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청소 후 간식 준비" 직원이 하녀? 50대 女팀장 '20년 갑질'

박세원 기자 2019. 4. 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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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매일 출근길이 지옥 같았다.

서울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3일 "지난달 11일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임씨의 '갑질'이 폭로됐고 나흘 뒤 임씨는 대기발령 조치됐다"며 "팀원들이 수집한 증거자료가 사실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팀원들은 임씨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한이 장기간 갑질을 가능케 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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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청소하고 간식거리 준비해.." 별관에 혼자만의 왕국 건설 '군림'
그래픽=뉴시스

A씨는 매일 출근길이 지옥 같았다. 자신을 하녀처럼 부리는 50대 여성 팀장 임모씨의 모습이 떠올라 숨이 턱 막혔다. 일터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무기록팀 사무실에 도착하면 임씨의 방을 청소하는 게 첫 일과였다. 임씨의 간식거리를 준비하는 것도 그와 동료들의 ‘필수임무’였다. 자칫 잊어버린 날엔 불호령을 피하기 어려웠다.

무자비한 언어폭력은 일상이었다. 임씨는 치마를 입은 팀원에게 “회식자리에서 교수들에게 잘 보이려고 그렇게 허벅지 드러내놓고 다니느냐”며 손가락질했다. 방광염에 걸린 팀원에겐 “문란하게 그런 병에 걸렸느냐”며 면박을 줬다.

직원들은 합당한 권리도 누리지 못했다. 임신한 직원이 ‘단축근로제도’를 이용하겠다고 하자 임씨는 “생각이 있느냐”며 허락지 않았다. ‘육아휴직은 최대 3~6개월’이라는 자체 규칙을 만들어 강제로 지키게 했다. 연장근로를 해도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의무기록팀장을 맡아온 임씨의 20년간의 ‘폭정’은 참다못한 팀원들의 폭로로 최근 드러났다. 서울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3일 “지난달 11일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임씨의 ‘갑질’이 폭로됐고 나흘 뒤 임씨는 대기발령 조치됐다”며 “팀원들이 수집한 증거자료가 사실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팀원들은 임씨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한이 장기간 갑질을 가능케 했다고 말한다. 의무기록팀이 노조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팀원 B씨는 “인사, 휴가, 수당 등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팀장의 눈밖에 날까봐 선뜻 맞서기 두려웠다”며 “신입들도 선배들이 참는 모습을 보며 ‘괜히 말하면 긁어 부스럼 되겠다’ 싶어 문제제기를 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사무실이 병원 본관과 도보로 10분 거리인 별관에 위치한 점도 이유로 꼽혔다. B씨는 “타 직원들과의 교류가 거의 없어 팀원들은 심리적으로 고립된 느낌을 받았다”며 “임씨는 그렇게 독립된 공간에서 ‘혼자만의 왕국’을 건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무기록팀원들은 최근 직장 내 갑질을 규탄하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확산되자 용기를 내기로 했다. 13명 팀원 전원은 지난 1월 초 노조를 찾아가 상담을 받고 폭로를 결정했다. 서울대병원에서 한 부서의 전 구성원이 뭉쳐서 상사의 갑질을 폭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병원 측은 “임씨는 대기발령 상태로 출근은 하고 있지만 본래 업무에서는 배제됐다”며 “현재 감사팀에서 근로기준법 위반, 갑질 및 폭언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 중으로 결과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무기록팀의 폭로 이후 서울대병원에서는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조 김태엽 분회장은 “(의무기록팀의 폭로 이후) 병원 내 2~3개 부서에서 부서장과 교수들의 언어폭력, 수당 체불 등 갑질을 당했다는 제보가 있어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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