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원수' 같던 여야가 종교인 과세 완화 앞에선 '동지'로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입력 2019.04.0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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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종교인 퇴직소득세 완화에 한 목소리로 찬성하는 여야 정치인의 행태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지난달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종교인의 퇴직소득 과세 범위를 줄이고 기존 납입분에 대해선 환급받을 수 있게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여야 정치인들은 날이면 날마다 정쟁을 일삼아 본회의나 상임위원회가 매번 파행되기 일쑤였는데 신기하게도 종교인 퇴직소득에 대한 개정안은 김정우 조세소위원장의 제안설명 이후 바로 통과됐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대한 의원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법안은 기획재정위원장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하고 민주당에서는 김정우·강병원·유승희·윤후덕 의원, 자유한국당의 김광림·권성동·이종구·추경호 의원, 민주평화당은 유성엽 등 의원 10명이 발의자로 참여했다.

개정된 법안의 골자는 종교인의 과세가 2018년 1월 1일부터 시작됐으니, 종교인의 퇴직소득 역시 소득세 부과 시점 이후부터 근무기간을 따져 세금을 부과하자는 내용이다.

이미 2018년부터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시행됐지만 퇴직소득세에 대한 과세 시점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이번 개정안을 통해 퇴직소득세 역시 소득세 부과 시점과 동일하게 2018년 이후 발생한 퇴직금에 대해서 과세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예컨대 A 종교인이 지난해 말까지 20년간 근속하고 10억원을 퇴직금으로 받을 경우, 현재는 10억원 전체가 퇴직소득으로 분류돼 소득세가 부과된다. 하지만 개정안이 처리되면 '2018년 1월 이후 근속기간'인 1년에 전체 근속기간 20년을 나눈 비율을 곱하게 돼 과세대상 금액이 2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2018년에 퇴직해 퇴직소득세가 원천징수됐다면, 초과납부한 세금도 환급받을 수 있다. 이 법안은 오는 4일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고 다음날 열리는 본회의를 통과되면 확정된다.(☞관련기사: '종교인 과세 완화法' 기재위 '만장일치' 통과…국회 통과 눈앞)

기재위와 기획재정부는 2018년 이전 발생한 퇴직금에 대해 소득세를 전부 부과할 경우 종교인이 과세 불이익을 받게 되며 2017년 이전 퇴직자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을 법 개정의 이유로 들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특혜 차원의 고려가 아니다"라며 "종교인 과세가 시작됐으면 그에 따른 퇴직 활동도 그 시점으로부터 계산해서 봐야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18년 이전에 퇴직한 종교인과 2018년 이후에 퇴직한 종교인 간에 세금에 차이가 난다고 해 그것을 맞추자고 50년 만에 부과된 소득세법을 다시 뜯어고쳐서 혜택을 주는 것은 종교인들끼리의 형평성을 위함이지 일반 납세자의 시선에서 과세의 형평성이라고 말할 수 없다.

또한 종교인들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도 2018년에 퇴직한 종교인들이 그 이전에 퇴직한 종교인들과 비교할 때 불이익인 것이지, 착실하게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는 대다수의 근로자들과 서민들과 비교할 때 불이익을 받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종교인들은 세금에 있어서 그야말로 신성불가침과도 같은 혜택을 받아 왔다. 기본적으로 종교인들에 대한 소득세는 원천적으로 면제됐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개세주의(皆稅主義)’의 원칙에서 예외를 인정받아 온 셈이다.

그나마 2018년부터 소득세가 부과된 종교인들의 소득은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는데, 이 때 필요경비를 최대 80%까지 인정받을 수 있어 상당 부분의 소득이 세금 부과 대상에서 공제되기 때문에 근로소득보다 훨씬 적은 세금이 부과된다. 게다가 ‘소속 종교단체로부터 받은 소득’으로 제한되므로 타종교단체나 신자들이 개별적으로 건네는 사례비도 과세 대상이 아니다.

또한 종교활동비로 처리되는 금액 역시 전부 비과세 혜택 대상이다. 종교인이 종교 활동에 사용할 목적으로 지급받은 모든 금액과 물품은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며 그 범위도 사실상 제한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영수증 처리가 필요없는 특수활동비 역시 무제한 허용되며, 종교활동비 역시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와같이 종교인들은 사실상 세금에 대해서 일반 근로자에 비해 엄청난 세제 상의 혜택을 누려왔다. 그나마 지난해 끈질긴 여론의 요구로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종교인에 대한 소득세 부과가 시작됐다.

그럼에도 퇴직 종교인들끼리의 형평성을 주장하면서 불과 1년 만에 다시 종교인에게 부과된 퇴직소득세를 부랴부랴 법안까지 개정해가면서 세제상의 혜택을 주는 것은 세금을 꼬박꼬박 납부해 온 일반 근로자나 서민 입장에서는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물론 이번 개정안이 과거 공무원 퇴직금 부과 선례도 있고 법적 타당성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정작 국회가 국민의 여론을 대표하는 기관이라면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러한 여론 수렴 과정도 없이 초단기간에 개정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결국 여야 의원 모두 내년 총선을 의식하고 표심을 잡기 위해 종교인들에게 특혜를 주고자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더욱 더 분통이 터지는 것은 정작 국가와 서민 경제 살리기에 중요한 법안 심의마저 파행을 거듭하며 정쟁을 벌였던 국회의원들이 정작 종교인 세제 개정 법안에 대해서는 단 한명의 반대도 없이 '초스피드'로 통과시켰다는 점이다. 원수처럼 치고박기만 하던 여야 국회의원들조차 일치단결하게 만드는 종교의 힘이 새삼 놀랍다.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skchoi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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