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루니스호, 석유 실은 채 공해 머물다 귀항.."북한 불법 환적 가담 의심"

윤희훈 기자 2019. 4. 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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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불법 해상 환적지로 지목된 공해에 머물다 귀항(歸港)
목적지로 신고한 '싱가포르항' 들른 항적 기록 없어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의도적으로 껐다는 의혹도

루니스 호의 지난 1년간 항적을 표시한 마린트래픽 지도. 미국 정부가 주요 환적지로 지목한 해역(원 안)에 여러 차례 머문 뒤 다시 돌아간 흔적이 있다. 빨간색은 선박이 멈춘 것을 의미하며, 노란색은 저속, 녹색은 정상 속도로 운항했음을 나타낸다. /MarineTraffic·VOA

한국 국적 선박 루니스호가 대량의 석유를 싣고 출항한 뒤, 중국 인근 공해 상에 머물다 귀항(歸港)하는 등 불법 환적을 의심케 하는 항해 기록이 확인됐다. 루니스호는 애초 목적지로 신고한 싱가포르항에도 입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루니스호는 지난달 21일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공개한 선박 리스트에 포함됐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2일(현지시간)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웹사이트 '마린트래픽'을 통해 루니스호의 지난 1년 간의 항해 기록을 살펴본 결과, 이 선박이 국내 항구에서 출발해 공해에 머물다 목적지로 기재한 항구에 입항하지 않고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루니스호는 지난해 4월11일 한국 여천항을 출발해 다음날 중국 상하이 앞바다에서 200km쯤 떨어진 동중국해 공해상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한 신호가 포착되지 않던 루니스호는 사흘 뒤인 15일 같은 지점에서 신호를 보냈다. 18일과 26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위지 정보가 확인됐다.

AIS 신호만 놓고 보면 루니스호는 당초 다음 목적지로 신고한 싱가포르에 입항하지 않은 채 2주 동안 공해상 같은 자리에 머무른 것으로 보인다. 이후 루니스호는 북부 해상을 향해 운항을 시작해 같은 달 29일 한국 울산항에 도착했다.

한국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루니스호는 당시 동중국해에 도착하기 전 한국 여천항에서 석유를 실었고, 목적지는 싱가포르로 신고했다. 그러나 마린트래픽 자료에는 이 기간 루니스호가 싱가포르에 입항한 기록이 없었다.

루니스호는 지난해 5월에도 최소 두 차례 동중국해 공해상에 머물다가 한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기록됐다. 6월에는 타이완에서 북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해상에서 두 차례 머물다 한국으로 기수를 틀었다.8월엔 동중국해 인근 해역으로 향하던 중 AIS 신호가 끊겼으며, 12월엔 저우산 섬 인근 해역에 머물다 다른 나라 항구에 입항을 하지 않은 채 되돌아갔다.

루니스호가 머물다가 돌아간 동중국해 공해상과 타이완 북쪽 해상, 저우산섬 인근 해역은 미국 재무부가 보고서에서 주요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지로 지적한 곳들이다. 루니스호가 목적지로 보고한 항구에 실제 정박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루니스호는 매번 한국 항구를 떠날 때마다 항만청에 차항(목적)지를 싱가포르와 베트남 등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마린트래픽 자료엔 루니스호가 이 기간 싱가포르나 베트남에 기항한 기록이 없다.

마린트래픽의 위치정보 자료는 일부 지역에 따라 일부 항적이 누락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먼 거리의 항구로 항해하는 동안 항적이 포착되지 않는 경우는 AIS를 의도적으로 끄는 게 아니고선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VOA 측은 "정상적인 운항이 가능한 싱가포르 항구를 방문하면서 AIS를 껐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면서 "싱가포르에 기항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VOA 측은 마린트래픽 자료의 오류 가능성을 감안해 싱가포르 항만청에 루니스호의 입항 기록이 있는지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루니스호는 석유 등 유류제품을 실을 수 있는 6500t급 유조선이다.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은 "루니스호는 매 출항 때마다 한국에서 약 6천500여t의 석유 제품을 적재했다"면서 "루니스호는 2017년 이후 한국에서 총 27차례에 걸쳐 정유제품 16만5400t을 싣고 나갔다"고 했다.

루니스호의 선주사인 에이스마린 관계자는 현재 루니스 호의 운영은 용선 회사인 B사가 담당하고 있다면서, 현재 B사는 또 다른 싱가포르 회사인 C사에 재용선을 준 상태라고 밝혔다.

에이스마린 관계자는 또 "지난해 9∼10월 루니스호는 대북 거래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한국 정부의 조사를 받았고, 혐의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했다. 에이스마린에 따르면 루니스호는 작년 9월 26일 여수항에서 해양수산부로부터 '출항보류' 조치를 받아 보름 넘게 해수부·외교부·세관당국 등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해당 선박은 그동안 한국과 미국이 예의주시해온 선박"이라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여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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