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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소비, 젊은 호기심과 만나다: 술담화 인터뷰

이정윤 입력 2019.04.0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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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의 미식탐구-3] 꽃, 화장품, 미술작품, 잡지, 전통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정기구독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5년간 온라인 커머스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인 분야가 바로 큐레이션 기반의 정기구독 서비스다. 소비자가 구체적인 상품에 대한 정보 없이, 매월 일정 금액을 결제하면 전문가가 선정한 상품이 원하는 장소로 배송되는 형태다.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 젊은 소비인구의 핵심 가치가 된 요즈음, 가치 있는 일상을 위해 즐길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즐길 것인가'의 고민은 덜어주고 만족도 높은 상품을 새롭게 소개하는 서비스가 사랑을 받고 있다.

◆잠재력을 품은 전통주 시장

다양한 전통주 브랜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주류시장 규모는 약 9조5000억원으로 추산되며 2010년 이후 연평균 3.3%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83.8%는 희석식 소주와 맥주다. 전통주는 소비자들에게 대중적이지 않은 분야로, 매출액이 10년간 500억원 내외에 정체되어 있다. 성장은커녕 시장 규모가 감소하는 해도 빈번하다.

그럼에도 전통주 생산 업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주세법에 따르면 전통주는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나 주류부문 식품명인이 제조한 경우와 더불어 지역의 농산물을 이용해 제조한 주류를 모두 포괄한다. 이 중 지역특산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요건이 크게 높지 않아 전통주 생산의 진입장벽이 낮고, 연구개발과 생산·유통 역량 부족으로 저품질 제품이 난립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와 동시에 기존 업체에 젊은 경영 감각을 지닌 세대가 영입되고, 양조에 뜻을 품은 소위 '덕후'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세련되고 감각적인 제품을 선보이며 전통주 시장을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생산과 소비 양 측면에서 고도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전통주 시장에서 기회를 본 신생 스타트업이 있다. 지난 1월부터 전통주 큐레이션 서비스를 시작한 술담화 이재욱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술담화 창업 멤버 (좌측부터 김영석, 이재욱, 김태영)

이재욱 대표가 전통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홍콩에서 대학을 졸업하기 전 겨울, 한국에 잠시 방문했다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최하는 '우리술 대축제'에 우연히 방문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 국내 전통주 카테고리에 있는 브랜드와 제품의 방대함에 깊은 인상을 받고, 동시에 이 많은 상품이 본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젊은 세대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라는 것에서 사업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2017년 7월,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가 허가되며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통주를 사업 분야로 선정하게 된 계기는.

이=2017년 온라인 주류판매가 허가되고 전통주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지켜보았는데, 반년이 지나도 시장의 반응이 크지 않았다. 온라인 판매 추이에서 전통주 분야의 성장률이 미미했다. 소비자로서 직접 전통주 구매 프로세스를 체험해 보니 시장이 정체되는 이유가 실감났다. 사실 '전통주'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도 드문데, 오픈마켓 등의 플랫폼에서도 전통주 카테고리가 잘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제품에 대한 설명도 불친절했다. 단순히 제품명을 검색해야 구매가 가능한 구조였다. 전통주에 관심 있는 잠재 소비자에게도 불친절한 시장인 셈이다. 여기서 출발하니 길이 보였다. 수많은 전통주 중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진 술을 잘 골라 소개하고,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전달해줄 수 있다면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전통주 정기배송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술담화 박스

◆제공하는 서비스를 설명해달라.

이=올해 1월부터 정기구독 방식으로 매월 자체적으로 선정한 전통주를 설명 카드와 함께 2종씩 배송한다. 전통주 제품이 워낙 방대해서 매월 한 가지 테마를 잡아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약 2만원 선의 제품을 2종 선정한다. 2만원 내외면 전통주에서 가격이 중간보다 조금 높은 정도로, 좋은 제품이 굉장히 많다. 향후에는 소비자가 매월 받을 수 있는 상품 수나 제품 가격에 따라 다양한 선택권을 줄 수 있도록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현재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주차이고, 250여 명의 구독자가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신청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타깃 고객은 2030 Z세대

이=인구학적인 오류가 상당히 많을 수 있는 가설이겠지만(웃음)….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세대와 온라인으로 상품 구매가 일상화된 e커머스 세대의 교집합이 26세부터 43세라고 자체 조사했다. 온라인 커머스 시장의 75% 정도에 해당한다. 그뿐 아니라 이 세대가 프리미엄 소비에 대한 지불 의사가 높은 층이고, 우리 서비스 타깃층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판단에서 이들을 공략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다소 가격이 비싸도 독특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기호제품에 대해 기꺼이 소비하고 이 경험을 SNS를 통해 지인과 공유하는 성향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또 전통주 생산자도 우리 고객이다. 좋은 양조장을 많이 방문해 보니 현재 기반시설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이 돼도 홍보와 유통에 어려움이 있어 생산시설을 십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역할은 생산자가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채널이 되는 것이다. 술은 처음 자리 잡기까지 비용이 크게 소모되고, 시장에서 제품력을 인정받고 안정적인 규모의 매출이 나오면 유지하는 것은 보다 수월하기 때문이다.

◆전통주를 콘텐츠로 하는 다양한 사업

이=시작은 전통주 구독 서비스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전통주를 콘텐츠로 삼아 다양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싶다. 이를 위해 '커뮤니티'에 주목했다. 사실 구독 서비스도 일반 e커머스에 비해서는 커뮤니티 성향이 강하다. 우리가 매월 보내는 뉴스레터를 통해 함께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SNS 채널을 운영하며 고객들과 서로 의견을 나누며 서비스를 정비하고 있다. 다양한 취미생활과 라이프스타일의 관점에서 전통주가 하나의 매개체가 되는 셈이다. 오프라인에서도 이 커뮤니티를 장려하기 위해 정기적인 워크숍과 이벤트 등을 진행하고, 구독자들 간의 교류도 기대하고 있다.

이 일을 시작하고 찾아간 양조장이 많지만 그중에 5년간 숙성된 막걸리를 맛본 기억이 아직도 일하는 데 원동력이 된다. 대부분의 생막걸리는 유통기한이 2주 이내로 짧은 편이다. 그런데 이 5년 숙성 막걸리는 지게미가 모두 가라앉아 맑은 빛이 났는데, 외국의 어느 명주에 비해 손색이 없을 만큼 좋았다. 전통주는 아직 발전하고 발굴될 잠재력이 아주 크다. 국가 정책 차원에서도 유럽의 와인 관리 체계처럼 전통주 등급제나 전문인 육성 등을 지원해 시장의 고도화를 이룰 수 있다. 우리도 좋은 술을 발굴하고 소비자에게 흥미롭게 전달함으로써 생산자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정윤 콘텐츠디렉터·다이닝미디어아시아 대표(julialee@diningmedia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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