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이 왜 기업 걱정하냐"고 타박한 공정거래위원장

2019. 4. 5.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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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에 부쩍 신경쓰고 있다. 그제는 경제정책 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2시간 동안 조언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로부터 듣기 어려웠던 직언(直言)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원로들은 ‘결함투성이로 드러난 소득주도 성장의 궤도를 수정하고, 노동 유연성을 비롯한 규제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정책 기조 수정을 요구했다. 지난달 28일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이사장 등 주한 외국 기업 대표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도 문 대통령은 “규제를 걷어내고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겠다”며 경제 활성화 의지를 직접 피력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자세는 암울한 경제 상황을 볼 때 매우 적절하다. 올 2월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은 4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엄중한 현실 앞에 대통령이 앞장서면 청와대와 장관들은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런데 그럴 기미가 안 보인다. 그제 원로들과의 대화 이후 청와대가 정리한 보도자료는 정책 기조를 아예 바꿔야 한다는 직언은 오간 데 없고 원로들이 정책 보완만 주문했다는 식이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공정거래위원장이 기업의 앞길을 자꾸 가로막으려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러려고 공정위가 존재하는 건 아니다. 불공정은 바로잡아 주되 기업 활동의 장애를 뚫어 주는 게 공정위의 역할 아닌가. 그런데 김상조 위원장은 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식을 거듭 드러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이후 검찰의 기업 수사 남발 방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여당이 왜 이렇게 기업 걱정을 하느냐”고 타박했다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여당이 기업 걱정하면 안 되느냐”고 면박당했던 것으로 그제 밝혀졌다. 지난달에는 국제행사 연설문에 “재벌은 사회적 병리(social-ill)”라는 원고를 준비했다가 비난 여론이 들끓자 실제 연설에선 “나는 재벌을 좋아한다”고 말을 바꿨다. 취임 초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와의 회의에 지각해선 “재벌 혼내주느라 늦었다”고 했다. 이 정도면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

오죽하면 여당 의원이 “기업 걱정하면 안 되냐”고 맞받아쳤겠는가. 국가와 국민이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은 오직 기업 경쟁력 강화에 있다는 뜻 아닌가.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경제 활성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지 말고 기업에 대한 정부 본연의 역할이 무엇인지 제발 진지하게 성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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