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강남·성북 공시가격 일부러 낮춰..서울서만 25조 세금 누락"

이성희 기자 2019. 4. 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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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근 지방자치단체가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을 표준단독주택보다 인위적으로 낮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서울시 용산·강남·성북구청을 직무유기로 서울시에 감사를 요청했다. 불평등한 공시지가와 낮게 조작된 공시가격으로 지난 14년간 징수되지 못한 보유세는 서울에서만 약 25조원으로 추정됐다.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경실련)은 그간 개별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을 시세보다 낮게 조사·평가해온 서울시 일부 자치단체장의 직무유기와 관련해 서울시에 감사를 요청했다고 2일 밝혔다.

감사 대상은 용산·강남·성북구 자치단체들이다. 감사항목은 토지와 주택 등 부동산의 개별공시가격을 조사해 결정해온 자치단체 공무원과 단체장의 직무유기, 수백억대 혈세를 투입해 개별토지와 개별주택 등의 적정가격을 매기지 않은 공무원과 관련 용역 수행자의 직무유기, 개별공시가격을 낮게 조작해 세금을 제대로 거두지 못하게 하고 재벌과 소수의 부동산 부자들이 부동산 투기에 나서도록 조장한 행위 등이다.

공시지가 제도는 토지공개념 도입 이후 땅값 체계를 일원화하면서 1990년부터 매년 공시하고 있다. 2005년부터는 주택의 시세반영률 제고를 위해 공시가격을 도입했다. 이후 아파트의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은 70% 수준이었으나 대개 재벌과 부동산 부자들이 보유한 상가업무빌딩이나 고가단독주택 등의 공시가격은 시세의 30~40%에 불과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5대 재벌이 소유한 토지는 장부상 가격 기준으로 2017년 75조원으로 집계됐다. 2007년만 해도 25조원으로, 10년새 50조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재벌이 등장한 1967년부터 2007년까지 40년간 사들인 가격의 2배를 10년간 사재기해 그 가치를 3배까지 불린 것이다.

특히 공시가격이 도입된 이후 14년간 용산구 한남동과 이태원 등에 위치한 15개 고가단독주택의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을 비교한 결과, 12년간 건물값과 땅값을 합친 공시가격이 땅값만 따지는 공시지가보다 평균 7% 낮게 나타났다. 다시 말해 건물값이 사실상 ‘마이너스’로 산정된 것으로, 한남동은 2005년을 빼고는 매년 공시가격이 공시지가보다 낮았다.

그러나 자치단체장은 아직도 불평등한 공시가격을 개선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경실련은 지적했다. 올해 강남구 등 6개 단체장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인하를 요청하며 국토교통부를 방문했다. 경실련은 “개별 지자체장들의 의지에 따라 개별주택가격을 낮추거나 높이는 등 불공정한 조작이 가능함을 재확인해준 꼴”이라며 “지난 14년 동안 불공정한 개별공시지가와 개별공시가격을 조사·결정했고, 정상적으로 거둬야할 세금조차 제대로 걷지 못해 1000억원 국민 혈세를 낭비한 꼴”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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