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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훈 "더 강한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 핵 포기한다는 건 환상"

이유정 입력 2019.04.04. 18:30 수정 2019.04.05.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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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미국에 우회 메시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하노이 이후 첫 공개 발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4일 "제재는 북한 비핵화 문제를 근본적으로(fundamentally)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이날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와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강연에는 이 본부장을 비롯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도 참석했다. 오는 11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핵심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이 함께한 게 됐다. 미국 정부에 던지는 우회적인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문재인 정부와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 학술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분가량의 오찬 강연에서 이 본부장은 "2016년 이후 북한의 미사일·핵 실험으로 제재가 강화되며 북한 내수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제재는 북한의 나쁜 결정을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우리가 처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은 제재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위협을 키워왔다"며 "더 강력한 제재와 더 많은 압박만으로도 북한이 갑자기 핵 프로그램 전체를 포기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환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 제재 공조 하에 남·북 관계가 북·미 대화를 지속적으로 촉진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본부장은 강연이 끝난 이후 본지 통화에서 “제재가 효력은 있고 중요한 툴이긴 하지만 제재 일변도로 가서는 안 된다. 제재가 결국은 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문재인 정부와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 학술회의'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왼쪽)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본부장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다. 이번 강연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그의 첫 공개 발언이기도 했다. 이 본부장은 일각의 비핵화 회의론과 촉박한 시간, 북·미 간 뿌리 깊은 불신을 향후 도전 과제로 꼽으며 "한반도 문제의 직접적인 당사자로서, 대화가 재개될 때 조기 수확(early harvest)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탑 다운' 방식을 장점을 살리는 한편, 정상들이 모든 세부사항을 논의할 수 없는 만큼 실무 협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속한 초기 조치는 문정인 특보의 발언을 통해서도 강조됐다. 문 특보는 별도 세션을 통해 북·미 신뢰 구축을 위해 북한이 초기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특보는 "북·미 간 불신을 없애기 위해 긍정적인 조치가 필요한데 풍계리 폐쇄와 사찰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이런 조치가 있다면 미국도 남북협력 사업에 대한 제재완화 등 상응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이 남·북 경제교류라고 설명했다. 이어 "11일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 때도 2018년에 조성된 평화적인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강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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