지난달 초 공개된 IANS통신-씨보터(C-Voter) 주관 여론조사에서도 여당 연합이 우타르프라데시에서 선전한다면 최대 307석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 같은 분위기는 메루트 시내 한 쇼핑몰에서 만난 젊은 층에서도 조심스럽게 감지됐다.

대학에서 호텔 경영을 전공하며 이번 총선에서 처음 투표한다는 투샤르 싱 라지푸트(21)는 "모디 총리는 경제 발전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며 "지난 5년간 기초를 닦았다면 앞으로 5년은 더욱 큰 발전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라지푸트의 여자친구도 "주변의 대학교 친구들은 대부분 BJP를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선거가 워낙 오랫동안 이어지는 만큼 모디 총리의 지지율 상승세를 이끈 안보 이슈가 계속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파키스탄과 군사 충돌에 쏠렸던 유권자의 관심이 실업, 농가 부채 문제 등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야당의 지지세가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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