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MB 취임 직전 두번 만나 금융기관장 청탁"

문창석 기자,박승주 기자 2019. 4. 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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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원한 게 없었다면 그런 배려는 없었을 것"
"MB, 당선 후 직접 전화해 KRX 위원장 제안하기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다스 의혹' 관련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4.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박승주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78)에게 공직 임명의 대가로 뇌물을 준 의혹이 있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법정에서 "취임 직전 이 전 대통령을 두번 직접 만나 공직 임명을 청탁했다"고 증언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심리로 5일 열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회장은 '평소 금융기관장이나 국회의원의 꿈을 피고인을 통해 실현하고자 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공직 임명 대가로 이 전 대통령에게 22억여원의 뇌물을 준 의혹이 있는 이 전 회장은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적은 '비망록'을 작성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이 전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거짓말탐지기로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직접 반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이던 2008년 1월26일 오후 3시30분쯤 이 전 회장을 만난 것으로 보이는 양측의 일정표를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과 이 전 회장 모두 당시 일정표에 서로를 만났다고 동일하게 기재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전 회장은 검찰에서 "당시 통의동 대통령 당선자 사무실에서 이 전 대통령을 만나는 건 어려웠는데, 저와 30분 만나줬고 제 진로를 상의해준 것도 여러번이다. 제가 (금품을) 지원한 게 없었다면 그런 배려는 없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News1

이 전 회장은 대통령 취임 이틀 전인 2008년 2월23일에는 통의동 사무실을 무작정 찾아가 이 전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검찰은 "절박함을 가지고 꼭 만나려 했다. 사무실에서 2시간30분을 기다려 엠비를 만나 이야기했다"고 기재된 당시 비망록을 법정에서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회장은 "2008년 2월 중순은 인선 마무리 단계를 넘어가는 시점이라 나만 혼자 남는 게 아닌가 힘들었다. 엠비에겐 (내가 지원한 사실이) 당연히 보고됐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엠비를 만나 제가 지원해준 걸 알고 있는지 확인받고 싶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특히 그는 "당시 이 전 대통령을 만나 제가 대선에서 엠비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말씀드렸다"고 진술했다. 이날 법정에선 "당시 어떻게든 피고인을 만나려 한 이유는 무엇이냐"는 검찰의 질문에 "마지막 남은 금융기관장이나 그런 데를 말씀드리려고 그랬다"고 증언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서도 "놀라거나 '무슨 소리냐'라고 말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당시 피고인의 태도를 보면 이미 처남 이상주씨와 형인 이상득 전 의원, 김윤옥 여사 등으로부터 금품 지원 사실을 전해들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전 회장은 "당시 이상주씨를 만나면서 금융 관련 기관장이나 국회의원을 하고 싶다는 말을 했느냐"는 질문에도 시인했다. 금품 제공 대가로 이씨를 통해 이 전 대통령에게 청탁했다는 취지다.

이명박 전 대통령. 2019.4.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은 이 전 회장의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 전 회장이 당선인 시절 사무실을 찾아왔다는 주장에 대해 "당시 언론 관심이 워낙 높았는데 그런 상황에서 당선인을 30분이나 만났다면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겠냐"고 추궁했다.

이 전 회장이 무작정 찾아와 만났다는 2차 회동에 대해서도 "당시 취임식 준비를 위해 청와대 수석비서관 임명 예정자들이 모여 회의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증인을 만나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했을까 납득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그 이후 이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직접 전화해 한국거래소(KRX) 이사장 직을 제안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는 "김희중 비서관이 전화해 VIP를 바꿔줬다"며 "(KRX 이사장) 말씀을 하셨는데 안 할 수는 없지 않겠냐"고 증언했다.

당시 기대와 달리 KRX 이사장 취임이 무산된 점에 대해선 "일이 잘 안 되고 하니 전화라도 한번 받았으면 했는데 대선이 끝나고는 통화가 안 됐다"고 말했다. 당시 비망록에 '엠비 원망스럽다'고 적은 점에 대해선 "저보고 KRX를 가라고 했으면 제대로 해놨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래서 그랬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증인이 하고 싶다던 금융위원장, KRX 위원장, 산업은행장 등에는 전부 대선 캠프 측근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임명됐다"며 청탁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시켜달라고 청탁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건 없지만 금융기관장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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