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70년..네덜란드 전차 18대, 독일 잠수함은 6척 뿐
창립 70주년 나토, 미국 제외 전력 아찔한 수준
네덜란드 7년 전 기갑부대 해체, 중고전차 매각
나토, 경제지원 마셜플랜과 함께 서방동맹의 양 기둥
민주주의와 인권, 시장경제의 '가치 동맹' 자리 잡아
냉전 뒤 러시아·중국 견제 글로벌 안보기구로 발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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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나토 국방비 7할 차지
사실 나토는 실질적으로 미국이 주도해왔다. 나토가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나토 회원국 29개국의 2018년 국방비 1조134억 달러 가운데 미국이 7060억 달러로 가장 많다. 미국이 나토 전체 군사비의 69.67%를 차지하며 나머지 회원국을 모두 합쳐도 전체 국방비 지출의 3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영국이 615억 달러, 프랑스 520억 달러, 독일 510억 달러, 이탈리아 257억 달러, 스페인 138억 달러, 그리스 50억 달러를 각각 지출했다.
나토 회원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유명무실한 상태다. 2018년 이를 충족한 회원국은 미국(3.39%), 그리스(2.22%), 영국(2.15%), 에스토니아(2.07%), 폴란드(2.05%), 라트비아(2.03%), 리투아니아(2.0%)의 7개국뿐이다. 나머지는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다. 경제 규모가 큰 주요 회원국인 프랑스(1.82%), 터키(1.64%) 독일(1.23%) 이탈리아(1.15%)도 마찬가지다. 스페인(0.93%), 벨기에(0.93%), 룩셈부르크(0.54%)는 가이드라인의 절반인 1%도 되지 않는다. 회원국인 아이슬란드는 군대 없이 해안경비대만 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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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보병도 독일군에 통합
과거 3개 기갑 연대를 운용하전 네덜란드는 2012년 기갑부대를 모두 폐지했다. ‘알렉산데르 왕자 기병연대’는 2007년 7월에, ‘판시츠마 기병연대’와 ‘판오라녜 왕자 기병연대’는 2012년 각각 해산됐다. 주한 네덜란드의 관계자는 “네덜란드나 그 주변에서 기갑전이 벌어질 정도면 이미 전쟁이 가망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며 기갑 전력 감축을 옹호했다. 그 비용을 아껴 주민을 위한 도서관·미술관 운영비용이나 사회복지 분야에 쓰는 게 정치적으로 훨씬 유리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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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국경 맞댄 핀란드, 중고전차 구입
네덜란드 육군이 운용하던 레오파르트 전차 100대는 아예 핀란드에 팔려 올해까지 순차적으로 인도하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핀란드는 EU 회원국이지만 나토 회원국은 아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핀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 직전 벌어진 겨울전쟁에서 게릴라전, 위장전술, 저격수 도입, 스키병 운영, 설상복 도입 등 신출귀몰한 작전으로 소련군을 물리쳤다. 그 뒤 2차대전 막바지에 독일과 소련으로 수시로 편을 갈아타며 생존을 유지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핀란드는 서구식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제도를 유지하는 대신 무기체계는 소련제를 도입해 균형을 유지하는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최근 나토에 대한 태도에 변화를 보인다. 네덜란드에서 독일제 레오파르트 중고전차를 들여온 것도 그 일환으로 평가할 수 있다.
유럽 G7 4개국 전차 800여 대-한국보다 적어
‘밀러터리 밸런스 2019’에 따르면 서유럽 나토 회원국들의 주력전차(MBT) 전력도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나토 회원국 가운데 주요 7개국(G7) 회원국을 살펴보면 독일이 레오파르트 전차 236대, 영국이 챌린저 2 전차 227대, 프랑스가 르클레르 전차 200대, 이탈리아가 아리에테 200대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유럽의 나토 회원국이자 G7 회원국인 4개국의 보유 주력전차를 모두 합해도 900대가 되지 않는다. 2386대의 M1 에이브럼스 주력전차를 운용하고 약 3500대를 예비용으로 비축하고 있는 미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다.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EU에서 ‘유럽의 맹주’로 불리는 독일, ‘새로운 유럽’을 외치는 프랑스도 국방에는 투자를 주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전차와 잠수함으로 유명하지만, 현재 잠수함 전력은 212A급 6척이 고작이다. 현재 2514대의 주력전차와 22척의 잠수함을 운영하는 한국보다 이들이 운용하는 군사 장비가 더 적은 셈이다. 물론 중국·러시아·일본에 둘러싸인 데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상존한 한반도와 유럽의 국방 환경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유럽 군사력이 허약한 것은 사실이다.
나토 회원국 중 미국을 제외하면 서로 앙숙인 터키와 그리스, 그리고 폴란드와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소련이 주도했던 옛 바르샤바 동맹국 회원이었다가 공산체제 몰락 이후 나토에 가입한 국가만 전차 전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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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와 마셜플랜으로 서방결속 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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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 동맹’
서독 지역의 연합군 점령은 1952년 체결된 본-파리 협정이 1955년 관계국 모두에서 비준되면서 끝났다. 독일의 재기를 두려워한 프랑스가 비준을 한차례 거부해 시간이 걸렸다. 민주주의 국가로 재출발한 서독도 이런 과정을 거친 뒤 1952년 나토에 가입할 수 있었다. 서독은 1990년 10월 동독과 통일을 이룬 뒤 동독지역까지 포함한 통일 독일로서 나토 회원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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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군사독재 시절엔 가입 못해
스페인의 가입 과정은 나토가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 동맹임을 증명한다. 스페인은 프란시스코 프랑코(1892~1975)의 파시스트 독재 정권의 집권 시기에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서방세계 가치를 공유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나토와 유럽경제공동체에 들어갈 수 없었다. 1975년 독재자 프랑코의 사망 뒤 1978년 민주 헌법을 제정했지만 1981년 불발 군사 쿠데타가 터지는 등 정치적인 위기가 계속돼 나토 회원국이 되지 못했다. 1982년 혼란이 가라앉고 안정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이루면서 비로소 나토 회원국이 됐다. 그 뒤 국내에서 나토 탈퇴 움직임이 벌어지자 1986년 3월 12일 국민투표에서 56.9%의 찬성으로 나토 잔류를 확정했다. 스페인의 나토 가입과 잔류 결정은 대표적인 민주주의 가치의 적용 사례다.
나토 확대, 러시아 예민 반응
1955년 옛 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 공산당 서기장이 주도해 8개 회원국으로 창설했던 동유럽 공산권의 군사동맹인 바르샤바 조약기구는 공산권이 몰락하면서 1991년 자진 해산했다. 바르샤바 조약기구는 1956년 헝가리 민주혁명 당시 헝가리 침공, 1968년 ‘프라하의 봄’ 당시 체코슬로바키아 침공 등으로 악명을 떨쳤다.
바르샤바 조약기구 회원국이던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루마니아·불가리아·알바니아 모두가 현재는 나토 회원국이다. 체코슬로바키아는 케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된 뒤 두 나라 모두 가 나토 회원국이 됐다. 심지어 옛 소련의 일부였다가 독립한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도 회원국이다. 과거 비동맹 국가였던 유고슬라비아의 일부였다가 독립한 크로아티아·몬테네그로도 가입했다. 한국은 호주와 뉴질랜드·일본 등과 함께 나토의 협력국가(Global Partne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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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인도태평양 동맹과 연결 추진하나
현재 나토는 러시아의 확장을 억제하는 서방의 군사동맹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동맹을 추구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해 나토 회원국들의 군함과 전투기 등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벌어지는 군사훈련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이유다.
나토가 인도태평양 동맹과 서로 연결할 경우 강력한 글로벌 안보기구로 거듭날 수 있다. 창설 70년, 사람으로 치면 고희를 맞은 나토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한국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속해서 주목해야 할 이유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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