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윤도한 "포르셰 뭐가 문제? 언론이 곡해, 반박해 보라"

강태화 2019. 4. 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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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차 발언 관련 공격적 브리핑
청와대 일각 "이해할 수 없다"
'부실학회 인터넷 검색 쉽다' 묻자
"내가 안 해봐서 모르겠다" 답변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지난 1일 정례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유송화 춘추관장이 “더 이상 질문이 없으면…”이라며 브리핑을 서둘러 끝내려고 했다. 절박함마저 느껴졌다. 그러나 마이크를 잡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아니요, (질문) 다 받겠습니다. 직업이 질문하시는 분들이니”라며 답변을 이어갔다.

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윤도한 수석의 브리핑 장면이다. 춘추관에는 장관 후보자 부실 검증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듣기 위해 기자들이 빼곡하게 앉았다. 윤 수석 옆에는 춘추관 직원 전원과 두 명의 부대변인까지 총출동했다. 다들 긴장된 표정이었다.

이유는 1일 브리핑 때문이다. 윤 수석은 낙마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과 관련해 “외국에 있으니 당연히 외제차를 탔겠죠”라며 악화된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포르셰와 벤츠를 탔다는 아들의 ‘호화 유학’ 논란은 이미 청문회에서 논란이 됐던 사안이다. 특히 조 후보자가 아들 유학 비용 마련을 위해 “전세금을 올려 돈을 보냈다”고 한 게 국민 정서를 자극했다는 말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윤 수석은 “조국·조현옥 등 청와대 인사라인의 잘못은 없다”며 “포르셰를 탄 게 왜 문제냐”고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다. 당황한 춘추관장이 급히 브리핑을 끝내려고 했지만, 윤 수석은 뭐가 문제냐는 표정이었다. 결국 주요 언론이 ‘포르셰 발언’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청와대가 매를 벌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청와대에선 대변인이 부동산 투기 파문으로 물러난 데 이어 이번엔 홍보수석의 설화(舌禍)까지 터지자 한숨소리가 나온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윤 수석이 언론의 생리를 잘 아는 기자 출신인데도 말실수에 가까운 언급으로 언론에 ‘먹잇감’을 던져준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명백한 실언이었다”고 잘라 말했다. 조동호 후보자의 부실 학회 참석이 단순한 인터넷 검색에서도 확인된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윤 수석이 “내가 안 해 봐서 모르겠다”고 말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윤 수석은 2일 브리핑에서 ‘포르셰 발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미리 준비한 듯 전날 발언을 적은 종이를 꺼내 읽었다. 그러면서 “3000만원인 차량 가액 기준으로 큰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제가 아니라 검증팀이’ 판단했다고 했는데 언론이 곡해해서 썼다”고 말했다. 그런 뒤 “자 제 말에 반박하려면 하시죠”라며 기자들을 바라봤다.

물러난 김의겸 대변인은 스스로 인정했듯 ‘까칠한 대변인’이었다. 그런데 윤 수석은 까칠함을 넘어 공격적이란 인상마저 준다. 경위야 어찌 됐든 장관 후보자 두 명이 동시 낙마했으면 국민에게 사과와 반성을 전하는 게 청와대 홍보책임자의 임무일 텐데 윤 수석의 브리핑에서 그런 기조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대변인과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의 입이다. 문 대통령의 생각을 대신 전달하는 위치다. 대통령 본인을 제외하면 청와대에서 언론 노출빈도가 가장 잦은 인사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를 비롯해 역대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라인에 언론인 출신이 대거 기용된 것은 민심을 읽고 대처하는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홍보라인에서 혹시나 엉뚱한 소리가 나오지 않을지 다른 파트 참모들이 걱정하는 상황이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 참여했던 한 여권 인사는 “청와대 홍보책임자는 철저히 민심을 눈높이로 해서 발언을 해야 하는데 개인 생각을 강조하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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