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재개될 가능성 커지는데..방사능 오염은 여전

배문규 기자 2019. 4. 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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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014년 10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부의 후쿠시마 주변 수산물 수입재개 중단과 방사능 오염 폐기물 수입금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일본 후쿠시마현 주변에서 잡힌 수산물에서 여전히 방사성물질이 검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한국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분쟁에서 한국이 패하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이 재개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2018년 일본 후생노동성의 ‘농수축산물 방사성물질 검사 결과자료’를 분석한 결과 방사성물질인 세슘이 어류 18종에서 검출됐다고 2일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총 17만1925건의 농수축산식품을 대상으로 방사성물질 검사를 진행했다. 농산물은 18.1%, 수산물은 7.0%, 야생육은 44.6%, 기타가공식품은 2.5%에서 세슘이 검출됐다.

수산물의 경우 산천어에서 세슘이 ㎏당 140Bq(베크렐) 검출돼 기준치(100Bq/㎏)를 넘었다. 세슘이 20Bq/㎏ 이상 검출된 어종은 18종이었는데 송어·붕어·잉어와 같은 담수어는 물론 도다리·농어·홍어·가자미·까나리 등 바다 어류도 포함됐다.

한국 정부는 2013년 8월 도쿄전력이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인정하면서 국민적 우려가 커지자 그해 9월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인근 8개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특별조치를 시행했다. 이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수입금지 지역으로 정한 곳에서 생산된 수산물 9274건 중 680건(7.3%)에서 세슘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산물 수입허용 지역 수산물 527건에서는 4건(0.8%)이 검출됐다. 수입금지 지역의 방사성물질 검출률이 수입허용지역의 9.1배에 달했다.

그 외 야생육으로 분류된 멧돼지는 방사성물질이 기준치의 52배인 5200Bq/㎏ 검출돼 가장 높게 나왔다. 흰뺨검둥오리(1300Bq/㎏), 반달가슴곰(670Bq/㎏) 등이 뒤를 이었다. 농산물의 경우도 두릅 780Bq/㎏, 고사리 430Bq/㎏, 죽순 430Bq/㎏ 등 방사성물질이 높게 검출됐으며, 표고버섯은 조사 대상의 54%에서 검출됐다.

이들 단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산 먹거리 오염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라면서 “일본 정부의 허술한 방사능 검사에도 여전히 많은 식품에서 방사성 오염이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에선 1Bq/㎏ 미만의 값도 측정 가능한 고순도 분석기를 사용하는데, 일본 후생노동성에선 검출한계치가 25Bq/㎏인 측정장비를 주로 사용하고 있어 그 아래값은 측정을 못한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 세계 51개국에서 일본산 농수산물식품에 대한 수입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 정부만 특별히 일본 식품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 정부는 5번째 수입국인 한국만 유일하게 2015년 5월 WTO에 제소했다.

지난해 2월 열린 1심에선 일본이 이겼다. WTO에선 한국 정부의 조치가 “일본산 식품에 차별적이며, 필요이상으로 무역 제한적”이라 WTO 협정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정했다. 오는 11일 공개되는 최종 결과에서도 ‘한국 패소’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이 WTO 소송에서 수세에 몰린 것은 과거 정부의 대응이 허술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2014년 일본 현지 조사에 나섰지만 겉핥기에 그쳤고, 일본이 WTO에 소송을 제기하자 조사단 활동도 중단됐다. 결국 수입 금지를 뒷받침할 근거 자료도 없어 일본의 주장에 반박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에선 “국민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원칙 아래 국민들이 우려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응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WTO 패소를 하더라도 15개월의 유예 기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추가적인 협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수산물의 경우 원산지를 국가명만 표기해도 상관없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싼값에 시장이나 식당 등에서 일본산으로 표기해 판매해도 소비자들은 실제 원산지가 어디인지 알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방사성 물질 검출 기준치는 보수적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기준치보다 낮은 식품까지 위험을 과장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이 체내에 축적될 수 있어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는 목소리도 있다.

환경운동연합에서는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방사능에 오염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차단하고 식탁 안전을 지키는 대책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면서 “수입 재개에 대비해 수입식품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고, 소비자들이 후쿠시마 수산물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원산지 표시 제도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8년도 일본 전역 방사성물질 다량검출 수산물. 환경운동연합·시민방사능감시센터 제공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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