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좋은 5G 최초 상용화..상상이 현실 되기엔 너무 먼 5G

김민수 기자 2019. 4. 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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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시대 개막을 앞두고 지난 11일 우리 영토 독도 정상 부근에서 KT의 엔지니어들이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상이 현실이 되는 5G 세상,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시작합니다.”

4일 아침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같은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전날인 3일 13시 이동통신3사가 동시에 각사 1호 가입자를 대상으로 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을 개통해 5G 서비스를 공식 개시한다는 내용이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읽힌다. 

미국보다 2시간 먼저 서비스하기 위한 ‘기습 상용화’라는 표현이 나오며 과연 세계 최초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도권에서만 되는 반쪽짜리 상용화라는 얘기가 나온다. LTE 방식의 4세대 이동통신으로 즐기던 게임이나 동영상 서비스 외에 당장 체감할 수 있는 5G 기반 서비스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개인기업거래(B2C)보다는 기업간거래(B2B)에 초점을 맞춘 자율주행이나 스마트팩토리 등에서도 아직 5G 통신이 진정으로 구현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기지국...전국 커버리지는 30%에 불과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과기정통부는 자료에서 “이통3사는 초기 4G 때와 유사하게 서울, 수도권과 일부광역시 등 주요도시의 인구밀집지역을 위주로 5G 서비스를 우선 개시한다”며 “지속적으로 5G 네트워크를 구축해 올해 말 전국 85개 시의 인구밀집지역에서 5G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5G 스마트폰 사용자는 5G 네트워크가 구축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당분간 4G LTE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 스스로도 전국 상용화가 아니라는 점을 밝힌 셈이다. 실제로 현재 전국적으로 5G 기지국 구축률은 약 30%에 불과하다. 전국 12만개에 달하는 곳에 5G 기지국을 세워야 전국 5G 상용화가 가능하지만 3월 말 기준 통신3사가 세운 기지국은 4만여개에 그친다. 

물론 전국 상용화와 최초 상용화는 의미가 다르다. 그러나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선언 뒤에는 ‘지방 역차별’이라는 현실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 5G 네트워크 장비와 단말기를 개발하고 있는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소한 6개월이 지나야 제대로 된 5G 데이터 통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상용화했지만 올릴 콘텐츠는 부족한 게 현실

5G는 4G LTE보다 다운로드 속도가 280배나 빠르다. 2기가헤르츠(GHz) 이하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4G 기술과 달리 28GHz의 초고대역 주파수를 사용한다. 주파수 대역폭이 그만큼 넓다. 통신 지연을 최소화하는 응답 속도도 4G 통신 환경보다 약 10배나 빠르다. 

이런 장점 덕분에 5G 통신 환경에서 구현될 수 있는 서비스는 많다. 정부는 “자율주행, 무인로봇, 홀로그램 등 상상 속에서만 머물던 서비스를 현실에서 실현한다”며 “다양한 산업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혁신과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의 경우 UHD 영상 스트리밍을 끊김없이 볼 수 있다. 고화질 사양의 모바일 게임을 클라우드 서비스로 설치·업데이트하지 않고 모바일 네트워크로 바로 실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UHD 화면을 볼 수 있는 TV를 사도 UHD 규격으로 제작한 방송 콘텐츠가 없으면 기존의 FHD 영상만 볼 수 있는 것처럼 UHD에 최적화한 모바일 영상 서비스가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다. 게임 다운로드도 방식과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소비자가 바로 체감하긴 쉽지 않다. 4G 환경에서도 어려움이 없는 SNS 사진 및 영상 전송, 모바일 웹 등 서비스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모바일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체감할 수 있는 소비자 콘텐츠가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5G가 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 요체는 아냐

자율주행차나 스마트팩토리 등 기업간거래(B2B) 영역에서 이뤄지는 5G 기반 서비스도 5G가 요체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구글의 웨이모는 5G 상용화와 관계없이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운행중이다. 교통신호 데이터를 지연시간 없이 주고받아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커넥티드카 서비스에 5G가 고려되고 있다. 

하지만 신호 데이터를 주고받는 수준의 초기 개념 커넥티드카 서비스에서 5G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양현종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구글 웨이모와 같은 현 시점에서의 자율주행차는 현재 통신기술과 센서 기술만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설계와 개발, 제조 및 유통 등 생산 공정에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을 결합하는 스마트팩토리는 5G를 이용해 공장 내 모든 데이터를 지연시간 없이 실시간 수집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어떤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수집해야 설비 최적화를 할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남성호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조혁신추진단장은 “빅데이터 활용 사례와 요구기술들이 먼저 나와야 5G 기술 수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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